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심리학

스포츠든 인생이든, 불안을 다스리는 자가 승부의 세계를 지배한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 대한민국 대표팀 박상영은 헝가리의 베테랑 검객 게저 임레에게 4점 차이로 뒤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마지막 3세트에 돌입하기 전 그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숨을 고른 후 다시 검을 든 그는 기적처럼 15 대 14로 역전하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의 역전승은 기술과 체력이 아닌 심리적 역량이 스포츠 경기의 진정한 승부처임을 증명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압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승리를 거머쥔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는 우리 인생과 닮았다. 여기에서 핵심은 ‘불안한 감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그렇다면 불안을 긍정적 동력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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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성공학’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단련하듯, 심리도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스포츠심리학은 우울 등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는 일반심리학과 달리 평균 수준의 심리 상태를 이상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심리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즉 일반심리학이 마이너스에서 제로로 회복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스포츠심리학은 제로에서 플러스로 도약을 지향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포츠심리학은 ‘성공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러 감정 중 스포츠심리학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불안’이다. 불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잘 관리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평소 잘하던 동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스(Yips)’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박인비, 테니스 선수 아나 이바노비치 등 수많은 선수가 입스를 겪었다. 2008년 US오픈 이후 입스로 슬럼프를 경험한 박인비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코스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라본다. 스포츠 심리 교육 전문기관 ‘멘탈 퍼포먼스’ 이상우 대표는 불안을 ‘잘하고 싶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감정으로 해석한다. 불안은 불청객이 아닌 기대에 찬 흥분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적정 수준의 긴장감과 불안감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가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불안이 찾아오면 따뜻하게 맞이하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은 그라운드 밖 상황에도 얼마든지 적용된다. 프레젠테이션, 업무 미팅 등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상황을 반복 경험하는 현대인의 일상은 스포츠 선수의 경쟁 환경과 유사하다. 이상우 대표 역시 스포츠심리학을 일상에 활용하면 불안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업무 수행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불안을 잘 다루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상우 대표는 통제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 불안 조절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실수하지 않기’, ‘실점하지 않기’ 등 통제 불가능한 미래의 일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눈앞에 있는 과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자신이 통제 가능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다면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미리 세워둔 전략을 점검하거나 자신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과정 단서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이 높아지면 생각이 많아져 주의가 분산된다. 이때 한 가지 과정 단서에 몰두하면 마음이 안정되어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 과정 단서란 특정 행동을 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필수 요소를 의미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실천한 자신만의 방법이나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자신이 받은 느낌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사람마다 모두 다른 과정 단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 타자의 ‘공을 끝까지 보기’, B타자의 ‘회전축 고정하기’는 모두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 단서다. 이렇게 자신만의 구체적인 과정 단서를 설정하고, 여기에 집중하면 심리적 동요를 최소화하고 불안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비즈니스 미팅 준비 단계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성공적인 발표 경험을 떠올려 보며 ‘첫 문장에 집중하기’, ‘시선을 천천히 이동하기’, ‘평소보다 한 템포 천천히 말하기’ 등의 과정 단서를 설정하면 집중력을 유지하고 불안감을 자기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라

운동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성 상태를 조절해야 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몰입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돼 수행 능력이 극대화된다. 이때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낮으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반대로 지나치게 높으면 과도한 긴장과 불안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해석해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상우 대표는 몰입 상태에 이르기 위한 전략으로 이미지 활용과 자기암시를 강조한다. 역도 선수 장미란과 축구 선수 박지성 역시 이 기법을 실전에 활용했다. 장미란은 훈련할 때 눈을 감고 경기 과정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했고,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나갈 때마다 “나는 이 경기장에서 최고 선수다”라는 말을 되뇌어 불안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꿨다.


훈련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이미지 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다. 머릿속에서 목표 상황을 그리며 성공의 감각을 미리 경험하면 실전에서도 침착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효과를 높이려면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이미지의 선명도를 실제와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예컨대 회의나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공간의 모습, 청중의 표정과 반응, 자신의 목소리 톤과 말하는 방식, 장내 분위기, 창밖 풍경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친 후에는 기억해야 할 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부분에서 심호흡을 해야 할지, 언제 청중과 눈을 맞출지, 말하는 속도나 목소리 톤은 어떻게 조절할지 미리 기록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훨씬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실전 단계에서 활용할 불안 조절 방법으로는 자기암시가 있다. 특정 생각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무의식에 영향을 주고, 초긍정 마인드셋으로 바꿔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불안이 커진다면 ‘넌 할 수 있어’, ‘자신 있게 하자’, ‘용기 있게 하자’ 등의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레젠테이션 도중 긴장으로 말이 빨라진다면 ‘더 천천히’, ‘침착하게’ 같은 간단한 문구를 머릿속에서 되뇌는 것이 좋다.


불안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적절히 활용해야 할 심리적 자원이다. 결정적 순간에 찾아오는 불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위한 도화선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제 가능한 요소와 과정 단서에 집중하고 이미지 훈련과 자기암시를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불안은 성공을 향한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어 있을 것이다.

SUMMARY.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권하는 내면 훈련 방법


1.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구분하기

2.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과정 단서에 집중하기

3. 업무 환경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수행 시 주의해야 할 점 기록하기

4. 불안감이 심화될 때 ‘할 수 있다’, ‘침착하게’ 같은 긍정적 문장 반복하기

advice 이상우(스포츠심리학 박사, 멘탈 퍼포먼스 대표)

illustrator 장인범


김보미 에디터 denmagazine@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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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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