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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오동통 살 오른 장어 힘 불끈… “여름을 부탁해”

by세계일보

고단백 식품 여름 보양식

먹장어·붕장어·갯장어 다양

파주의 ‘반구정 나루터집’

감칠맛과 불맛 조합 ‘엄지 척’

부산 ‘주차장 산 곰장어’

매콤 달달 고추장 양념 일품

압구정 ‘돼장’ 튀김요리 굿

여수 ‘경도회관’ 샤브샤브 유명

세계일보

장어는 먹장어부터 붕장어, 갯장어 등 종류가 정말 다양하지만 모두 보양식으로, 외식 단골메뉴로 사랑받는 식재료다. 종류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여름이 제철인 것 또한 공통점이다. 더운 기운이 스멀스멀 몰려오는 6월, 지금 곧장 달려가면 제대로 살 오른 장어를 맛볼 수 있다. 김새봄의 열한 번째 먹킷리스트는 개성 있는 장어맛집이다.

#풍천장어(민물장어·뱀장어·제철 5~7월)

우리가 흔히 ‘장어를 먹으러 간다’고 할 때 십중팔구 민물장어, 즉 전북 고창 지역으로 대표되는 ‘풍천장어’를 가리킨다. ‘풍천’은 고창 안의 지역명이 아닌,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지점을 뜻한다.


수도권에서 장어를 먹으러 좋은 곳에 간다고 해 보자. 열에 예닐곱 명은 파주의 ‘반구정 나루터집’을 이야기할 것이다. 조선시대 어느 양반집처럼 탁 트인 넓은 기와집에 정원도, 마당도 멋들어지게 잘 꾸며져 있어 데이트 명소로도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통로에 줄지어 장어를 굽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기를 뚫고 통로를 건너 룸으로 들어서면 방이 텅 비어 있다. 주문을 하면 찬이 깔린 상이 통째로 나오는 한정식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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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나루터집’ 장어

그동안 먹어온 장어들은 다른 종류였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이 집 장어들은 유독 살집이 통통하다. 1인분(250g)에 5만원으로 가격이 꽤 높은데 한번 맛보면 다들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양념 자체는 진한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불에서 자유로워져 감칠맛과 불맛이 밸런스를 정확히 이룬다.

#곰장어(먹장어·제철 7~8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지갑, 구두 등의 가죽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죽만 사용하고 버리던 곰장어를 싼값에 사다 구워 먹던 것이 시초가 되어 식용하기 시작한 곰장어. 부산 곳곳에서는 곰장어 전문점 및 골목을 흔히 볼 수 있다. 피혁공장이 부산에 많았기 때문이다. 그땐 가죽을 쓰고 속살을 버렸지만 지금은 거꾸로 속살을 먹고 가죽은 버리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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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산 곰장어’ 양념구이

현지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은 부산 부전동에 위치한 ‘주차장 산 곰장어’다. 가게가 주차장에 붙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입구에서 끊임없이 곰장어를 손질하는 퍼포먼스에 홀려 구경을 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주문을 하고 연기가 자욱한 가게에 착석하게 된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페인트 벽이 정겹다. 소주를 주문 할 수밖에 없다. 양념구이를 선택하면 현란한 솜씨로 초벌한 곰장어를 바가지에 담고 고추장 양념을 매콤하고 달달하게 버무린다. 무심하게 정구지(부추)를 듬뿍 넣고 호일 위에 깔아주면 3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애가 타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 집의 특징은 유별나게 입에 착착 들어맞는 양념. 인근 가게들의 조리방식과 반찬들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이곳만 유독 인기가 높은 이유다. 마성을 뿜어내는 양념 맛에 탱글탱글하고 꼬들꼬들한 곰장어 구이는 순식간에 없어진다. 남는 양념에는 꼭 볶음밥을 주문해야 한다. 김가루에 참기름 딱 두 가지만 뿌리는데 몹시 맛있다. 부산버전 k-디저트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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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아나고·제철 7~8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류니끄’로 이름을 알린 류태환 셰프는 전국 각지의 특산물과 제철 재료를 한껏 살리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붕장어를 이용한 각종 요리를 현란하게 선보인다. 완벽히 구워내는 것에서 나아가 붕장어를 태워 진한 검은 빛깔의 소스를 내는 방식이라던가, 비슷한 방식으로 태운 붕장어로 만든 특이한 튀김옷 등 장어 요리 변주가 다양하다.


압구정로데오 한가운데 위치한 ‘돼장’은 돼지고기와 장어구이를 캐주얼하면서도 그만의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풀어낸 곳이다. 붕장어를 숙성해 겉면은 살짝 미끄덩한 듯 탱글탱글한 식감인데 ‘고추장구이’에서 숙성장어 식감은 정점을 향한다. 특히 파인다이닝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던 특별한 튀김요리 등을 2만~3만원의 단품으로 저렴하게 접근성을 높여 캐주얼하게 만날 수 있어 내가 이 가격에 이걸 맛보고 있어도 되는지 괜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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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회관’ 하모 샤브샤브

#갯장어(하모·6~8월)

1년에 한 번 여름 이맘때쯤이 되면 꼭 시간을 내서 다녀오는 여수 ‘경도회관’ 갯장어(하모) 샤브샤브가 유명한 곳이다. 갯장어는 우리가 흔히 아나고라고 부르는 붕장어와는 달리 한철만 잡히고 가격도 비싸다. 잔가시가 많아 손질하기 어렵고, 양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수 경도는 육지에서 가깝지만, 아직도 다리가 놓여 있지 않아 반드시 도선에 차를 태우고 섬에 들어갈 수 있다. 경도회관의 하모 샤브샤브는 버섯과 빨강, 초록 파프리카, 무, 대추, 삼 등 육수 재료가 참 예쁘다. 전라도 밥상답게 샤브샤브 시작 전부터 한 상 가득 찬이 차려지는데 석화나 멍게, 해삼 등 해산물의 싱싱함 또한 남달라 오랜 시간 달려온 보람을 깊이 느끼게 한다. 하모 샤브샤브 전문점들은 대부분 하모를 생양파에 얹어먹기를 권하는데 경도회관은 그중에서도 양파를 호방하게 많이 주는 편이다. 이에 가끔 양파에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닌지 상상해본다.


팔팔 끓는 육수에 20초, 하얗게 꽃핀 하모가 눈으로 한 번 예쁘고 맛으로 두 번 아름답다. 하얀 생양파에 하모꽃을 살포시 얹어 마늘 한 점, 데친 부추 적당히 넣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꽃밭이 터진다. 경도회관에서는 샤브샤브를 다 해먹고 남은 국물에 꼭 죽을 해먹어야 한다. 죽에 얼마나 진심인지, 생쌀을 내준다. 인내심 있게 30분간 익혀야만 한다. 특히 죽에 넣는 땅콩가루는 생쌀에서 올라온 아밀라아제를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