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주목받는 미나리, 외면받는 미나리

(군위=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최근 영화 미나리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미나리라는 채소가 외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알카리성을 띤 미나리는 혈액의 산성화를 막고 정화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선한 채소를 접하기 쉽지 않은 이른 봄에 만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미나리는 이름은 한국 고유의 단어지만 받침이 없어 외국인들에게도 발음도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영화 미나리는 한인 가족의 미국 사회 적응 과정을 아름답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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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손질하는 할머니 [사진/성연재 기자]

최근 소설가인 지인이 우연히 길을 가다 미나리 영화 간판을 보고 '왠지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관람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는 이후 SNS를 통해 영화 미나리에 대해 다소 실망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의 정서가 한국인 입장으로서는 크게 와 닿지도 않았고, 연출도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게다가 시냇가에 심어진 알 수 없는 식물을 두루뭉술하게 찍어서 그게 미나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각 매체에서 극찬만을 쏟아내는 것은 잘나가는 미나리의 행보에 발을 걸고 싶지 않은 탓이리라'고 끝맺었다.


물론, 미국 현지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들과 이 땅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다들 칭찬 일색이지만 아닌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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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현장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 [사진/성연재 기자]

그 글을 본 뒤 여행 기사 취재 때문에 경북 군위의 한 마을을 찾았는데 마침 마을 어귀에 차려진 비닐하우스에서 사람들이 삼겹살과 함께 미나리를 구워 먹고 있었다.


영화 미나리 영향도 있고 해서 반가워서 들어가 봤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마스크 차림으로 흐르는 물에 미나리를 손질하고 있다.


한쪽에선 미리 잔손질하는 일을 맡은 할머니들이 한결같이 마스크를 쓴 채 숙련된 솜씨로 미나리를 다듬고 있다.


보통 정성이 아니어서 물어봤더니 손질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씻어서 포장한다고 한다.


500g 미나리 한 단에 1만원 가량이다.


미나리가 한창인 지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경북 청도군의 '한재 미나리'다. 청도군 소재 남산과 화악산을 잇는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향하는 계곡을 한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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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손질하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볕이 나는 시간이 길고 물도 풍부해 미나리가 자라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청도 뿐만 아니라 군위나 대구 달성 등지에서 나는 미나리도 인기가 좋다.


그러나 군위에서 만난 농민은 예전만큼 수요가 없어서 큰일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들면서 거짓말 좀 보태 판매가 예년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미나리 한 단을 사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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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김치와 함께 구워 먹어야 맛있는 미나리 [사진/성연재 기자]

집에 돌아와 미나리를 씻어서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는데 왠지 뭔가 빠진 느낌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김치가 빠졌다. 신 김치를 한쪽에 얹어 삼겹살과 구웠더니 이제 그 맛이 난다.


미국 영화 미나리도 좋지만, 이번 주말에는 외면받고 있는 국내 진짜 미나리 한 단 사서 삼겹살과 구워 먹는 것은 어떨까. 신 김치도 빼먹지 마시라.


polpori@yna.co.kr

2021.03.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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