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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뉴트로 푸드

무안 양파김치 없는 짚불구이, 느끼해 금방 질리죠

by뉴시스

69년 '업력' 두암식당 "양파김치-돼지짚불 40년이상 환상의 짝꿍"

1930년대 부터 재배 시작…면역력 강해 '코로나19 식품'으로 각광

무안 함평 등 게르마늄 풍부한 황토에서 자란 양파 성인병에 '그만'

변신 거듭…김치, 장아찌, 즙 거쳐 튀김, 샌드위치로 젊은이 식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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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무안 양파.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까면 깔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워지는 양파의 맛, 음식에 없어서는 안될 양파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드라마틱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갖은 음식에 맛을 돋우며 보조역할을 했던 양파가 이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손색없는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있다.


양파는 마늘, 파와 함께 우리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식재료 중 하나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입맛을 사로 잡는 양파를 먹으려면 눈이 매워 눈물을 흘리는 고통쯤은 감내해야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신의 약'으로 불렸을 만큼 예로부터 뛰어난 정력 강장제로 알려졌던 양파가 국내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서는 다양한 음식과 음료,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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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무안 양파김치.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게르마늄 풍부한 황토 땅에서 자란 '무안 양파'

양파는 전남과 경남, 경북, 제주지방이 주산지이다. 황토골 무안은 전국 양파의 20%를 생산하는 전국 최대 산지이다.


무안에서의 양파 재배는 1930년대 청계면 사마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양파 종자와 재배기술을 들여와 재배가 시작됐으며, 이후 함평과 장성, 나주, 영광 등 인근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안선을 끼고 있는 무안은 겨울철 온난하고 양파가 커지는 구비대기에는 서늘해 양파의 생육조건에 좋다.


특히 황토 땅의 다양한 성분이 양파의 생육과 구비대에 영향을 주면서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의 황토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게르마늄이 풍부해 이 곳에서 자란 양파는 성인병 예방 효과는 물론 음식 재료로도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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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양파김치와 짚불구이.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돼지고기와 양파김치·장아찌 '찰떡 궁합'

무안에서 양파김치와 장아찌는 주민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즐기는 양파 음식이다.


양파김치는 일반 김치와 같이 찹쌀가루를 찬물에 풀어 죽을 쑤고, 액젓을 넣어 버무린다. 실온에서 익혔다 냉동보관하면 아삭아삭한 그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와 양파김치·장아찌는 '찰떡 궁합'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의 별미로 자리잡은 짚불구이에 곁들이는 양파김치는 돼지고기의 맛을 살려주고 삼겹살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3대째 69년간 짚불구이 전문점 운영하는 두암식당 나승대(40) 사장은 "할머니가 40여 년전부터 양파김치를 곁들여 아직도 상차림에서 빼지 않고 있다"면서 "느끼함이 덜해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는 양파의 톡 쏘는 매운맛과 속쓰림 등을 해소하기 위해 겨울에는 10일, 여름에는 2~3일 정도 숙성을 시키고 있다.


또 전라도 음식에 빠지지 않는 젓갈도 1년에 한번씩 직접 담아 사용하고 있다. 갈치와 밴댕이, 새우 등 5~6가지의 생선이 들어가는 젓갈은 일명 '잡젓'이라고 불린다.


작은 양파를 골라 통째로 소금에 절인 '양파 장아찌'도 주민들이 즐기는 양파음식이다.


약(藥) 양파로 불리는 보라색 양파를 사용하는 장아찌는 간장과 식초 등을 넣어 두세번 반복해 끓인 뒤 먹는다.


짤 것 같은 장아찌는 새콤하고 달달해 쉽게 질리는 고기의 맛을 잡아주는 보조제로는 제격이다.


나 사장은 "한의학적으로 고기는 더운 기운인 반면 양파는 찬기운이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면서 "양파가 콜레스테롤을 낮춰서 돼지고기를 먹는데 주저하는 손님들도 부담없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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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양파링튀김.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양파를 활용한 국민 간식도 '인기'

무안에서는 양파가 많이 나는 지역인 만큼 다양한 요리에 양파가 사용된다. 양파링튀김과 샌드위치 등 양파를 활용한 간식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양파링튀김은 양파를 옆으로 1㎝ 두께로 썰어 낱개로 한개씩 빼내 고리 모양을 만든다.


이후 밀가루에 계란과 소금을 넣어 튀김옷을 만들고 전분과 빵가루을 묻혀 기름에 튀기면 바삭한 맛이 그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양파샌드위치도 빠지지 않는다.


양파샌드위치는 양파와 오이, 당근을 가늘게 채를 썬 뒤 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 마요네즈에 버무린다.


식빵 켜켜이 당근과 양파, 오이를 얹어 다시 씩빵으로 덮은 후 가장자리를 잘라내면 겉으로 드러나는 색깔은 아이들의 입맛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무안군 망운면에 거주하는 김선희(42·여)씨는 "읍내와도 한참 떨어진 시골이다 보니 아이들의 먹거리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파를 이용한 양파링튀김과 양파샌드위치는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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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양파김치 담그기.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성인병 예방 등에도 탁월한 '무안 양파'

양파의 성분은 품종, 수확시기, 토양, 기후 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수분이 93.1%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당분과 유황성분이다. 당질로는 포도당, 설탕, 과당, 맥아당 등이 많아 단맛이 있고, 텍스트린, 만닛 등이 들어있다.


양파 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산되는 품종이 조생종으로 중·만생종에 비해 저장성은 낮으나 매운맛이 덜하고 단맛이 더하다.


양파의 특징 중 하나는 익히거나 끓여도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생으로 먹을 수 없는 양파의 껍질에는 맨 안쪽보다 퀘르세틴 함유량이 무려 300배나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파는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항암, 변비, 해독에 놀라운 효능을 갖고 있어 선인병 예방 등에도 탁월하다. 생체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특유의 향과 매운맛으로 섭취하기 어려워 최근에는 먹기쉬운 가공품으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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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무안 양파음료.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양파즙·양파음료 등으로 활용의 폭 넓혀

최근 들어서 양파는 양파즙과 양파음료, 양파와인, 잼 등 다양한 식품 등으로 활용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양파즙은 인근 주민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먹어본 건강보조식품이다. 다어이트는 물론 심혈관 등에 좋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확산의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양파를 활용한 도전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양파 특유의 성분은 물론 매운맛이 강해 상품화에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양파 부산물을 사료로 활용한 양파한우사업은 양파가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다만, 양파음료는 20여 년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양파가 주성분이지만 먹기 편한 재료를 첨가한 양파음료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양파음료 그대로 먹는 것도 좋지만 소주를 혼합해 마시는 일명 '양주(양파+소주)'는 목넘김이 편해 일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양파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면역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안현대영농 김천중 대표는 "양파는 면역력이 강해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극복에도 효과가 있다"면서 "양파의 특정성분을 추출해 업그레이드된 건강식품을 만들어 조만간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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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시스] 양파물김치. (사진=무안군 제공) photo@newsis.com

'금덩이'라 불린 양파 이젠 '국민 식재료'

양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채소이다. 예전에는 귀해서 금덩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구해 먹는 '국민 식재료'이다.


무안에서 양파는 볶음과 조림, 회무침, 찜, 국, 찌개, 김치 등 음식에 안 쓰이는 곳이 없지만 매운맛으로 꺼리는 경우도 있다.


양파의 매운 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은 수용성이라 찬물에 담가두면 줄일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담가두면 알리신이 파괴돼 주의해야 한다.


양파의 선택은 껍질이 선명한 색을 띄고 육질이 단단하며, 잘 건조되고 들었을 때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보관은 망사자루에 넣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걸어 두는 것이 좋다. 오래 보관해야 할 경우는 자르지 말고 통째로 냉장 보관한다.


무안군은 국민식재료 양파 활용의 저변확대를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무안군 "단맛 강한 조생종으로 인기 양파빵 만들 계획"

무안군의 최대 축제인 연꽃축제 기간에는 양파를 식재료로 활용한 음식만들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무안에서는 양파김치가 일반가정과 식당의 기본반찬이지만 체험에 참가한 외지인들에게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유의 매운맛으로 꺼리는 양파가 김치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신기해한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안군은 즉석식품으로 양파빵 만들기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양파를 주재료로 앙금을 만들고, 현장에서 즉석 구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무안군청 김미양 농산물가공팀장은 "양파는 맵다는 인식이 있지만 조생종은 단맛이 강하다"면서 "양파를 활용한 즉석빵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찾는 강변도로나 칠산대교 등에서 연중 사시사철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합니다.


​[무안=뉴시스] 박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