촌스러운 시골생활 즐기는 2030

‘촌캉스’, ‘김장조끼’, ‘할머니 패션’의 확산

시골로 떠나는 ‘촌캉스’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 구글 이미지 캡처

최근 2030사이의 여행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밀짚모자와 몸빼바지를 입은 채 직접 감자를 캐고 고추와 호박을 따 전을 부친다. 감자인줄 알고 캐낸 흙 묻은 돌멩이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해가 지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닭백숙을 끓이고, 한편에선 장작을 패며 끙끙거린다. 젊은 세대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촌캉스’의 한 풍경이다.

‘촌캉스’는 ‘농촌’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단순한 시골 여행을 넘어 농촌에서 머무르며 시골 문화를 체험하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을 뜻한다. 

촌캉스의 인기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의하면 지난 1월 ‘촌캉스’의 검색량은 2022년 같은 달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무엇보다 검색자의 80%이상이 2030세대로, 농촌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촌진흥청의 ‘2024 농촌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촌관광을 경험한 국민 43.8%가 농촌 관광을 경험했으며, 방문 이유 중 54%가 ‘휴식 및 치유’라고 응답했다. 도시의 밀집과 소음 환경에서 벗어나 한적함과 느린 시간을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이다.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활동이 젊은 세대에게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농촌만이 가진 고유한 감성도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에게 농촌 공간이 “촌스럽지만 독특하고 재미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몸빼바지에 밀짚모자, 고무신 차림의 컨셉 사진과 챌린지 영상을 찍으며 SNS에 공유하는 것이 청년 세대의 ‘촌스러워서 오히려 힙한’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골만의 소품과 풍경이 새로운 경험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더불어 ‘촌캉스룩’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꽃무늬 누빔조끼, 이른바 ‘김장조끼’가 과거 시골의 겨울 작업복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의 겨울 필수템으로 부상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김장조끼’, ‘할머니 조끼’ 관련 검색량은 4만여 건을 기록했으며, 이 중 20대가 약 13.2%, 30대가 약 36%를 차지했다. 가격대가 5,000~20,000원으로 부담이 적고, 보온성과 활동성, 그리고 촌스러움이 주는 반전 매력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블랭핑크 제니(왼쪽)와 에스파 카리나(오른쪽)가 SNS에 김장조끼 입은 모습을 게시했다. / 제니, 카리나 SNS

유명 연예인들의 ‘촌캉스룩’도 화제다. 블랙핑크 제니와 에스파 카리나는 자신의 SNS에 김장조끼를 입은 모습을 공개했고, 한 인기 예능에서는 촌캉스를 떠나 한적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한 예능 프로에서 아이브 안유진이 몸빼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여줬다. / tvN

농촌이 ‘촌스럽다’는 기존의 선입견은 이제 ‘감성적 가치’와 ‘힙한 경험’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과 스마트폰 피로, 도시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마음이 정겹고 평화로운 농촌이라는 공간을 다시 보게 만든 것이다.

젊은 세대가 농촌을 찾는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휴식과 여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주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