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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은쟁반에 배달된 백반의 추억… 맛에 감성을 더하다

by세계일보

면목동 행운식당

여섯개 정도 테이블 갖춘 정갈한 식당

아들이 대를 이어 사람들에 행복 배달

작은 공장들 덕분 거리에 음식점 가득

청국장부터 백반·쌈밥집 등 맛집 즐비

매콤한 양념의 닭조림 꾸준히 사랑 받아

혼밥족에게는 삼겹제육덮밥이 큰 인기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옛 생각이 난다. 옷감 보푸라기에 손이 검댕이 되어도 쪽가위를 들고 어머니를 도와주다 은쟁반에 배달된 백반을 맛있게 먹던 그때가 종종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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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동 행운식당

어렸을 적부터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익숙했다. 학교에 다녀오고 나면 어머니 미싱 옆에 앉아 작은 쪽가위로 실밥을 따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낙 중에 하나였다. 집에서 작게 시작한 어머니의 공간은 아버지와 함께 공장을 차리게 되어 제기동으로 나가게 되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였는데 학교와 공장이 멀지 않아 오전 수업 끝나면 들러 같이 점심을 먹을 일이 많았다. 공장 점심은 주로 근처 백반집의 배달 음식을 먹었는데, 내가 온 날에는 원래 시키던 인원수에서 밥 한 공기만 더 추가하면 반찬이며 국이며 부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찬 가득한 은쟁반을 머리에 이고 오는 아주머니들의 전문성은 지금의 배달 라이더 못지않은 스피드와 정확성으로 공장 곳곳을 누비며 짧은 점심 시간에 사람들의 허기짐을 충족해 주었다.


면목동은 옛날부터 봉제 공장이 많았다. 시대가 변한 지금도 골목 사이사이엔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종종 들릴 정도로 작은 미싱 공장들이 있다. 미싱 소리를 들으면 이젠 은퇴하신 우리 부모의 젊은 날이 떠올라 마음이 살짝 먹먹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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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식당 닭조림 한상 차림.

면목동의 작은 공장들 덕분에 전철역이 멀고 번화가도 아닌 동네 거리에도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청국장부터 백반, 쌈밥집, 보리밥집 등 점심시간 푸짐하고 좋은 가격에 찾을 수 있는 곳들 말이다. 그중 행운식당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1년 전 자리를 옮겨 새로운 곳에 터를 잡은 행운식당은 처음 온 이들이 새롭게 생긴 곳으로 오인하기에 좋지만 나오는 음식을 먹어 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작은 부엌에서 빠르고 정갈하게 나오는 반찬과 음식에서 족히 몇십년 손발을 맞춰 왔을 가족들의 노하우가 느껴진다. 특히 근처 공장에서 배달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음식이 식지 말라고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짐칸이 있는 옛날 자전거로 식사를 배달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고 정겹게 다가온다.


행운식당은 대를 잇는 곳이다. 쉬는 날 없이 반찬을 만들고 배달을 하는 부모의 고된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은 이제 어머니와 함께 반찬을 만들고 아버지의 자전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해 준다. 행운식당의 점심시간은 정신없이 붐빈다. 여섯 개 테이블 정도의 작은 식당에서 정갈한 집 밥을 먹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가다 보면 짧은 점심시간에 미처 기다리지 못해 돌아서는 손님들이 왕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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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식당 닭조림.

#닭조림과 삼겹제육덮밥

행운식당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메뉴는 바로 닭조림이다. 매콤한 양념을 전골에서 천천히 졸여 가며 먹는 이 메뉴는 식사용으로도 안주용으로도 참 사랑받는다. 근처 재래시장이 가까운 행운식당의 닭은 그날그날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받아 와 준비한다. 닭조림은 매콤하며 깊은 맛이 나는데 끓이고 끓인 닭고기의 감칠맛이 입에 감겨든다. 반찬도 훌륭하다. 매일 바뀌는 반찬은 어머니가 해 준 정다운 그런 맛이다. 종류도 많고 양도 넉넉하다. 또 접시가 비어 갈 때쯤이면 푸근하게 다시 채워 주기도 한다.


혼자 오는 손님들에게는 삼겹제육덮밥이 인기가 좋다. 달큰한 맛이 나는 소스에 밥을 버무려 한입 가득 뜨면 다 삼키기 전에 반찬들을 집으며 나도 모르게 우악스러운 사람이 된다. 동네에 이런 백반집이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스가 독특했다. 감칠맛과 설탕이 아닌 재료의 단맛, 짜지 않고 달큰한 그 맛, 오각형의 밸런스가 잘 맞는 듯한 이 평범한 듯 비범한 맛이 단골들이 생기는 비밀 같았다. 어머니의 특선 양념을 소개하는 작은 사장의 미소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제육덮밥은 1980년대 제육볶음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먹기 위해 전파되었다. 분식, 백반집에선 돈까스와 쌍벽을 이룰 만큼 인기가 높으며 어지간한 곳 아니면 맛으로 실패할 확률이 작은 편이다. 고추장 양념 또는 고춧가루 양념 베이스로 만들며 걸쭉하고 진한 느낌의 제육과 고춧가루 기름에 튀기듯 볶는 투명한 느낌의 제육이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전자는 소스가 걸쭉해 덮밥용으로 좋고 후자는 갖은 야채를 함께 볶아 넣어 안주용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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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고기 고추장 파스타. 

고기 고추장 파스타 만들기

볶은 고기 고추장 100g, 올리브오일 30㎖, 버섯 50g, 마늘 2톨, 쪽파 20g, 가루 파르메산 치즈 10g, 면수 50㎖,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50g, 계란 1알


① 마늘은 편 썰고 버섯은 다진 후 볶는다. 

② 계란은 식초를 넣은 물에 5분간 삶아 수란을 만든다. 

③ 팬에 오일을 두르고 편 썬 마늘을 볶는다. 

④ 스파게티면을 넣은 후 면수를 넣어 버무리고 접시에 담는다. 가루 파르메산 치즈를 뿌린다. 

(5) 볶은 고기 고추장과 볶은 버섯, 송송 썬 실파를 뿌린다. 마지막으로 수란을 올린다.


김동기 청담 그리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