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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Dr.김창윤의 성격과 인생] (32)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

성취 지향하지만 돈 자체 관심 없다

by마음건강 길

◇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1915~2001)

◇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1915~2001)

외향적 직관형은 실제 생활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업가라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일을 벌여야 성공할 지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는다. 주위 사람의 잠재적 가능성이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이다. 


내향적 직관형의 사람이 창의적 능력의 소유자라면 이를 알아보고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내향적 직관형의 사람은 창의적 일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만 자신을 알리는 데는 관심이 없거나 미숙하기 때문이다. 


외향적 직관형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구체적 자료나 수치보다는 본인의 직관을 중시한다. 호기심이 많아 좀 엉뚱해 보일 수 있다. 단순히 사실 관계를 조사하거나 관례적인 일에는 싫증을 느끼고 집중하지 못한다. 


반면에 진취적이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일이 제자리를 잡는 듯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른 일을 시작한다. 씨를 뿌리고 거두지는 못하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규정이나 절차를 무시하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제멋대로이고 무례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관심을 가진 일에 꽂히면 눈앞의 대상을 보지 못하고 주위 사람의 신념이나 생활 양식을 신경 쓰지 않아 오만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감각이 열등하여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성에 집착하기도 한다. 점잖아 보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어울리지 않는 관능적 여성에 집착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다. 


“이봐, 해 봤어?”로 요약되는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유명한 정주영 현대 그룹 명예회장도 전형적인 외향적 직관형이다. 성취 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점에서 외향적 성격임은 쉽게 알 수 있다. 


평소 정해진 방식대로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정주영 명예회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점에서 직관형의 전형이다. 

(…) 나는 잠잘 때 빼고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에는 거의 끊임없이 생각 이라는 것을 한다. 생각을 해야지 하고 의지로써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스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고 하는 말이 맞는다. 사업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밥풀 한 알만 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씨앗으로 자리잡으면,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끊임없이 계속 그 것을 키워서 머리 속의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일거리로 확대시키는 것이 나의 특기 중에서도 주특기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씨앗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몇 개의 씨앗이든 함께 품어놓고 둥글리면서 키워가다가 그 중에 하나나 둘을 끄집어내어 현실화시키는데, 예를 들자면 미군 공사를 하면서 정부 발주 공사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곧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그런 식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것은,

“간단히 개선할 방법이 있는데도 고정 관념에 갇혀 그냥 예전 방식대로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이들이었다.”

소양강 댐을 건설할 때도 일본의 댐 전문가가 설계한 콘크리트 방식을 자재 조달의 어려움과 고비용의 운송비를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 소양강 주변의 풍부한 모래와 자갈을 이용한 사력 댐 방식을 독창적으로 제안하여 공사비를 20퍼센트 이상 절감하기도 했다.


외향적 직관형은 외적 성취를 지향하나 감각형과 달리 물질(돈)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돈은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실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나는 회사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내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만이 내 돈이고 집으로 타가는 생활비만이 내 돈이라고 생각하며, 돈이란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그 이상의 것은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의 성장을 더 큰 부자가 되려는 나의 욕심으로 볼지도 모르지만, 내 의식 중에 ‘부자’란 단어는 없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

울산대 의과 대학,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조현병, 조울증, 강박 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및 가족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에서 연수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과장을 역임했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도 관심이 많고 칼 구스타프 융과 동서양 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