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말차라떼’를 마신다… 라이프스타일 된 초록 음료
미국 Z세대가 열광하는 말차라떼, 단순한 음료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된 이유는? 건강·힙함·셀럽 트렌드까지 초록 음료의 전성시대를 살펴봤습니다.
![]() 말차라떼가 유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밈도 등장하고 있다 /melbmatchagirlies(@melbmatchagirlies)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말차라떼 유행이 한창이다. 이미 SNS에서는 각종 말차라떼 인증샷과 레시피가 피드를 점령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테이크아웃 컵 ‘플랫 뚜껑’ 감성이 유행했던 만큼 두 트렌드가 합해진 현상도 재미있다.
독특한 점은 말차라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말차 음료를 마시며 웰니스를 지향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유의 초록빛에서 느껴지는 힙한 이미지를 하나의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현재 말차라떼의 유행은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젊은 세대들이 집중하고 있는 초록 음료가 어떻게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벨라 하디드, 카일리 제너, 젠데이아도 말차라떼
말차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차 문화의 역사와 함께 오래도록 즐겨왔던 음료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음료가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트렌드의 중심이 된 것에는 유명 셀러브리티들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정확한 시작점은 알려지지 않지만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말차라떼를 즐기는 해외 셀러브리티들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슈퍼 모델이자 트렌드 세터인 벨라 하디드부터 모델 겸 사업가로 활동하며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알려졌던 카일리 제너나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 콜먼, 가수 두아 리파까지 모두 말차라떼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된 인물들이다.
![]() 두아 리파가 개인 SNS에 말차라떼 인증샷을 올렸다 /두아 리파(@dualipa)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
![]() 모델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애쉬톤 우드가 말차라떼를 들고 있는 모습 /애쉬톤 우드(@ashtonwood)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
국내외 복수의 매체들은 이 말차라떼 유행을 ‘디토(Ditto) 소비’와 연관 짓는다. 디토는 ‘마찬가지’를 뜻하는 영단어로, 디토 소비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특정 인물 혹은 콘텐츠를 보고서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유명한 셀러브리티들이 말차라떼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젊은 세대들 또한 이를 ‘힙’한 음료로 받아들이게 된 것인데 이러한 현상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말차라떼의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5일 기준 ‘matchalatte’ 해시태그가 포함된 글은 약 193만 개로 나타난다 /인스타그램에서 'matchalatte'를 검색한 화면 갈무리 |
지난 15일 기준으로 ‘matchalatte’ 해시태그가 포함된 글은 틱톡에서 약 53만 건, 인스타그램에서 약 193만 건으로 확인된다. 이외에도 ‘matcha’ 해시태그가 포함된 글은 틱톡에서 약 180만 건, 약 879만 건으로 나타난다.
말차와 녹차, 원료 같지만 차이 존재해
그렇다면 지금 유행하는 말차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녹차와 같은 차일까. 원료인 차나무의 잎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녹차와 말차는 재배와 가공, 섭취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식물로 만들어지더라도 서로 다른 종류의 차로 인식된다.
![]() 차나무 잎, 재배와 가공, 섭취 방식에 따라 차의 종류가 구분된다 /픽사베이 |
가장 특징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재배 방식이다. 녹차는 햇빛 아래에서 일광 재배를 통해 찻잎을 수확하지만 말차는 약 15~20일 간 차나무 위에 덮개를 띄우고 빛을 차단하는 방식의 차광 재배를 통해 찻잎을 얻는다.
이 차광 여부에 따라 차의 맛도 달라지며 말차는 녹차보다 상대적으로 떫은 맛이 덜하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이유는 빛이 줄어들면 찻잎은 더 많은 엽록소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때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인 카테킨은 줄어들고 감칠맛을 내는 테아닌, 아미노산은 증가하며 풍미를 더 깊게 살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차의 색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광 재배 중 차나무 잎은 광합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엽록소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잎의 색이 더 짙고 선명한 초록색을 띄게 된다.
![]() 녹차보다 부드럽고 진한 색을 가진 말차 /픽사베이 |
섭취방식도 다르다. 일반적인 녹차는 찻잎을 우려낸 뒤 잎은 버리고 우러난 차를 마시는 형태인 반면, 말차는 찻잎 전체를 곱게 갈아낸 다음 물이나 우유 등에 타서 마신다. 물론 가루 녹차도 존재하지만 이 역시 말차와는 차이가 있다. 가루 녹차의 경우 찻잎을 그대로 분쇄하지만 말차는 줄기와 잎맥을 제거한 후 맷돌에 천천히 갈아 가루를 얻는다.
웰니스·클린걸·그린코어… 말차라떼 유행의 핵심
현재 말차라떼 트렌드는 이를 마시고 소비하는 등 음료 자체의 선호 외에도 특정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을 가지는 경향이 크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Z세대의 관심사를 관통하는 웰니스(Wellness), 클린걸(Clean girl) 트렌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Z세대 관심사와 연관되는 말차 트렌드,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사베이 |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말차를 건강한 음료로 여기는 점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말차의 영양 성분 뿐만 아니라 음료 자체가 주는 시각적·감성적 이미지에서 건강을 연상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자연과 편안함을 연상케하는 선명한 초록색 혹은 휴식이나 명상과 연관되는 동양의 차 문화와 연관 지어 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 말차가 가진 건강상 이점 뿐만 아니라 시각적·감성적 이미지 자체를 선호하는 Z세대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
실제로 말차는 다양한 영양 성분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분이 항산화물질이다. 복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말차의 항산화 성분은 일반 녹차보다 높다. 이중 폴리페놀은 체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중화하는데 심장질환, 일부 암 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지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L-테아닌 함량도 녹차보다 높다. 아미노산인 L-테아닌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잠을 잘 오게 하는 성분을 가진다고 한다.
말차가 노년층 인지기능과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된 연구 <Effect of matcha green tea on cognitive functions and sleep quality in older adults with cognitive decline: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over 12 months>1)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본 츠쿠바 대학교 연구진은 60~85세 사이의 노인 99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중 64명은 주관적 인지 저하, 35명은 경도 인지 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임상 연구는 무작위로 배정한 두 그룹을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12개월 간 매일 2g의 말차를, 또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말차를 섭취한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사회적 인지 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얼굴 감정 인식을 평가한 사회적 예민도 점수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또한 말차의 테아닌 성분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잠을 잘 오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커피와 비교해 말차의 카페인 함량이 적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녹차에 비해서는 카페인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해서는 민감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말차에 함유된 L-테아닌이 카페인의 흡수를 완화하거나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참고하면 말차 섭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말차는 커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카페인 함량이 적지만 카페인에 민감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윤미지 기자 |
말차가 가진 여러가지 건강상 이점은 클린걸 트렌드로도 이어진다. 클린걸 트렌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습관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니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지향하며 이러한 트렌드는 패션, 메이크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로도 확장되고 있다.
즉 Z세대들에게 웰니스의 의미가 자기 돌봄이나 자기 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클린걸 트렌드와 같은 맥락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관리 혹은 힐링의 측면에서 건강한 음료 중 하나라고 인식되는 말차 음료를 선호한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면서 이를 즐기는 루틴을 각종 SNS를 중심으로 공유하는 현상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SNS를 중심으로 말차를 들고 걷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으로 말차를 마시는 이들의 인증샷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틱톡에서 'matcharun'을 검색한 결과 /틱톡에서 'matcharun'을 검색한 화면 갈무리 |
이외에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그린 코어가 유행하면서 말차라떼가 가진 특유의 색감이 유행하고 이를 패션의 일부로 반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선명한 초록색을 가진 말차라떼 자체가 패션 아이템이 되어 이를 들고 셀피를 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개성 있는 아웃핏을 SNS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 말차라떼가 유행하면서 말차 혹은 녹색 아이템도 유행하고 있다 /melbmatchagirlies(@melbmatchagirlies)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
말차라떼 쏟는 인증샷 유행… 이는 ‘오해’
말차라떼가 유행하면서 이를 활용한 각종 인증샷이 SNS에 공유되는 가운데 이를 바닥에 쏟고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미국 내에서 유행 중이라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사진 속에는 말차라떼가 쏟아지며 초록 음료가 바닥에 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온라인 상에서는 실수로 말차라떼를 엎었을 가능성 보다 실수를 가장한 말차라떼 인증샷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엑스(X·구 트위터) 사용자는 말차 인증샷 사진과 함께 “이런 유행 미국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또 각종 커뮤니티에도 이러한 인증샷 유행에 대한 글은 날조이며, 말차가 미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유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 '쏟아진 말차 인증샷' 유행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사진은 눈 위의 초코 음료와 말차,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사베이 |
실제로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matcha’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봐도 말차를 쏟는 행위와 연관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찾기 어려웠다. 또한 말차 인증샷으로 오해 받는 관련 영상과 사진의 일부는 체코 프라하에 소재하는 한 카페에서 업로드한 것일 뿐 이를 유행의 한 종류로 여길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말차의 유행,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
현재 말차라떼 트렌드는 단순히 음료 자체를 선호하고 마시는 것 외에 Z세대의 특성 그 자체와 연결되는 듯 보인다. 이러한 유행에 맞춰 식품 업계에서는 과자와 케이크 등 다양한 말차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현상도 돋보인다.
![]() 말차 버블티 /픽사베이 |
또한 국내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떠오르며 해당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 카페 등이 공유되는 있는 지금,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말차라떼의 유행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한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가는 바다.
*참고자료
1) Uchida K, Meno K, Korenaga T, Liu S, Suzuki H, Baba Y, et al. (2024) Effect of matcha green tea on cognitive functions and sleep quality in older adults with cognitive decline: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over 12 months. PLoS ONE 19(8): e0309287.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09287
윤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