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헬스장은 정액제를 선호할까?

퇴근길, 허한 배를 움켜쥐고 하루를 마무리하러 집으로 가는 길에 아르바이트생이 내미는 전단을 받는다. 그들이 내미는 전단은 두 종류 중 하나다. 하나는 헬스장 전단, 하나는 학원 전단.

 

나는 굳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기에 학원 전단은 뒤로 하고 헬스장 전단을 본다. 3개월에 12만 원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내가 몸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을 뒤늦게 기억하며 전단 속 남자의 근육처럼 변한 나 자신을 상상해 본다.

왜 헬스장은 정액제를 선호할까?

헬스장. 많은 사람에게 애증의 공간으로 통하는 곳. 회비를 내지만 막상 어느 순간부터 가지 않는다는 곳. 이곳은 어떻게 돈을 벌며 살아가는 것일까? 필자는 헬스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다가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왜 헬스장은 정액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일까? 여기에도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오늘은 헬스장의 정액요금제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유도하는지 알아보고, 우리가 왜 헬스장을 등록하고 가지 않는지까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 것이다.

하루 요금제 vs 정액 요금제

헬스장은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월 n 만원’, ‘연 n 만원’ 등의 문구를 드러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들이 하루 이용요금이 아닌 정액제를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정액제를 사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더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엄청난 일이 아니겠는가!

왜 헬스장은 정액제를 선호할까?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자는 요금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각각의 생각을 종합해 보기로 했다. 다음 예시는 사용할 때마다 돈을 내는 종량제와 한 번에 결제하는 정액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다.

 

A : 하루 이용료 1000원, 1달 동안 이용
B : 월 이용료 30000원, 1달 동안 이용

 

두 가지 옵션을 사람들에게 제시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은 B보다 A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와 B의 총 가격이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옵션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같을 때는 오히려 변수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이 매일 그곳을 이용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A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옵션에서 사람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게 된다.

 

A : 하루 이용료 1000원, 1달 동안 이용
B : 월 이용료 20000원

 

다음 옵션을 제시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은 A보다 B를 선택했다. A의 옵션이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B 옵션에 어떤 장점이 있기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꾼 것일까?

 

앞선 사례에서는 A를 선택하든 B를 선택하든 만약 30일 동안 빠짐없이 헬스장을 방문한다면, 지급할 가격이 30,000원으로 같다. 사람들은 빠짐없이 헬스장을 나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따라서 가격이 같을 경우, 자신이 30일 동안 헬스장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결국 30일을 나가지 않았을 경우, 상대적으로 지급액이 적은 A 옵션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월 이용료가 30,000원에서 20,000원으로 떨어질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진행했던 대로 만약 30일 동안 빠짐없이 헬스장을 방문한다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A가 30,000원이고 B가 20,000원이기 때문에 얼핏 보면 B를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두 옵션 중 정액제 요금이 더 낮을 경우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가격이 낮은 것을 선택한다. 단지 가격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직관적인 선택을 끌어낼 수 있다.

정액제의 넛지 ; 싸니까 일단 사고 보자

정액제는 언뜻 보면 소비자에게 이득으로 보인다. 하루하루 돈을 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이 절감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액제는 절대 당신에게 이득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은 절대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헬스장이 당신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넛지 장치다.

왜 헬스장은 정액제를 선호할까?

당신은 앞서 두 번째 옵션에서 B를 선택할 때, 변수가 될 수 있는 당신의 헬스장 방문 횟수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신이 30일 동안 한 번도 빠짐 없이 헬스장을 간다고 가정할 경우 정액제의 가격이 더 낮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B를 더 나은 대안으로 선택했다.

 

이를 정리하면 정액제의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가격이 더 낮은 것을 선호하며(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정액권은 사실상 당신이 할인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하루 이용권보다는 정기 이용권을 끊게 하여 헬스장은 고정고객 1명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가격체계를 조정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하루 요금제보다 정액제 요금제를 더 선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전략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우리가 정액권을 끊었을 때, 당신은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할인에 대한 의미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필자 고석균 (블로그, 페이스북)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자.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좋아합니다.

2017.09.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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