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의 시대…‘친환경 포장’이 대세…

[푸드]by 리얼푸드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로 가득 찬 식품 부스 사이에서 유달리 눈길을 끄는 녹색 벽면 앞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멈췄다.


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중반 최미영 씨는 함께 온 직원에게 “앞으로 이런 건 꼭 봐둬야돼. 정말 중요해질 거야”라고 말했다. 최미영 씨는 “올 초 미세 플라스틱 이슈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카페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의 사용이 금지되며 친환경 컵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토양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종이컵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부터 서울 삼성동에서 열리고 있는 제 13회 국제식품산업전 ‘2018 푸드위크’에선 올 한 해 식품업계 주요 이슈로 떠오른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 코리아의 최정관 대표는 “소비자들은 내가 구매하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며 “친환경 패키지처럼 윤리적 부분을 강조한 식음료를 더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내에서도 재활용품 수거 대란으로 플라스틱 사용 절감에 대한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플러스틱 제로 운동에 한창이다.


2018 코엑스 푸드위크에서 만난 테코플러스는 기존의 플라스틱 대신 코코넛과 천연 미네랄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인 ‘미네랄 플라스틱’을 선보였다.


황근하 테코플러스 과장은 “코코넛과 미네랄을 섞어 플라스틱을 만들어 기존 석유재 원료 의 사용량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률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테코플러스의 자체 기술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은 국내외 공인 기관에서 테스트를 받은 뒤 국내 최초로 각종 식품 안전 인증을 취득했다. 인체 안전성 검증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독일 식품용품법(LFGB), 유럽연합의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1, RoHS2, RoHS3),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Bisphenol) A 검출 여부(BPA Free) 테스트를 거쳐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성 검증을 위해 미국 농무부에서 부여하는 바이오 소재 기반 인증(USDA BioPreferred)도 따냈다.


테코플러스는 신효산업과 기술 제휴로 테이크아웃 컵·뚜껑, 도시락 등 식품용기, 일회용컵, 컵라면용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씨유(CU)와 삼성전자에서도 테코플러스의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테코플러스와 신효산업은 코코넛과 미네랄로 만든 친환경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테코플러스와 신효산업은 코코넛과 미네랄로 만든 친환경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황 과장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들은 고분자 물질이어서 미생물이 먹지 못해 분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복합 생분해 첨가제(T-MBA)를 넣어 플르스틱을 저분자화해 분해 시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테코플러스가 개발한 복합 생분해 첨가제는 플라스틱 제조공정에 1%만 첨가하면 올레핀계 고분자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대 60개월 내에 분해시키는 기능을 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식료품 쇼핑 인구가 많아지며 사용량이 증가한 일회용품 중 하나는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이다.


써모랩코리아에서는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박스를 개발했다. 장문현 써모랩코리아 과장은 “요즘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마켓을 통해 식료품 배송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 이 친환경 박스는 기존의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게 만든 새벽배송에 최적화된 냉장, 냉동 박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마켓컬리에선 새벽배송에 써모랩코리아의 에코 박스를 쓰고 있다. 수요도 상당하다. 장 과장은 “에코 박스의 경우 월 20만 장씩 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물로 자원순환이 가능한 친환경 발수체를 이용한 아이스팩을 만들어 재활용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장문현 과장은 “아이스팩에 들어가는 물은 재처리가 가능해 환경 오염의 염려도 없고, 연간 12만톤의 물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팩에 함께 들어가는 친환경 발수체는 종량제로 버리지 않고, 분리배출이 용이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특허를 받았다. 헬로네이처를 비롯해 NS홈쇼핑, 롯데홈쇼핑, GS프레쉬, 올가니카 등 환경을 생각하는 식품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로 천연 양모 패드를 선보인 업체도 있었다. 스크랜톤 리미티드다. 이 업체에선 양모를 사용한 포장재 ‘울팩’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박동준 스크랜톤 리미티드 이사는 “천연 양모가 냉기 누출을 막아 박테리아 성장을 줄여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종이박스 안에 넣고 냉동·냉장 상품과 냉매를 함께 넣으면 최대 24시간 동안 5℃ 이하로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모패드는 단백질로 구성, 매립 이후 6개월 안에 생분해된다. 박 이사는 “올팩 하나로 5배나 되는 양의 스티로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포장용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친환경 용기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기준도 자리잡지 않은 상태다.


친환경 종이컵을 비롯한 다양한 용기를 생산하고 있는 박형철 신효산업 부장은 “친환경 용기라고 말하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을 높였는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용기를 선택할 때엔 환경호르몬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미세 플라스틱을 남기지 않는 것을 ‘친환경 용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근하 과장은 “우리도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지만, 플라스틱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상용화된 기술과 소비자의 기대치 사이의 갭이 굉장히 큰데 꾸준한 개발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2018.12.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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