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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김길원의 헬스노트

자외선 노출이 부른 트럭 운전기사의 '두 얼굴'

by연합뉴스

자외선차단제는 선택 아닌 필수…비 오고 흐린 날도 차단제 꼭 발라야

대한피부과의사회장 "마스크 착용 땐 유분 많은 자외선차단제 피해야"


2012년 4월 저명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한장의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서 28년간 배달 트럭을 운전한 69세 남성의 얼굴 사진이었는데, 정상적인 오른쪽 뺨과 달리 왼쪽 뺨에는 피부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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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28년간 배달 트럭을 운전한 69세 남성의 얼굴 모습 [국제학술지 NEJM 논문 발췌]

이 논문을 발표한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은 이를 두고 '편측 광노화'(Unilateral Dermatoheliosis)라고 진단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얼굴 한쪽만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서 광범위한 피부 노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이 노인의 주름에 대해 (마치 산등성이처럼) 골이 파인 게 두드러진다고 표현했다. 피부세포가 죽어 각질이 쌓이면서 얼굴 한쪽에 각화층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또한 여드름과 자외선에 의한 결절성탄력섬유증(nodular elastosis), 머릿속 진피와 모낭 조직에서 각질도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논문에 실린 트럭 운전기사의 사진이 자외선에 지속해서 노출됐을 때의 피부 손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논문에서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A(UV-A)가 차창 유리를 투과해 표피와 진피의 상층부를 관통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표피와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것은 물론 피부 탄력섬유의 파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외선A는 자외선B(UV-B)와 달리 DNA 돌연변이와 직접적인 독성으로 피부암 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자외선 차단제 및 국소 레티노이드(비타민 A 유도체) 사용과 함께 피부암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권고했다.


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한장의 사진으로 평상시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논문"이라며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부 노화와 관련 질병을 예방하려면 외출 시 귀찮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외선차단제 사용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이 회장과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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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여부에 따른 쌍둥이 자매의 노화 차이 [출처: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흐린 날씨에도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하나.


일반적으로 햇볕이 내리쬐지 않는 비 오는 날, 흐린 날, 겨울철 등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구름 낀 날에도 자외선의 80%가량은 피부에 도달한다. 심지어 안개 낀 날에는 피부에 닿는 자외선량이 맑은 날과 같다. 또한 물속에 있어도 자외선에 노출되는 만큼 외출할 때는 무조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의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걸 골라 써야 하나.


자외선B와 자외선A를 모두 막아주는 제품을 써야 한다. 자외선B는 일광화상을 일으키며, 자외선A는 광노화와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에는 SPF, PA가 함께 표기돼 있는데, SPF 수치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피부가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피부에 견줘 얼마나 오랫동안 화상을 입지 않고 견디는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SPF 수치가 50 이상이면 최상의 자외선 차단을 의미한다. 단, SPF 수치가 30을 넘으면 피부 자극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SPF 지수가 높은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실제로 각종 자료를 보면, SPF 30과 SPF 50의 자외선 차단 효과 차이는 2% 포인트 남짓이다. 일상생활에서는 SPF 30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PA 수치는 차단제를 발랐을 때와 바르지 않았을 때의 자외선A에 의한 색소 침착량을 비교한 것이다. PA+, PA++, PA+++, PA++++ 4단계로 표시되며, + 개수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


바람직한 자외선차단제 사용 요령은.


자외선차단제는 가급적 외출 15∼30분 전에 바르고, 일상생활에서는 4시간마다, 야외활동 때는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이때 자외선차단제는 피부에 막이 생길 정도로 두껍게 바르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표기된 SPF 수치는 1㎠당 2㎎을 도포해 테스트한 것이지만, 실제 사용량은 이보다 적어 그 효과는 20∼50% 수준으로 본다. 스틱이나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은 크림이나 로션 형태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난 후 덧바를 때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실내 불빛에도 자외선이 있다던데, 그럼 실내에서도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하나.


실내 백열등과 형광등에서 모두 소량의 UVA가 나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피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굳이 실내 불빛에 의한 자외선 노출을 우려해 차단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실내 창문 근처나 차량에 오래 머무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창문으로 UVA가 투과되는 만큼 실내 사무실의 자리가 창가 쪽이면 실내에 있을 때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권장된다.


영유아도 외출 때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 하나.


자외선A는 서서히 그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어릴 적 무방비로 노출되면 성인 이후 각종 피부 질환과 조기 노화에 시달릴 수 있다. 따라서 영유아기부터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 한다. 다만,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라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기보다 직접적인 햇빛 노출을 피하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이후 6개월 이상이라면 외출 시 옷이나 모자로 자외선을 최대한 가려주고, 얼굴과 같은 노출 부위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과도한 자외선차단제 사용이 오히려 체내 비타민D 합성을 막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최신 연구 결과를 보면 자외선차단제를 쓴다고 해서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D가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D는 일상적인 노출로도 수십 분이면 충분히 합성되기 때문에 일광화상이나 광노화, 피부암 등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적극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자외선차단제는 어떻게 바르는 게 좋은가.


마스크를 써도 자외선차단제는 발라야 한다. 다만, 마스크로 가리는 부위는 피부 온도와 습도의 증가로 인해 피지 분비가 증가하고 피부 염증반응에 취약해지므로 여드름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유분이 많은 자외선차단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면 마스크로 가리는 부위는 자외선차단제를 얇게 발라도 무방하다. 하지만 운전할 때나 혼자 있을 때 마스크를 벗는다면 창문으로 통과하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걸치는 부위도 평소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는 어떻게 씻어내야 좋은가.


피부에 자외선차단제가 남아있으면 땀이나 피지, 먼지 등과 섞여서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잠들기 전에는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만약 여드름이 잘 생기는 피부이면서, 자외선차단지수가 높은 일반 제형의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했다면 꼭 이중 세안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