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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새치기하려다 살인 사건까지 난 美 치킨 샌드위치, 한국서도 성공할까?

by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파파이스 2년만에 컴백

맘스터치와 한판 승부?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파파이스’가 한국에서 완전 철수한 지 2년 만에 ‘치킨 샌드위치(버거)’라는 새 메뉴를 앞세워 돌아왔다. 미국에서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고, 모든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앞다퉈 같은 메뉴를 도입하게 했다.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치킨 샌드위치 전쟁’이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파이스의 최대 적수는 파파이스 자회사로 설립돼 한국 패스트푸드업계 1위로 올라선 ‘맘스터치’다.


◇살인사건 일으킨 치킨 샌드위치


파파이스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역에 국내 재진출 1호점을 열었다. 파파이스는 1994년 압구정 1호점을 시작으로 한때 점포 200여 개를 운영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지다 결국 2020년 남은 매장 20여 곳 전부 문을 닫았다.


성공적인 재진출을 위해 파파이스가 꺼내든 무기는 치킨 샌드위치. 두 장의 번(빵) 사이에 닭튀김을 끼워 넣었다. 미국 파파이스는 닭가슴살을 사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닭넓적다리살을 이용한다. 파파이스 관계자는 “가슴살보다 넓적다리살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입맛이 반영됐다”며 “튀김옷이나 양념은 미국과 동일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흔히 치킨 버거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소고기 패티 외에 치킨, 생선·새우 튀김 등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버거가 아닌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치킨 샌드위치는 파파이스가 2019년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얻은 메뉴다. 치킨 샌드위치를 대표 메뉴로 하는 ‘칙필레(Chick-fil-A)’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 이어 미국 외식업계 3위에 올랐다. 칙필레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미국 프랜차이즈 업체들 중 파파이스가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2019년 8월 12일 여름·가을 한정 메뉴로 내놓은 치킨 샌드위치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큼직한 닭가슴살과 오이 피클, 마요네즈를 버터 함량이 높아 부드럽고 고급스런 맛의 브리오슈 번 사이에 끼워 넣은 치킨 샌드위치는 “푸짐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칙필레가 “치킨 샌드위치는 1967년부터 팔아온 우리가 원조”라고 견제하자, 이에 파파이스가 대응하면서 벌인 온라인 설전(舌戰)이 화제가 되면서 판매가 더욱 촉진됐다. 미 전역 모든 매장에서 하루 평균 1000개씩 팔렸고, 2주 만에 준비한 치킨 물량이 소진되며 판매가 종료됐다.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를 놓고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치킨 샌드위치가 2019년 11월 상시 메뉴로 재출시되자 매장에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메릴랜드주(州) 파파이스 매장에서 한 남성이 새치기하려다 저지하는 남성과 시비가 붙었고, 칼로 찔러 살해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는 더욱 유명해졌다.


치킨 샌드위치로 파파이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38% 늘었다. 이후 맥도널드, KFC, 버거킹, 웬디스 등 거의 모든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치킨 샌드위치를 내놓았다. 국내 패스트푸드 브랜드에는 대부분 치킨 버거 메뉴가 있지만, 이때까지 미국에선 맥도널드조차 치킨 버거를 팔지 않았다.


◇파파이스의 ‘아들’ 맘스터치


한국에 다시 도전하는 파파이스가 맞서 싸워야 하는 ‘주적(主敵)’은 토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다. 맘스터치는 ‘싸이버거’ ‘인크레더블 버거’ ‘내슈빌 핫치킨’ 등 치킨 버거가 대표 메뉴인 데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크고 두껍다는 뜻인 ‘입찢버거’로 알려질 만큼 뛰어난 가성비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도 미국 파파이스와 겹친다.


맘스터치는 1997년 파파이스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 파파이스를 운영한 대한제당 계열사 TS해마로가 국내 치킨 브랜드에 맞서기 위해 만든 브랜드가 맘스터치”라며 “미국 본사와 계약할 때 조리법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꾸준히 수정됐겠지만 치킨 레시피의 기본 ‘DNA’는 파파이스와 맘스터치가 동일할 것”이라며 “맘스터치의 감자튀김(케이준양념감자)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향토 음식을 뜻하는 ‘케이준(Cajun)’이 붙는 것도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출발한 파파이스의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TS해마로는 적자투성이였던 맘스터치 분사를 추진했고, 당시 관리 책임자였던 정현식 전 대표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정 전 대표는 빚 3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맘스터치를 2004년 인수했다. 맘스터치는 품질과 양은 높고 가격은 낮게 유지하는 가성비 전략과 지방 골목 상권 위주 입점 전략으로 실적을 개선하며 성장했고,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 1352개로 롯데리아(1330개)를 밀어내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업계 1위 절대 강자 맘스터치를 대적하기엔 파파이스가 힘에 부칠 것”이란 전망과 “요즘 맘스터치가 예전 같지 않아 해볼 만한 싸움”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2019년 11월 맘스터치를 운영하던 해마로가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1973억원에 매각됐고, 2021년 3월 상호가 주식회사 맘스터치앤컴퍼니로 변경됐다. 매각 이후 싸이버거 등 주요 메뉴 가격이 크게 오르며 소비자들에게 아쉬움을 샀다. 맘스터치(Mom’s Touch)가 ‘엄마의 손길’이란 의미임에 빗대 ‘엄마의 손찌검’이란 새 별명도 얻었다. 일각에선 “맘스터치와 파파이스는 대표 메뉴가 치킨 버거로 같다는 점에서 포지션이 겹친다”며 “파파이스의 재진출은 맘스터치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내 기업 매각에 상당한 변수가 될 듯하다”고 보기도 한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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