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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코로나가 식물성 식품 소비를 가속화하는 방법

by리얼푸드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진 가운데 유일하게 ‘웃을 수 없는 미소’를 가진 것은 식품 분야이다. 올해 유일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 지출이 감소하고 있으나 2020년 식음료 및 무알코올 음료의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 내 요리 횟수가 많아지면서 식음료 소비가 늘어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사태에 따라 식량을 비축해두려는 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식물성 식품의 소비는 가속화되고 있다. 건강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 후광 역할을 맡은 셈이다. 미국 채식식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 월 19 일까지 코로나가 확산된 16주간 미국내 식물성 식품 판매량은 일반 식품보다 35%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에서도 더 ‘건강‘하고 ‘가치있는’ 지출을 원하며 이에 부합하는 식품 분야는 바로 식물성 식품이다. 코로나로 전환기를 맞은 식품 세계는 다양한 방법과 분야의 확장을 통해 식물성 식품의 소비를 늘리고 있다.

▶건강에 대한 가치 투자→식물성 식품의 풍부한 ‘영양소’


유로모니터는 “코로나19로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가 위생과 신체 건강에 맞춰졌다며 이는 식음료 산업의 높은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특히 천연 원료의 식물성 식품은 구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동물성 식품에서 볼 수 없는 식물 고유의 항산화물질은 물론, 풍부한 식이섬유등의 영양소가 면역력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은 이제 면역력을 관리해야 하는 일상에서 중요한 의무가 되버렸다.

▶‘코로나 블루’→먹고나면 ‘건강해진 기분’


흥미로운 점은 이제 소비자들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식물성 식품을 손에 집어든다는 것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기업 듀폰 영양& 건강(DuPont Nutrition & Health)의 연구(2018)에 따르면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식물성 식품을 먹었을 때 건강한 기분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답했다. 기분 향상을 위해 식물성 식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코로나 이후 더욱 높아졌다. 외부 활동의 감소로 생긴 우울한 감정,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 경기불황에 따른 스트레스 등 코로나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위해 영양사들이 권고하는 음식 역시 식물성 식품들이다. 정신건강에 좋은 트립토판과 비타민 B6, 마그네슘. 요오드와 아연, 식이섬유 등은 신선한 식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유로모니터 보고서는 사람들이 정신건강에도 주목하게 되면서 관련된 식품 분야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줄어든 활동량→체중감량에 필수인 식물성 식단


코로나19가 우울감을 높이는 이유는 또 있다.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체중증가이다. 다이어트 식단에서 식물성 식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칼로리가 낮고 다이어트시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물성 고기등 기름진 음식은 먹는 대신 탄수화물을 줄이는 일명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경우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영양소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사들의 경고가 나온 바 있다. 장기적이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 해조류와 저칼로리인 식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 영양사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대체육 · 대체 유제품의 발전→고를 수 있는 ‘품목의 다양화’


코로나19 확산후 식료품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승자는 식물성 고기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 월 30 일까지 미국내 대체육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9.8 % 증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퍼지는 동물성 질병”이라는 과학자들의 지적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육류 공장에서 잇달아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그리고 육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가격상승은 대체육으로 시선이 쏠리게 만들었다. 마침 대체육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기업들의 거대한 투자와 다양한 신생기업들의 기발한 연구로 거듭 성장세를 보여온 추세였다. 품목의 다양화도 시장 활기를 더한 요인이다. 햄버거 패티뿐 아니라 가정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미트볼이나 꼬치, 핫도그, 그리고 치즈와 버터 등의 식물성 유제품들도 다양해졌다.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레시피 [사진=비욘드미트 홈페이지]

대체육으로 만든 다양한 레시피 [사진=비욘드미트 홈페이지]

다만 가공식품인 식물성 고기가 과연 건강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행중이다. 가공과정에서 첨가되는 성분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뜨거운 이슈이다. 미국 국립소고기협회는 ‘가짜 고기’는 가압추출 카놀라유, 정제 코코넛 오일 및 기타 여러 성분을 함께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일부 영양사들은 경제매체 비지니스인사이더를 통해 가공식품이라는 점이 건강하다고 할 수 없으나 과다 섭취시 각종 암을 일으킬 수 있고, 온실 가스 배출률이 높은 육류보다는 식물성 버거가 더 건강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비싸더라도 지속가능성 가치가 있다면…


코로나19이후 수요가 폭증한 대체육이지만 가격은 육류에 비해 비싸다. 미국의 대표 대체육 브랜드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의 팻 브라운(Pat Brown) 최고 경영자는 “우리는 가능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가격이 현재보다 내려간다면 육류와의 게임에서 완전히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팻 브라운의 자신감이 아예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다. 코로나19이후 소비 트렌드는 가격 경쟁 보다 ‘가치’ 경쟁에서 더 점수가 높아진 성향이 강하다. 가치가 있는 식품이라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얘기다. 유로모니터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커짐에 따라 소비자의 지출은 더 값진 가치를 지닌 곳으로 향할 것이며, 이러한 소비 패턴은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건강 등 자신의 필요를 충족해주는 가치인 동시에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가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식품회사들이 제품 공급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클린 라벨’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건강한 가치 추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육식을 이야기하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연을 한계까지 몰아부치는 식습관의 위험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건강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식물성 식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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