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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김도훈의 맛있는 이야기

음식 맛·보존에 필수… 바다·햇빛·바람이 준 ‘하얀 황금’

by세계일보

인류 문명과 함께 한 만큼 종류 많아

바닷물 염전으로 끌어와 증발시킨 천일염

김치·장 등 발효음식 만들때 큰 조력자

끓여서 만든 전통소금 ‘자염’ 프리미엄급

佛 게랑드 소금·英 말돈소금 명품 꼽혀

세계일보

‘소금이 나오는 맷돌’이라는 한국 전래동화가 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하기만 하면 만들어내는 임금님의 맷돌을 훔친 도둑이 바다에서 소금을 외치다가 욕심이 과하여 맷돌이 바다에 가라앉았고 그때부터 바닷물이 짜졌다는 내용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프랑스의 마술방아,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 등처럼 소금의 유래나 이야기가 나라별로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인류 문명과 역사에서 ‘하얀 황금’으로 불릴 정도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인류가 이용한 조미료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었고 감미료나 산미료와는 달리 대체하기 어렵다. 국가에서 전매제를 시행하면서 국가 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고 소금을 통해 장기간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을 찾게 되어 장거리 여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소금을 캐기 위한 굴착기술이 석유 시추를 하는 기술로 이어지기도 하였고 소금으로 인하여 혁명 또는 전쟁도 일어났다. 결론적으로 인류에게 기여한 중요한 물질이다. 요즘 방송이나 매체에서 다양한 소금이 소개되고 있다. 어떤 고깃집에서는 말돈소금을 사용하고 양식 레스토랑에서 천일염 중 토판염을 사용한다는 내용들이다. 인류 문명과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수많은 종류의 소금이 존재한다.

#천일염과 자염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가두어 놓고 햇빛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소금이다.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이 신안, 태안 등 서해안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는 지중해와 홍해 연안, 미국, 중국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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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국내 천일염은 3가지로 분류된다. 갯벌을 그대로 사용하여 생산한 천일염인 토판염, 염전 바닥에 옹기로 된 타일을 깔아서 생산한 옹기타일염, 그리고 일반적인 생산방식인 검정 PVC 장판을 깔고 생산한 천일염이다. 현재는 PP장판으로 교체한 친환경 천일염도 생산되고 있다. 훌륭한 천일염은 2년 이상 간수를 뺀 것을 친다. 불순물이 섞인 간수가 빠지면 염도는 낮춰지고 특유의 단 맛이 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천일염은 젓갈, 김치, 장 등 우리의 발효음식을 만들 때 가장 큰 조력자이다.


고려, 조선시대의 문헌에도 등장하는 자염(煮鹽)은 한자 그대로 끓여서 만든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소금이다. 천일염이 전통방식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천일염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도입됐다. 자염은 바닷물을 갯벌에서 증발시켜 농축시킨 염도 높은 함수를 모아 끓여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함수 3t에서 생산되는 자염의 양은 60~70㎏으로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입자가 곱고 짠맛이 적으며 미네랄이 풍부하다. 끓이는 과정에서 살균과 함께 오염도 일어나지 않아 프리미엄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자염의 명맥은 한때 끊길 뻔했지만 지자체와 각 기업들의 노력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다. 국내산 자염은 반드시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꽃소금에서 함초소금까지 종류도 다양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소금이 있다. 갈 때마다 어떤 소금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가장 쉽게 분수 있는 것이 꽃소금으로 불리는 재제염이다. 천일염에는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불순물들도 함유하고 있다. 재제염은 천일염을 깨끗한 물에 녹여 불순물을 없앤 뒤 다시 끓여 만든다. 재제염이란 이름 자체가 다시 만든 소금이란 뜻이다. 결정의 모양이 눈꽃 모양과 같아 보여서 꽃소금이라고 불린다. 물에 녹인 후 다시 한 번 끓인 만큼 아무래도 천일염보다 더 하얗고 입자가 곱다. 이 소금이 보통 우리가 가정에서 요리할 때 사용하는 소금이다.


정제염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이온수지막을 통과시킨 후 전기분해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소금이다. 불순물 없는 순도 99%의 소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과자, 라면 등을 만드는 기업에서 식품공업용으로 사용한다. 보통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맛소금은 정제염에 MSG를 첨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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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초소금은 갯벌에서 소금기를 먹고 자란 함초를 그대로 말려 가루로 만들어 사용한 소금이다. 최근 건강에 좋은 것으로 많이 알려진 함초소금은 짠맛을 더하기 위해 천일염이나 자염을 활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이외에도 구운소금,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죽염 등이 있다.

#세계의 명품 소금들

플뢰르 드 셀은 프랑스어로 소금의 꽃이란 뜻으로 소금 염전 위에 하얗게 떠 있는 소금의 모양이 꽃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프랑스 해안가에서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이 소금은 강한 햇별 아래 소금의 결정이 염전 아래로 가라앉기 직전 얇은 크림막처럼 떠오르는 소금을 전통적인 나무 갈퀴로 하나하나 작업한다.


이 중 브르타뉴 남부 소도시 게랑드에서 고된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플뢰르 드 셀 드 게랑드가 최고급이다. ‘황제의 소금’, ‘소금의 캐비어’로 불릴 정도다. 부드러운 짠맛과 그 뒤에 오는 복합적인 단맛을 지녀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초콜릿, 마카롱 등에도 쓰인다.


영국의 말돈소금은 대표적인 자염이다. 영국의 전통 방식으로 끓여서 만든 소금으로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함께 쓴맛이 전혀 없고 부드러운 짠맛의 소금이다. 육류와 먹었을 때 가장 잘 어우러진다.


또 대표적인 암염인 히말라야 솔트, 특유의 계란에서 느껴지는 유황향으로 비건들에게 사랑받는 칼라말락, 하와이안 솔트, 훈제 소금 등이 있다. 암염과 호수염은 인류만큼 오래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소금은 바다, 햇빛, 바람이 우리에게 만들어 준 귀한 선물이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