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의 계절…맛과 영양 모두 잡은 보양 간편식 인기

[Cooking&Food]

누룽지·녹두·홍삼 등 다양한 삼계탕과 제철 채소로 무더위 속 기력 보충하세요

중앙일보

폭우 아니면 폭염. 여기에 길어진 여름까지. 해마다 역대급을 갱신하는 극단적인 날씨는 모든 기력을 소진하게 만든다. 불쌍한 내 몸을 위해 보양식이라도 공급해주고 싶은데, 뜨거운 불 앞에서 설 기운은 또 없다. 간편하고 새로운 여름 보양식 뭐 없을까?

대표 보양식 ‘삼계탕’ 간편식으로 간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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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녹두를 넣어 고소한 호밍스 녹두삼계탕, 정관장과 하림이 함께 만든 홍삼삼계탕, 누룽지로 식감 살린 오뚜기 누룽지삼계탕.

식문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지글지글클럽’의 여름 보양식 트렌드 조사(382명 응답)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복날 삼계탕을 먹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외식 메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78.5%가 삼계탕을 꼽았다. 명실공히 삼계탕은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최근에는 간편식으로 출시돼, 시기와 상관없이 다양한 연령에서 소비가 늘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삼계탕 HMR 매출은 지난해 대비 37%(이마트), 40%(롯데마트) 뛰었다. 편의점도 비슷한데, GS25는 각종 보양식 HMR 매출이 지난해보다 146.8%, CU는 46.0% 상승했다.


연일 상승 중인 물가도 보양 간편식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지역 삼계탕 1인분은 1만6885원으로, 지난해(1만6423원)보다 3%, 2022년(1만4577원)에 비해서는 16%가량 올랐다.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집에서 삼계탕을 만들어 먹을 경우 4인 가족 기준 3만2260원이 필요하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영계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3만4860원)보다 7.5% 정도 내렸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반면 간편식으로 나온 삼계탕은 한 팩에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로, 복날 할인행사까지 더하면 체감가격은 더 낮다.


맛과 종류도 다양해졌다. 현미 누룽지를 더해 식감을 살린 오뚜기 ‘옛날 누룽지닭다리삼계탕’이나, 대상의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에서 출시한 ‘녹두삼계탕’, 정관장과 하림이 만든 ‘홍삼삼계탕’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경 네츄르먼트 요리연구소 소장은 “간편식은 맛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며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맛과 영양 모두 잡은 보양 간편식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간편해진 만큼 특정한 날만 보양식을 챙겨 먹을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원할 때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바다장어무조림(더본코리아), 장어추어탕(GS25), 오리양장피(이마트), 프리미엄 해신탕(롯데마트) 등 보양식으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메뉴가 풍성해져 신제품을 골라 먹는 재미까지 생겼다.

건강식으로 새롭게 떠오른 식재료 ‘채소’

‘건강식’을 언급할 때 꼭 따라오는 식재료는 바로 ‘채소’다. 실제로 채식하는 사람들(간헐적 채식 포함)에게 채식의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 내용에 의하면 채식의 이유로 ‘건강 지향(50.4%)’이 가장 앞서고, 그다음이 ‘환경(31.1%)’과 ‘다이어트(15.1%)’다. 2022년부터 18세 이상 성인남녀의 채식 행태를 조사해온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의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건강을 위해서(83%)’, ‘소화가 잘돼서(46%)’,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24%)’, ‘환경(16%)’ 순이었다.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보양식’으로는 어떨까? 영양사이자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의 정성희 소장은 “채소를 주로 먹던 과거에는 고기로 보양을 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고기 위주의 단백질과 정제 탄수화물 섭취 과잉으로 영양 불균형에 놓인 상태가 많다. 미네랄·비타민·섬유질을 풍부하게 함유한 채소야말로 기울어진 식단의 균형을 맞춰줄 식재료”라고 강조한다.


보양식이 따뜻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깥 온도가 상승하면 우리 몸은 체온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쓴다. 땀을 내보내고 피부 쪽으로 혈액을 보내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자연히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우는 것이 보양이다. 정 소장은 “단순히 더위를 식히고 수분을 보충할 때는 미네랄이 풍부한 수박, 참외 등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둘은 몸의 열을 다스려주는, 성질이 차가운 과일·채소다”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찬 음식을 너무 먹었거나 몸이 지쳐 있다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때 ‘따뜻한 음식=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다. 소화가 안 되면 몸에 좋은 영양소도 흡수되지 않는다. 면역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식탁 채울 제철 채소, 따뜻한 성질 채소

그렇다면 기울어진 식단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전문 지도사인 이양지 자연요리연구가는 보양식에 쓸 채소로 제철 채소와 속을 데워주는 따뜻한 성질의 채소를 꼽았다. 이 요리연구가는 “백합과 파속 식물에 속하는 마늘과 채소는 둘 다 성질이 따뜻하다. 열을 가해 조리해 먹으면 몸을 더 따뜻하게 해준다”며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 마늘이나 부추를 듬뿍 넣어 먹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요리하기 귀찮다면 마늘만 구워서 먹을 수도 있다. 180도 오븐에 통마늘을 넣고 20분 정도 구우면 끝. 양이 많으면 30분으로 시간을 늘려 굽는다. 구운 마늘은 껍질을 까서 소금에 찍어 간식처럼 먹는다.


잣과 마도 여름 보양으로 제격이다. 잣은 체력 증강에 좋다. 또 피부를 윤기 나게 하고 뇌세포를 활성화하는 레시틴 성분이 풍부하다. 콩물에 잣을 몇 알 넣어서 함께 갈아 마시면 맛도 고소하고 덩달아 기운도 낼 수 있다. 마는 밥과 궁합이 좋다. 이 요리연구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우유와 마를 함께 갈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단 밥과 함께 먹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마에 전분을 분해하는 강력한 소화 효소가 있어서다. 또 미끌미끌한 성분인 뮤신은 위액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해 위궤양을 예방해준다.


당근도 있다. 정 소장은 속이 따뜻해지는 채소로 당근을 꼽았다. 그는 “오행(五行)에 따르면 황색 음식은 소화력 증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따뜻한 당근 수프에 생강즙과 레몬즙을 넣어 먹으면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당근은 녹황색 채소 중에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가장 높다. 베타카로틴은 필요에 따라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환되는데, 비타민A는 눈과 피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걸 돕고 면역력을 올려준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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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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