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김밥, 또 계란…반복되는 여름 식중독 사고

서울 방배동 김밥집에서 또다시 여름철 식중독 사고. 2021년 사고 업체와 동일 프랜차이즈로 드러나며 ‘예견된 인재’ 비판 커집니다.

이투데이

이 익숙한 냄새. 비단 상한 음식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과정이 기막히게 동일했기 때문인데요.


서울의 한 김밥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김밥을 먹은 시민 130여 명이 고열과 복통, 설사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이 가게가 2021년 여름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도 270여 명이 식중독 증세를 겪었던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와 같다는 건데요. 회사 이름은 바뀌었고 대표도 교체됐지만 익숙한 사고는 또 반복됐죠.

이투데이

이번 식중독 사고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김밥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어린이 김밥, 계란김밥, 키토 김밥 등을 섭취한 뒤 고열과 구토, 설사 증상을 호소했는데요.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새벽 2시께부터 아이가 한숨을 쉬더니 점심·저녁에 먹은 걸 다 토했다” 등 해당 매장에서 포장한 김밥을 언급하는 이야기가 게재됐고 이에 동감하는 글이 쏟아졌죠. 피해자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 증상은 섭취 후 수 시간 내에 급격하게 나타났는데요. 어떤 피해자는 39도에 가까운 고열로 입원했고 염증 수치가 170까지 치솟았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서초구청은 현재까지 확인된 유증상자 수를 13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에 착수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문제의 가게는 사고 발생 후 영업을 중단한 상태죠. 조사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며 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요.


문제는 이번 사고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가 2021년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일으켰던 곳과 동일 업체라는 점입니다. 운영사 이름을 바꾸고 본사 대표까지 교체됐지만 사고를 막진 못했는데요. 앞서 2021년 여름 성남시 분당의 2개 지점에서 판매한 김밥을 먹은 시민 276명이 살모넬라균에 집단 감염됐습니다.


피해자 중 일부는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통원치료자에게 100만 원, 입원치료자에게는 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죠. 당시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식품 안전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번 사고 역시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투데이

식중독 사고의 중심에는 ‘계란(달걀)’이 있는데요. 살모넬라균은 대표적인 계란 유래 식중독균으로 조리 전이나 조리 후 오염 가능성이 큽니다. 계란 지단, 계란말이 등은 중심온도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대량으로 준비해 상온에 보관되는 김밥 속 계란은 그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특히 계란 껍질 표면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경우가 많아 계란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데요.


여기에 김밥 특유의 복합 식재료 구조가 더해지며 위험은 더 커집니다. 햄, 채소, 밥, 계란 등이 함께 말린 김밥은 한 재료에서 세균이 발생하면 전체로 번질 수 있죠. 배달이나 나들이용으로 포장돼 상온에서 수 시간 방치될 경우 세균 증식 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특히 살모넬라균 외에도 여름철에는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러스 세레우스, 캠필로박터균, 병원성 대장균 등 다양한 병원체가 활발히 활동하는데요. 황색포도상구균은 조리자의 손에서 음식으로 전이되며 1~6시간 내 격심한 구토를 유발할 수 있고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볶음밥이나 잡채처럼 한 번 익힌 음식을 실온에 오래 방치했을 때 설사형 혹은 구토형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캠필로박터균은 주로 덜 익힌 닭고기에서 발견되며 병원성 대장균은 100개 이하의 균수만으로도 심각한 장염을 유발할 수 있죠.

이투데이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 살모넬라 식중독은 총 204건 발생해 7788명이 감염됐는데요. 이 중 절반 이상인 52%가 7~9월 사이 여름철에 집중됐죠.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도 같은 기간 195건, 8881명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환자의 72%가 여름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더 들여다보자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식중독은 총 359건, 환자 수는 8789명이었는데요. 주요 원인균은 노로바이러스, 살모넬라, 병원성 대장균 순이었죠. 발생 장소는 음식점이 63%로 가장 많았고 집단급식소가 17%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식중독 사고에 회사 측은 이러다 할 입장을 아직 내놓고 있지 않은데요. 2021년 사고 당시에도 피해자들이 직접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했고 그마저도 미흡한 위자료에 그쳤죠. 입원비, 진료비, 휴업손해, 심리적 고통까지 고려하면 피해자에게 보상은 사실상 충분하지 않았는데요.


사실 프랜차이즈 업계는 통상 위생관리 권한을 가맹점에 위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사는 교육과 매뉴얼만 제공할 뿐 실질적인 현장 위생 점검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렇기에 사고가 발생해도 지점 문제로 치부해 버리며 선을 긋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계약 시 정보공개서 및 인근 가맹점 현황 미제공 등으로 시정 명령을 받은 이력도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구조의 허점이 식중독 같은 반복 사고를 부르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투데이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는 식중독균에게는 최적의 번식 조건인데요. 기온은 통제할 수 없어도 조리 환경과 위생 시스템은 사람이 바꿀 수 있죠. 결국은 ‘날씨 탓’이 아닌 ‘사람 탓’이란 의미인데요.


식중독은 막을 수 있습니다. 조리 후 2시간 이내 섭취, 5도 이하 냉장 보관, 중심온도 75도 이상 1분 이상 가열, 도마·칼 구분 사용, 손 씻기 철저 등 기본 수칙만 잘 지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죠. 식약처와 보건당국은 여름철 김밥, 토스트, 삼계탕, 냉면, 계란요리 전문 음식점에 대해 집중 위생 점검을 예고한 상태인데요.


김밥은 죄가 없습니다. 죄는 날씨와 환경과 수칙을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 있죠. 이를 잘 지킨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2025.07.1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채널명
이투데이
소개글
세상을 읽는 진실의 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언론
    이런 분야는 어때요?
    오늘의 인기
    TOP10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