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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통풍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연말 술자리 주의하세요

by동아일보

최근 연말 술자리가 늘면서 유독 엄지발가락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엄지발가락이 붉게 부어오르고 심한 통증이 있다면 통풍(痛風)을 의심해 봐야 된다.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픈 질환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통풍은 식습관과도 적지 않은 관련성이 있다. 평소 먹는 음식만 조심해도 예방이 가능하다.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안중경 교수를 만나 통풍 질환의 특성과 함께 통풍에 좋은 음식 및 나쁜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 요산이 관절에 쌓여 통증 유발

통풍은 체내에 요산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병이다. 관절이나 관절 주변에 요산이 쌓이고, 이것이 불씨가 되어 엄지발가락, 발등, 발목 등이 갑자기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이 생긴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골절이나 분만 때 통증과 비견될 정도로 매우 극심하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말끔하게 사라진다. 그래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결국 관절 부위가 손상돼 장애가 발생한다. 통풍은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 중 하나다.


요산은 체내에 존재하거나 음식물로 섭취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며 생긴다. 요산이 많이 생성되거나, 신장으로 적절하게 배설되지 않게 되면 관절 등의 조직에 결정 형태로 쌓이고 통풍 증상이 나타난다.


통풍은 어떤 연령에서도 생길 수 있지만 40, 50대 남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21년 기준 약 50만 명의 통풍 환자들이 있다. 최근엔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 영향으로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젊은 여성에게선 드물게 발생하고, 폐경 이후 중장년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발생한다.

● 술, 고기 내장, 과당음료 피해야


동아일보

뉴시스

통풍은 식습관과 관계가 있다. 미국류마티스학회, 유럽류마티스학회 등에서는 요산 상승의 원인이 되는 고단백, 고퓨린 음식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한다.


고퓨린 음식은 △고기 내장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류 △고등어, 꽁치, 참치, 삼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류 △멸치, 오징어, 조개 등 어패류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 △맥주를 비롯한 술 등이 있다.


술의 에탄올 성분은 신체 내 요산 배설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통풍 환자들은 맥주 뿐만 아니라 다른 술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닭튀김에 맥주를 먹는 이른바 ‘치맥’을 많이 하면 통풍이 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속설이다. 맥주에는 퓨린이 다량 함유돼 있고, 치킨은 고단백 음식이므로 실제로 치맥은 통풍에 좋지 않다.


안 교수는 “통풍 환자들과 식습관 관리 이야기를 하면 ‘풀만 먹고 살라는 거냐’고 푸념하는 경우가 많다”며 “맥주를 포함한 알코올, 고기의 내장류, 콜라 사이다 등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와 과일주스 등 ‘통풍 금지 3종 세트’라도 꼭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등푸른 생선은 요산을 상승시키지만 건강상의 이점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음식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저지방 유제품, 커피, 사과는 통풍에 좋아

반면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퓨린 함량이 적은 우유, 치즈 등의 저지방 유제품과 커피, 사과, 바나나 등이 있다. 저지방 요거트에 함유돼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춰 준다. 시럽이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블랙커피 역시 카페인의 이뇨작용으로 요산 배출을 도와 통풍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과와 바나나도 요산 중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계란, 두부,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요산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먹어도 된다.


하지만 통풍은 식습관 개선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관절이 심하게 붓고 아픈 급성 통풍 발작 시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소염진통제, 콜히친, 스테로이드 등 항염증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그 이후 염증이 줄어들고 통증이 사라져 안정기가 되면 요산 수치를 낮추는 요산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안 교수는 “통풍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류마티스내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