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가장 재미있는 시간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100일 가량을 목표로 두고 덜컥 바디프로필 스튜디오를 예약해버린 후부터, 나는 매일 매시간 내 몸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릴 때부터 통통한 체형을 쭉 유지해왔던 나는 날씬한 모습의 나는 늘 상상 속에만 두었다. 하지만 잘 먹고 지내면서도 자주 아픈 나를 보면서 내 몸의 상태를 스스로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운동과 식단을 조금씩 시작했다.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몸은 변해갔고, 지방만이 덮고 있던 몸에 근육도 조금씩 붙었다. 물론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먹어가면서 했으니 감량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웠다.


살 빼려고 하는 운동은 아니었지만, ‘이게 내 몸인데 어쩌겠어’하고 체념한 채 더 긴 노력을 해보지 않는 건 아까웠다. 언젠가 ‘내가 너처럼 하면 엄청 빠졌겠다’고 잠시 흘린 소리에 꽤 오랫동안 상처 받았던 나를 기억하면서, 인생에서 한 번쯤은 노력을 통해 몸을 바꿔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타고난 몸은 인정하되, 스스로가 봐도 많이 노력했다, 더는 후회 없다고 할 만한 몸을 가져보고 싶었다. 모델 한혜진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몸은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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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호르몬 불균형의 문제로 살이 잘 찌는 체질이어서, 식단을 나름 신경 써 왔다. 하지만 제대로 시작한 이후부터 몸은 꽤 빠르게 변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상태의 몸을 거울에 비춰보고, 어제 한 운동이 몸에 어떤 변화를 줬을까 하고 한참을 체크한다. 전날 챙겨 둔 닭고야(닭가슴살과 고구마, 그리고 야채) 식단 도시락을 챙겨서 출근하면서 오늘도 잘 버텨보자고 다짐한다. 전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 도시락을 챙길 때는 제법 스스로가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있구나, 열심히 사는구나 싶어져서 대견해지기까지 한다.


그간 점심 시간에는 요가를, 저녁에는 킥복싱과 수영을 하며 운동을 지속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영장은 올해 내내 다니지 못하게 되었고, 마음도 살짝 느슨해졌다. 먹고 싶은 음식을 잘 먹고 재미 위주의 운동을 하다 보니 체중이 조금 불었다. 오래 고민하다 제대로 웨이트 운동을 배워보고 싶어 퍼스널 트레이닝을 큰맘 먹고 결제했다. 그나마 운동을 계속 해왔던 터라 기초 체력이 좋았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는 편이었다. 대충 알던 자세들을 짚어가면서 몸에 익히는 게 재미있었다. 평생 몸이 좋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헬스장에 체력 증진을 목표로 등록하러 온 분께서 운동하는 나를 보며 ‘저 분처럼 되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더 힘이 났다. 날씬하진 않아도 탄탄한 몸으로 만드는 건 조금 잘 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저번엔 못 든 무게를 이번에는 들고 싶어지고, 더 정확한 자세로 몸에 자극을 받고 싶어졌다. 운동이 재미있어지니 입에 넣는 음식도 가리는 게 덜 힘들었다. ‘먹는 게 곧 나를 만든다’는 말을 가슴에 박아두고 건강한 식단과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고 있다. 금요일이면 밤 늦게까지 늘 술자리가 있었는데, 요즘은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집에 가서 탄산수와 식단을 챙겨먹는 저녁이 보람차다고 느낀다. 치킨과 맥주, 크림 가득한 빵이 무척 먹고 싶은 날도 많지만, 일단 땀을 흘리고 나면 그 시간이 아까워서 먹고 싶어도 참게 된다. 나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 나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또 생각한다. 이 날들이 쌓이면 나를 더 믿게 되겠구나, 단단해지겠구나 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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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내 몸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조절하는 생활이 아직까진 재미있다. 유튜브 구독 채널도 대개 운동과 식단에 대해 알려주는 채널들로 바뀌었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한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오롯이 몸에만 생각을 집중하다 보니 강박이 될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평생 달고 살아온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다면 이 100일 간은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만 신경 쓰고 살아도 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론 이 생활을 하는 동안은 주변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임이 어려워지기도 했고, 외부에서 만남을 가지는 게 신경 쓰이는 이 때야말로 적절한 때인 것 같았다. 모임을 자제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일이 익숙해지고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더 알게 되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이해해주지 않을 혼자만의 다짐과 싸움이기에 스스로가 버텨내야 한다. 유난이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테고, 이런 내가 불편할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지금 내가 가장 재미있는 건 내 몸이어서 얘기할 거리가 적어진 것도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궁금해 할 건 나 뿐일 테니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스로를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이 기간 동안 건강한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하다.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몸을 장착하고 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생겨날 것 같다. 참아내고 나를 다독이면서 30대를 맞이하면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되어있겠지.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나를 발견하며 사는 일에 빠진 지금을 제대로 누려보기를!


운동 덕후가 되면서 힘을 기르고 강해진다는 것에 대한 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지금의 답은 이렇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기른다는 것과 꼭 같은 말이다. 특정 운동의 효과와 효능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힘을 기른다.


-이정연,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중


글 | 이나영(도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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