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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아무튼, 주말

[아무튼, 주말] 11만원 최고급 막걸리는 왜 ‘소음’을 빚고 있나

by조선일보

대한민국 최고가 ‘해창 롤스로이스 막걸리’


한 병에 11만원. 최고급 위스키나 와인 뺨치게 비싼 막걸리가 등장했다. 전남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이 출시한 ‘롤스로이스 막걸리’. 막걸리 이름에 최고급 수제 자동차로 꼽히는 브랜드의 이름을 넣은 데서 의지가 느껴진다.


대한민국 최고가(最高價) 막걸리다. 그런데도 출고될 때마다 완판 되며 ‘없어서 마시지 못하는 술’이 되고 있다. 일부 막걸리 마니아들은 술을 구하려고 서울에서 양조장이 있는 해남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라벨은 만화가 허영만 작품. 주조장이 설립된 1920년대 롤스로이스를 그렸다. 만드는 방식이나 사용한 재료가 일반 막걸리와 다르다. 덧술을 3번 더 한 사양주다. 덧술이란 곡물·누룩·물 혼합물 또는 이 혼합물을 밑술에 더해주는 것을 말한다. 막걸리는 밑술에 덧술을 몇 번 더하느냐에 따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로 나뉜다. 덧술을 하면 할수록 맛이 좋아지지만 그만큼 재료비가 올라간다.


해남산 유기농 찹쌀과 멥쌀을 8대2 비율로 담가 2개월간 숙성했다. 알코올 도수는 18도로, 웬만한 소주 수준이다.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숙성을 오래 하기 때문에 한 번 생산량은 300병가량. 아스파탐 등 인공 감미료는 전혀 첨가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1000원대 막걸리는 저렴한 수입 쌀로 담근다. 단맛을 내는 찹쌀이 들어가면 술 맛이 더 좋아지지만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맵쌀만 쓴다. 대신 인공 감미료로 달달하게 만든다. 5~6일이면 발효가 끝난다. 알코올 도수는 5~8도 정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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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창 롤스로이스 막걸리의 맛에 대해서는 술 전문가 대부분이 “뛰어나다”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식품연구원 기획본부장 김재호 박사는 “자연스러운 단맛과 상큼한 신맛, 입안 가득 번지는 부드러움이 좋다. 밸런스가 좋다”고 평가했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진한 단향, 호두 등의 견과류 향, 참외 등의 잘 익은 과일 향기가 올라온다. 가을에 잘 익은 과일을 따 먹는 것 같다. 알코올 도수에 비해서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다”고 했다.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는 “화사한 꽃 향이 느껴지고 바닐라, 멜론 등 열대 과일의 화려하고 달콤한 과실 향도 함께한다. 미세하게 파인애플 같은 새콤한 과실 향까지 느껴진다. 이 모든 향들이 함께 어우러져 매력적이다”라고 시음 노트에 썼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과연 11만원이라는 비싼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하느냐’이다. 일반 막걸리와 같은 투명한 페트병, 또 라벨 디자인이 어수선하고 조잡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일반적인 막걸리 페트병에 글씨와 그림들이 너무 크고 많아서 혼란스럽다”고 했다. 김재호 박사는 “원재료, 알코올 함량에 따른 수율 등 어떻게 이 가격이 정해졌는지를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가격에 어울리는 포장 개선도 요구된다”고 했다. 류인수 소장은 “11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 건 화제를 불러일으키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며 “이 막걸리는 3만~4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가격 논란에 대해 해창주조장 오병인 대표는 “병이나 라벨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프랑스 와인은 몇 천만원짜리도 마시면서 우리 전통주에는 너무 인색하다”고 했다. “왜 막걸리는 늘 1달러(약 1100원)짜리여야 하나요? 이제 막걸리도 격 있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100달러(11만2000원)짜리 막걸리도 있어야죠.”


상품기획전문가(MD)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명품’과 ‘고가품’을 혼동하는 것”이라며 “왜 11만원인지 설명이 되고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물리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는 “1000원대 막걸리가 여전히 대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 고급화를 선도하는 막걸리가 나와주었다는 건 크게 반길 일”이라면서도 “‘이 돈을 주고 사먹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다들 고개를 흔든다. 대한민국 최고가 막걸리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설명과 격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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