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때 후방 주의! 사이드미러의 역사

[자동차]by 피카미디어

사이드미러는 후방 시야를 책임지는 자동차의 필수 구성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자동차와 지금의 자동차를 떠올려 비교해 봅시다. 바퀴가 네 개 달려있다는 것 외에는 그 형태도, 구조도 거의 같은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죠. 타이어를 비롯한 몇몇 부품은 외형 상 비슷해 보일 수 있어도, 성능이나 수명 등 기술적인 격차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자동차는 탄생 이래 어마어마한 발전을 거듭해 왔기에, 과거의 자동차와 현대의 자동차를 기술적으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수만 개의 부품 중에서도 100년 넘게 기술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운전 중 후방 시야를 책임지는 사이드미러입니다.


그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본질적으로 운전자의 시야가 닿지 않는 후방을 확인하기 위한 거울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는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한 숨은 진보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사이드미러의 발전상과 미래 전망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반세기 동안 사이드미러가 필요 없었던 이유​

마차 시대에도 후방 확인을 위해 거울을 쓰는 일은 종종 있었습니다.

사이드미러, 아니 더 포괄적으로는 차량용 후사경은 자동차의 여러 구성 요소 중 비교적 일찍 탄생한 편입니다. 운전을 하면서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거울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자동차는 물론, 마차를 모는 마부들도 거울을 휴대하고 다니며 필요할 때 차체 뒷편을 비춰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고정식 거울을 단 레이 해로운의 레이스카. 운전석 앞의 튀어나온 부분이 거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여유롭게 거울을 꺼내 비춰볼 여유가 사라지자, 아예 자동차에 고정식 거울을 설치하는 아이디어가 등장합니다. 이를 최초로 구현한 건 미국인 레이서 레이 해로운(Ray Harroun)이었습니다. 그는 1911년 인디애나폴리스 500 경주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레이스카에 후사경을 하나 설치했는데요. 그러나 고정 구조가 약한 데다 당시 자동차 경주장은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였기 때문에, 그의 후일담에 따르면 "후사경이 너무 흔들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운전자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던 후사경에 대해 처음으로 특허를 낸 건 미국인 사업가 엘머 버저(Elmer Berger)였습니다. 해로운의 레이스카보다 무려 10년이나 늦은 1921년에야 특허를 냈지만, 이전까지 아무도 차량용 거울 따위의 특허를 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죠. 어쨌거나 그는 최초의 '공식적인' 후사경 발명가로 기록됐고, 자신의 회사에서 차량용 후사경을 만들어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습니다.​

1940년대까지도 사이드미러는 사치 옵션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처럼 원리가 단순한 후사경이지만 당시에는 불필요한 '사치 옵션'으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과거와 지금의 교통 환경이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후사경을 보는 건 주로 운전 중 차로를 변경할 때, 그리고 주차를 할 때죠. 그런데 193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다차로 도로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후사경을 보며 차로 변경을 할 일이 없었죠. 또 지금처럼 자동차가 많지도 않고 교통법규가 체계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차를 할 때도 굳이 사이드미러가 필요 없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차에 사이드미러는 굳이 필요 없었습니다.

차량 구조의 차이도 컸습니다. 현대적인 자동차는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운전석이 비교적 낮게 위치하고, 전고도 낮습니다. 또 보온과 소음 감소를 위해 밀폐된 캐빈 룸 구조를 지니는데요. 과거의 자동차는 전고가 훨씬 높은 데다 개방형 캐빈 룸에 천막 지붕을 얹는 수준이었기에,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충분한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활용도가 낮으니 후사경은 선택 사양으로 빠져 있었고, 그나마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선택하지 않은 것이죠.


그랬던 후사경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일입니다. 자동차의 고성능화에 따라 클로즈드 콕핏 구성이 보편화되고, 차량 수가 늘어나고 다차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후방을 확인할 필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량 측면에 부착된 사이드미러와 뒷유리를 통해 차량의 정후면을 확인할 수 있는 룸미러가 표준화됩니다.

의무화 된 사이드미러, 어떻게 발전했나​

1950년대까지도 사이드미러는 의무화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1955년식 뷰익 센추리.

하지만 사이드미러가 사치품이 아닌, 일반적인 사양이 됐음에도 의무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야 추월 시 사용하는 운전석 사이드미러가 의무화되고, 동승석 사이드미러는 옵션인 경우가 많았죠. 미국에서 운전석 사이드미러를 포함한 최소 2개의 후사경 장착이 의무화 된 건 1986년의 일입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우리에게 익숙한 전동식 사이드미러가 등장합니다.

과거의 사이드미러는 전동 접이 기능은 커녕, 각도마저 일일히 수동으로 조정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거울만 움직이는 방식이 아닌 사이드미러를 통째로 이리저리 비틀어 각도를 맞추는 방식이었죠. 1980년대부터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윙 타입 사이드미러(거울과 커버가 분리된 오늘날의 사이드미러 형태)가 도입됐고, 그에 따라 도어 안쪽에 각도를 조정하는 손잡이가 설치되거나 일부 고급차에는 전동식 조정 장치가 탑재됩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까지 휀더 장착형 사이드미러가 존속했습니다.

차종에  따라 달랐던 사이드미러의 위치도 198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조작이 쉽고 왜곡이 적은 A-필러 주변으로 통일됩니다. 일부 일본차는 사각이 적어 좁은 길 운전에 유리한 휀더 장착형 사이드미러를 1990년대까지 고집했지만, 보행자 보호를 이유로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운전자의 편의성과 안전을 위해 사이드미러 역시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편의 기능이 바로 눈부심을 방지하는 디밍(dimming)이죠. 의외로 디밍 기능은 1940년대에 발명됐는데요. 처음에는 밝기를 감지해 밝은 거울과 어두운 거울을 기계적으로 변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기능은 일부 모델에 선택 사양으로 도입됐지만, 일반 사이드미러 옵션도 선택하지 않던 시대에 이런 기능이 호응을 받을 리 없었죠.​

전기변색식 후사경의 구조. 요즘은 룸미러는 물론 사이드미러에도 이런 기능이 적용됩니다.

이후 실내용 룸미러에는 프리즘의 원리를 적용해 수동 디밍 기능이 도입됐고, 오토 디밍 기능이 다시 시도된 건 1980년대의 일입니다. 광센서와 전기변색(ECM) 장치를 사용해 구조가 단순하고 감광 효과가 뛰어난 ECM 오토 디밍 미러는 큰 호응을 얻었고, 룸미러를 시작으로 사이드미러까지도 적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현재는 고급차는 물론 대중차에서도 어렵지 않게 ECM 오토 디밍 기능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사이드미러의 중요한 기능은 차로 변경 시 후방 관측이지만, 그 크기를 무한히 늘릴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死角)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엔지니어들에게 사이드미러의 사각을 줄이는 건 가장 골아픈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볼록 거울은 왜곡 탓에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경고문을 반드시 기입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좌우 사이드미러의 형태와 크기를 다르게 해 최적화된 시야를 확보하거나, 볼록 거울을 장착해 사각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시도됐습니다. 하지만 볼록 거울은 왜곡이 발생해 거리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상존했고, 이마저도 사각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죠.​

볼보는 2007년 세계 최초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을 상용화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입니다. 초음파 센서 등을 활용해 사이드미러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을 인식하고, 이를 운전자에게 음성이나 시각 정보로 전달하는 것이죠. 최초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은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라는 이름으로 2007년 볼보에서 상용화됐습니다. 이후 여러 회사들이 이와 비슷한 기능을 도입했고, 오늘날에는 이 또한 보편화된 안전 사양이 됐죠.

카메라는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카메라로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사진은 뷰익 센추리온 콘셉트카.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최초로 이런 시도를 한 건 1956년 공개된 뷰익 센추리온(Centurion) 콘셉트카였는데요. (당시에는 의무도 아니었던)사이드미러 대신 후방 카메라를 달아 시야를 확보한다는, 엄청나게 진보한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기술로 이를 구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자연스럽게 잊혀졌죠.


처음으로 후방 시야 확보에 카메라를 활용한 건 1991년입니다. 버블 경제가 절정이었던 일본의 토요타가 세계 최초로 주차 보조용 후방 카메라 옵션을 상용화, 내수 전용 모델이었던 소어러(Soarer) 쿠페에 적용합니다. 이 옵션이 일본 외의 국가에 소개된 건 2002년, 인피니티가 후방 카메라 옵션을 장착한 Q45를 북미에 수출한 것이 최초입니다.​

신뢰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카메라는 사이드미러의 보조 기능으로만 탑재돼 왔습니다.

하지만 후방 카메라는 후진 시 차체 뒷편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수는 없었죠. 엔지니어들은 점점 커 지며 차의 미관을 해치고 공기저항을 늘리는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주행 중 오작동이나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 카메라 시스템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일부 차량에서 사각지대를 보완할 목적으로만 카메라를 사용했을 뿐, 사이드미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8년, 렉서스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상용화합니다.

2018년, 최초의 후방 카메라 콘셉트가 등장한 지 62년 만에 세계 최초의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상용화됩니다. 렉서스가 ES의 내수 사양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옵션을 도입한 것이죠. 이미 여러 회사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다른 모델에도 잇따라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적용됩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중 상당수가 첨단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채택하는 추세입니다. 혼다 e, 아우디 e트론, 현대 아이오닉 5 등이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적용했고, 공기저항에 민감한 대형 트럭이나 하이퍼카 업계에서도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진과 달리 유리창에 직접 화면을 투영하는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상용화된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모두 별도의 디스플레이에 후방 화면을 재생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유리창에 화면을 투영하는 방식 또한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BMW는 지난 6월 이미 이런 '버추얼 사이드미러'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는데요. 물론 악천후 상황에서의 시인성 등 여러 과제가 남아있지만, 디지털 사이드미러조차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카메라를 활용한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기존의 거울식 사이드미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모든 차가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채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몇 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거울과 달리,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고가의 시스템이기에, 대중적인 소형차나 신흥 시장용 저가 모델에 도입하는 건 힘든 까닭입니다.​

이렇게 작아진 사이드미러,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발전할까요?

확실한 건 인간이 후방 시야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질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사이드미러는 존속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작은 거울(혹은 카메라)이 적어도 수백만 명의 운전자의 생명을 지켜 왔으니까요. 더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 준 작은 거울 한 쌍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기대해 봅니다.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몰 매거진

2023.02.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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