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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ESC] 짬뽕과 군만두, 옛맛의 여운 오래 가네

by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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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반장의 짬뽕. 사진 이우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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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는 국내 유일한 ‘관광미식과’를 보유한 지자체다. 관광과 미식이라니.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인간 유희의 기본이다. 참고로 필자는 놀고먹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제천은 국내 광업의 메카였던 ‘정태영삼(정선·태백·영월·삼척)’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해방 후 일찌감치 물류와 사람이 모였다. 당연히 유통과 외식 산업이 발달했다. 또한 강원과 충북, 경북 삼도의 경계에 있으니 음식 문화도 서로 섞이며 발전했다.


제천은 ‘미식 도시’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도시다. 오랜 노포(老鋪)도 많다. 제천 시내 한복판인 명동에 ‘송학반장(松鶴飯莊)’이 있다. ‘송학반점’으로도 부른다. 무려 65년이 넘어선 화상(華商) 노포다. 가게의 역사가 오랜 만큼 특색있는 메뉴(지금은 사라지고 없는)를 만날 수 있다. 돼지갈비를 튀겨 마늘 소스를 끼얹은 돼지갈비가 유명한 집인데, 옛날엔 고급 청요릿집에서 돼지갈비를 많이들 썼다. 짜장면도 옛날 스타일 새하얀 면발을 쓰고 뜨거운 기름에 바싹 튀겨낸 군만두 역시 그렇다. 면이 하얀 이유는 소다를 쓰지 않아서 그렇다. 반죽에 소다를 첨가하면 쉽사리 붇지 않지만 그래서 소화도 어렵다. 군만두는 굽지 않았다. 바삭한 튀김 요리에 가깝다. 소에 돼지고기와 후추, 채소를 다져 넣어 육즙과 풍미가 좋다. 안줏거리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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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학반장의 군만두. 사진 이우석 제공

군만두는 이 집 짬뽕과 어울리는 궁합이다. 고추기름을 사용해 얼핏 봐도 침샘을 쥐어짤 만큼 붉은 짬뽕은 꽤 푸짐한 위용을 자랑한다. 돼지고기 뒷다릿살을 얇게 썰어낸 육사(肉絲)와 오징어, 목이버섯, 애호박, 양파 등을 센 불에 볶아냈다. 고기와 오징어, 채소는 모두 먹기 좋게 채를 썰어 면이나 밥술에 자연스레 섞여든다. ‘이것저것 짬뽕(한데 섞임)’의 기본을 잘 지켜냈다.


고기와 해물은 부드럽고 채소는 아삭하다. 이를 담은 칼칼한 국물도 훌륭하다. 맛은 물론, 가격과 양 모두 만족스럽다. 미식의 도시에서 맛본 옛맛은 그 여운과 포만이 오래 간다. (송학반장: 충북 제천시 의병대로12길 7. 043-646-2038. 짜장면 5000원, 짬뽕 7000원, 군만두 5000원, 돼지갈비 3만4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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