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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플라스틱부터 코팅 종이까지’…식품 포장의 위기

by리얼푸드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

플라스틱부터 코팅종이까지 안전성 논란

PFAS을 비롯한 화학물질 규제도 강화 추세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 679종, 잠재적 우려물질”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김모 씨는 편의점에서 랩으로 포장된 샌드위치를 먹은 후, 카페에서 코팅종이에 올려진 스콘을 구입했다. 저녁으로는 플라스틱 용기로 배달된 뜨거운 김치찌개를 먹었다.


이날 김모 씨가 먹은 것은 단순한 음식만이 아니다. 일회용 포장에는 매우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 커피전문점의 발암물질 검출 논란으로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도 포장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연구 보고나 규제 정책의 강화가 이어지는 추세이다. 식품의 종류와 재배 방식 뿐 아니라 그 식품을 ‘어떻게 담느냐’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 포장 속 PFAS, 자주 노출되면 각종 질환 위험 ↑

“랩이나 코팅종이에 담긴 음식을 자주 먹으면 화학물질이 몸에 축적되어 암이나 각종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버몬트 주(州) 의회에서 지니 라이언스(Ginny Lyons) 상원 의원은 과불화화합물(PFAS)을 비롯한 화학물질 금지 법안을 발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PFAS는 기름이나 물 등이 포장지에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피자·햄버거 등을 싼 코팅종이나 일회용 컵, 코팅 프라이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PFAS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이유는 환경에서 분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식수나 토양, 공기, 식품의 경로를 통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품 포장의 횟수가 급증하면서 일상 속 PFAS 접촉이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PFAS를 그룹2B 발암물질(인체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으며, 미국 환경청(EPA) 역시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있는 물질’로 구분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심각한 유해 물질인 PFAS에 대해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4월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를 담은 EU리치(EU REACH) 개정안을 내놓았다.


홍윤희 세계자원기금(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PFAS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동물과 인간의 생식 발달, 면역체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 자연으로 유출되고, 어떤 경로로 인간에게 유입되는가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위해 물질, 밝혀지지 않은 종류 많아”

플라스틱의 위해성 논란도 뜨겁다. 플라스틱은 단량체를 용도에 맞게 생산, 가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첨가제와 가공보조제가 이용된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세계 최초의 연구도 발표됐다. 과학저널 ‘환경과학과 기술’에 실린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물질을 포함해 총 1만 500종에 달하는 화학물질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전체의 24%에 해당하는 2480종을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우려 물질’로 분류했으며, 이 중 53%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도 규제되지 않은 물질이라고 했다.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의 종류로는 총 2109종이 발견됐으며, 이 중 679종(32%)이 잠재적 우려물질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잔류성, 발암성, 내분비 교란성 등의 화학물질들이 포함돼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4분의 1가량이 우리 몸에 축적되거나 독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암을 일으키거나 특정 기관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의 상당수가 대부분 규제되지 않거나 모호하게 설명돼 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포장은 특히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된다. 가공식품은 최근 국내 조사에서도 지속가능한 포장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발간된 WWF의 ‘상품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PSI)’ 보고서에 따르면, WWF가 유통기업 이마트와 함께 상품 포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발한 ‘포장재 평가 표준 지표’를 통해 108개 상품을 비교분석한 결과, 가장 낮은 점수는 가공식품으로 조사됐다. 포장공간 비율이나 포장 횟수를 초과한 사례가 많았으며, 포장재 소재의 표기도 불명확했다. 반면 가장 높은 점수는 재활용 가능 소재를 사용한 과일 상품이었다.


홍윤희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식품 포장재의 경우, 불필요한 사용을 제한하고 재활용 가능 소재를 확대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이를 적극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