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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뉴트로푸드

파주 민통선 장단콩, 파이·라떼·떡볶이로 '무한변신'

by뉴시스

6·25 이후 장단면에 콩단지 조성…처음엔 고전, 축제로 판로 개척

평소 군인이 출입통제해 중국산 등 섞일 가능성 적어 고품질 유지

생크림, 우유, 꿀에 장단콩 섞은 '블랑 빈스라떼' 젊은여성에 인기

대북관광 끊기고, 코로나로 운영 어렵지만 새 메뉴 개발에 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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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두부전골.

"청정 지역 민통선에서 알맞은 온도와 인삼을 재배한 비옥한 땅에서 재배한 장단콩이 건강에 최고지. 많이 먹어도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도 좋아"

아직도 겨울 추위가 남아 있는 날씨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두부전골과 막걸리 한잔은 서민들의 지친 하루를 위로하기 충분하다. 여기에 갓 삶은 두부에 돼지고기를 섞어 볶은 김치를 한점 올려 먹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여름에는 콩 국수로, 아이들에게는 콩 고기로 웰빙 식단에 오른 이 음식들의 공통 먹거리는 '콩'이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 토양에서 나오는 금'으로 전해지는 콩은 각종 비타민과 칼슘, 인, 철, 칼륨 등 무기성분을 지녀 소고기 등심 보다 영양성분이 월등히 높다.


건강을 중요시 하는 요즘, 콩은 단순히 두부나 찌개로의 변신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고기를 대체하고 애주가들에게는 막걸리로 변모해, 세상이 확확 바뀌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뉴트로 푸드'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콩의 주산지로 알려진 파주시 장단면에서 생산되는 장단콩은 상품등록을 마치고 엄선한 콩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절차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는 더욱 깊다.


민간인출인통제선(민통선) 내 장단콩마을에서는 콩으로 하는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간인들의 출입이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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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갓 나온 두부를 손질하고 있다.

20년째 장단콩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주(71)씨는 "민통선이라는 상징성과 먹어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출입이 제한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관광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건강에도 좋은 장단콩을 먹으러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970년대초 콩단지 조성…품질 뛰어났지만 '판로'없어 처음엔 고전

통일신라 때 부터 장단으로 불리게 된 장단 지역에서 생산된 콩은 예로부터 명성이 높았다. 1913년 한국 최초 콩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장단백목'도 이 지역 콩으로 수집, 순계, 분리해 선별했다.


파주시 장단 지역은 콩 뿌리가 내릴 수 있는 작토층이 마사토로 돼 있어 배수가 잘되고 늦서리의 해가 없고 주변 보다 낮은 기온 속 일교차가 커 콩이 생육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자연이 유지돼 있고 인삼을 많이 재배해 온 비옥한 땅에 후작 작물로 콩을 재배해 다른 지역 콩 보다 품질이 우수하고 맛이 뛰어난 것은 물론, 영양 성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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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내 위치한 장단콩 마을.

한국식품연구원 자료를 보면 장단콩은 항암효과가 있는 이소볼라본의 함량이 60~70% 이상,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 함량도 매우 높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명품 콩으로 전해진다.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나 된장, 청국장은 그 자체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접경지역인 파주 장단 지역은 6.25 이전에는 10개 면의 행정구역으로 6만7000명의 인구가 농업을 주업으로 하며 지냈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장단 지역 대부분이 민통선에 포함돼 전쟁 이후 피난을 나온 주민들은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한과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1970년대 초 정부가 민통선 북방 지역 개발로 통일촌 입주와 함께 장단콩 명성을 되찾기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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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두부김치.

정부는 주민 통제로 황폐화 된 민통선 지역에 100ha 규모를 개간해 콩 단지를 조성하고 새로운 품종인 보광, 장엽, 등신품종을 보급하면서 이들의 한 맺힌 피난 생활이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파종, 수확, 탈곡 등 공들인 노력에 비해 판매처가 없어 농가 소득이 따라오지 않아 콩 밭을 논으로 개간하는 농민들이 점차 늘었다.


이 당시 장단 지역으로 온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어렵게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콩 농사는 돈도 안되고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다 보니 논 농사로 전환하는 주민들이 많았지. 한때는 콩 단지가 자취를 감추면서 장단콩은 끊길 수도 있었지"라고 회상했다.

첫 장단콩 축제 폭발적 인기...'건강식품 명성' 지금까지 이어져

1996년 겨울철 일손 갖기 사업으로 장단콩 작목반이 결성되면서 장단콩 브랜드화의 시초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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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 내 장단콩 마을에서 장독대에 보관 중인 장류.

송달용 전 파주시장은 회고록에서 "농민 소득을 위한 축제가 없었다"며 "통일촌 주민과 협의를 통해 옛 콩 단지에 콩을 심고 콩 경작 지도는 농촌기술센터에 맡기기로 해 1997년 1회 파주 장단콩 축제를 통일촌에서 개최했다"고 떠올렸다.


매년 7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 중에 하나로 떠오른 장단콩 축제에 이완배 이장도 한 몫 했다.


이 이장은 "축제를 앞두고 당시 콩의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송 전 시장에게 장단면에서 재배한 콩이니 '장단콩 축제'로 하자는 제안으로 축제의 이름이 정해졌다"며 "누가 콩을 사러 민통선을 건너 여기까지 오겠느냐는 말도 많았는데 첫 축제에서 학교를 가득 메운 인파가 콩을 모두 사가고 심지어 다른 농작물까지 다 팔려 나갔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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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콩 오색오미 영양밥. 사진 파주시 제공

이 이장은 "민간인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지역에서 축제를 하다 보니 관람객들이 호기심도 생겨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장단콩이 종자의 일부인 줄 알고 있지만 장단 지역명을 따 내가 지은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많은 '일품' 들어 1회로 막 내릴 뻔한 장단콩 축제

축제를 성황리에 마치면서 파주시와 농민들의 기쁨도 잠시, 콩을 수확해 낫으로 베거나 뽑아서 탈곡하고 콩을 선별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농민들은 더이상 축제를 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송 전 시장은 "통일촌 주민과 협의해 콩 재배를 위해 공동으로 사용할 대형 경운기와 수확기, 탈곡기, 선별기 등을 구입해 주고 콩 축제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더 큰 문제는 콩 축제에 출품하는 콩이 장단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닌지,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현실적으로 임진강 철교검문소와 리비교 검문소에서 군인이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근거 없는 소문이었지만 파주시는 콩 품질 관리를 철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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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콩을 갈아 만든 콩국물과 물김치를 섞은 삼색쌀초계국수. 사진 파주시 제공

이런 노력에 장단콩 축제는 해를 거듭할 수록 규모가 커졌고 2001년 11월 열린 장단콩 축제는 임진각으로 옮겨 진행하게 됐다. 통일촌에 두부공장이 세워져 통일촌을 상표로 한 된장, 간장, 고추장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민통선 건너에서도 장단콩을 원료로 하는 식당들이 성업 하고 있다.


특히 파주 장단콩 축제에서 매겨진 가격이 전국 시장의 콩 가격의 기준이 될 정도로 날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단콩 인기에 퓨전 음식으로...떡볶이 부터 파이까지

장단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모습의 요리로 변모하고 있다. 청국장이나 순두부찌개 등 단순히 콩으로 하는 음식은 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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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콩을 다져 만든 장단콩 두부 평양만두. 사진 파주시 제공

장단콩 요리대회에 입상한 생크림과 우유, 장단콩, 꿀 등을 섞어 만든 장단콩 블랑 빈스라떼는 젊은 여성부터 건강을 생각하는 어르신들까지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장단콩과 건포도, 호두, 코코넛칩 등을 팬에 버터를 발라 오븐에서 구운 장단콩 베리 찰떡 파이는 식감도 좋아 훌륭한 디저트로 꼽힌다. 장단콩 두부를 썰어 초밥 위에 올리면 보기에도 좋고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름엔 장단콩 갈아 넣은 초계국수 상큼·고소한 맛 일품

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초계국수에도 삶은 장단콩을 갈아 물김치 국물과 섞어 국물을 만들면 상큼한 맛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만든 국물은 장단콩 인삼 물김치와 쌀국수에도 사용하면 건강과 맛,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장단콩 두부와 돼지고기를 밀가루와 인삼가루, 콩가루를 섞어 만든 피에 담은 만두도 감칠 맛 나는 식감과 함께 장단콩의 향을 만끽할 수 있는 요리로 꼽힌다.


만두 소는 굵게 다져야 양념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 전골냄비에는 장단콩 두부와 각종 버섯과 채소, 채 썬 유부와 떡, 차돌 양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이면 훌륭한 건강식을 준비할 수 있다.


어떤 음식에도 어울릴 수 있는 장단콩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거쳐야 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파주시는 다른 지역의 콩이 파주시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관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생산이력제도 도입했다.


통일동산에서 3대째 장단콩 두부집을 운영하는 김전호(46)씨는 "장단콩의 맛이 대다수 음식과 잘 어우러져 다양한 퓨전음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부터는 초계국수와 콩국수를, 겨울에는 장단콩 삼계탕이나 두부전골, 두부김치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어르신들은 물론,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장단콩이 다른 콩에 비해 조금 더 비싸지만 철저한 생산이력제와 관리 등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콩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돼지열병 등으로 DMZ 관광이 중단돼 통일촌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장단콩을 많이 드시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이경환 기자 lk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