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소시지’, ‘비건 버거’…프랑스에서 이런 이름 못 쓴다.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비건 소시지’, ‘비건 버거’…. 요즘 나오는 식물성 채식 가공식품의 제품명은 주로 이런 식입니다. 동물성 식품을 가리키는 단어 앞에 ‘채식’, ‘비건’ 같은 어휘를 붙인 조어(造語)입니다.
프랑스에선 앞으로 이런 식의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각) 프랑스 국회는 식품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제품명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식품업체들은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 ‘햄’ 같은 단어를 동원해 식물성 식품의 이름을 짓지 못하게 됩니다. 우유, 버터, 마요네즈 등 전통적인 유제품을 대체하는 식물성 제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가령 아몬드 밀크, 두유 마요네즈 같은 것들이 해당됩니다.
프랑스 의회가 이런 법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지난해 나온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이 있습니다. ECJ는 콩이나 두부로 만든 가공식품에 우유나 버터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채식인을 겨냥해 만든 제품에 버거, 소시지 같은 어휘를 붙이는 식품업체에는 최대 30만유로(약 3억9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프랑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시행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시선은 엇갈립니다. “이번 법안에 따라 동물성 식품 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 하면 “소비자들이 채식 식품을 더욱 낯설게 생각하는 결과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의 웬디 히긴스 미디어 디렉터는 “채식, 채식주의를 포용하는 대신에 프랑스는 방어적인 입장을 선택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품 이름을 뭐라고 붙이든 맛있고 영양가 높고 친환경적인 식습관의 확산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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