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공부 잘할까?
여학생은 왜 남학생보다 성적이 높을까?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전전두피질과 소뇌가 여성보다 2~4년 늦게 발달한다. 이 뇌 발달 차이가 학업 격차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남자들의 뇌는 느리게 발달한다"
![]()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적으로 남학생들보다 높은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 연합 |
부모들이 자녀의 고교입학을 준비하고자 고입 컨설팅 전문가들을 만나면 늘 듣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아이가 남학생일 경우, 웬만하면 남녀공학은 피하라는 조언이다.
대학에 가려면 내신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일찍 철든 꼼꼼한 여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학생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컨설턴트들이 남학생의 경우 남고를 권한다.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적으로 남학생들보다 높은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위권이다. 그러나 속내를 뜯어보면 조금 복잡하다. 성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선 핀란드 여학생의 20%가 최고 수준의 독해 점수를 받았으나 남학생은 그 비율이 9%에 불과했다. 또한 여학생들은 수학·과학에서도 대부분 남성의 성취를 앞섰다.
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간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에서 "세계가 칭찬하는 핀란드의 교육 성과는 전적으로 여학생들의 놀라운 성과로 설명된다"고 말한다.
책에 인용된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여학생의 독해 능력은 남학생보다 1년 정도 앞선다. 남학생이 수학, 과학, 독해에서 모두 낙제할 확률은 여학생보다 50%가 높다. 국제바칼로레아(IB) 수업도 여학생들이 훨씬 많이 듣는다.
미국도 비슷하다. 미국 전역 시험점수를 바탕으로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3~8학년(초3~중2) 학생들의 성적을 연구한 보고서 결론은 "사실상 모든 학군에서 여학생의 ELA(영어 및 영문학) 성적이 남학생보다 우수했다"였다. 이 밖에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통계는 차고 넘친다.
이런 학업 역량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남자들의 뇌가 더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청소년기는 본질적으로 뇌의 자극 영역(게임이나 해!)과 충동 조절 영역(공부해야지!)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그리고 "미성숙한 전두엽 피질이 도파민의 보상 시스템에 맞설 도리가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도파민의 유혹에 남자들이 더 취약하다. 충돌조절, 계획, 미래지향과 관련된 뇌 부분인 전전두피질이 여성보다 통상 2년 정도 늦게 성숙한다.
또한 "감정·인지·규제" 등을 담당하는 소뇌는 여자아이의 경우 11세에 완전한 크기가 되지만, 남자는 15세에나 그렇게 된다.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뇌 발달과 사춘기 사이의 연관성에서 나타나는 성별 차이는 청소년기 동안에 두드러진 성 격차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저자는 이 같은 연구 등을 근거로 남학생들을 1년 더 늦게 학교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청소년 시절 뇌 발달의 차이는 대학 진학률 차이로 이어진다. 2022년 미국에서 대학 진학률은 여성이 66.1%로 남성을 10%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남성 우위의 보루인 미국 아이비리그조차 여성이 다수로 바뀌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오늘날 가장 까다로운 대학들의 입학기준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더 엄격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업 간의 격차는 직업 전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령, 여성 변호사 비율은 1980년 전체에서 4%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3%로 열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에는 미국 상위 열여섯 개 로스쿨의 법학 저널 편집장이 모두 여성이었다.
또한 일반 남성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여성들의 비율은 1979년 13%에서 2019년 40%로 늘었다. 저자는 "여자들이 같은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서도 남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특히 '경제의 사다리' 아래로 내려갈수록 아등바등 고생하는 것은 오히려 남자인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상위 계층을 온통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 밑바닥에 있는 남자들에게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저자는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 이제는 남성의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때도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페미니스트 작가 수전 팔루디의 글을 인용하며 '20세기 후반의 남성들은 20세기 중반의 여성들과 비슷한 지위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여성의 삶은 재구성됐다. 하지만 남성의 삶은 그러지 못했다…. 소년들에게 더는 먹히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을, 그리고 남자들이 전통적인 남성 역할의 상실로 인한 혼란 상태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소년과 남성들이 자신들의 탓도 아닌 진짜 문제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자."
권기대 옮김. 376쪽. (서울=연합뉴스)
마음건강 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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