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과일 '복숭아'

한여름 제철 과일 복숭아, 후숙하면 더 달콤해집니다. 화이트 와인에 졸여 차게 즐기는 피치바 디저트부터 목에 좋은 개복숭아청까지, 색다른 복숭아 활용법을 소개합니다.

[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이번 주 마트에 가 보니 한창 복숭아철임을 실감하게 된다. 판매대 여기저기 황도, 백도, 천도복숭아가 다양하다. 요즘은 품종 옆에 '말랑이'나 '딱딱이'로 식감을 쉽게 설명하는 듯하다. 당도 표기도 잘 돼 고르기는 한결 수월하다.


미국에 있을 땐 우리나라 복숭아를 먹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부드러운 복숭아는 유통이 어렵고 쉽게 물러 구하기 어려웠다. 그럴 땐 흔했던 천도복숭아로 만족해야 했다.


복숭아 중에는 특별한 야생 복숭아도 있다. 코로나로 제주 생활을 정리하고 남은 집기를 처분하던 때가 2021년이었다. 처음 왔을 때처럼 여행 가방에 배낭만 남기고 보니 현관 구석의 담금 용기가 보였다. 아직 파란 색이 보이는 개복숭아로 만든 청이었다.

목과 기관지에 좋은 개복숭아청

복숭아의 한 종류이지만 익혀 먹는 과일은 아니고, 야생 복숭아로 주로 매실처럼 청을 담가 먹는다. 한창 더웠던 그해 구입해서 그대로 잘 씻어 건조한 후에 설탕에 켜켜이 담아 뒀다. 개복숭아청은 기관지나 목감기에 좋다고 한다. 결국 집을 비우는 날에 아래층 주인할머니께 넘겨드렸다. 아마도 잘 익혀서 차로 드셨으리라 기대해 본다.


특히 요즘 한철인 복숭아를 보면 '피치바'(Peach Melba)라는 디저트가 떠오른다. 1892년에 호주의 소프라노 넬리 멜바(Nellie Melba)를 위해 만든 복숭아 디저트다. 한 게임 회사에서 여는 큰 만찬이었는데 디저트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가 한여름 복숭아철이었다.


쉽게 하려면 복숭아 통조림을 써도 되지만 이번엔 직접 복숭아를 와인에 졸이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큼지막한 황도로 구입했다.


화이트 와인을 끓여 알코올을 날리고 설탕을 적당히 넣었다. 불을 줄이고 복숭아를 넣은 뒤에 기름종이를 냄비에 맞게 잘라 덮어두고 약불에 5분 정도 두고 불을 껐다. 그렇게 식힌 뒤에 바닐라빈을 약간 넣어 주었다.


다음 날 차게 식힌 복숭아는 적당히 부드러워지고 고르게 맛과 향이 들어 있었다. 여기에 직접 만든 우유아이스크림을 그릇 맨 아래 두고 준비한 복숭아를 올린 뒤에 라즈베리 퓨레를 뿌려 줬다. 간단한 복숭아 디저트였는데 건강한 맛에 남김없이 드셨다.



뉴스1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취득한 '불정 야뜨네 복숭아'. (괴산군 제공)

화이트 와인에 졸여 식히면 새로운 맛 느낄 수 있어

복숭아를 맛있게 먹으려면 후숙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떤 복숭아든 2~3일 정도 상온에 두면 맛이 좋아진다. 사과처럼 바로 냉장고로 들어가면 맛과 식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벚나무과에 속하는 복숭아는 꽤나 예쁜 분홍꽃을 피워낸다. 벚꽃처럼 풍성하지 않은 대신 열매를 선물로 주는 나무이다. 열매는 무르고 달아서 해충이 달려들게 마련이다.


어릴 적 복숭아를 먹다 보면, 속 씨가 벌어지면 벌레가 먹은 경우도 많았다. 그보다 오래전에는 복숭아는 밤에 먹는 과일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벌레가 많아 속을 잘 볼 수 없게 해서 먹던 과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올해 복숭아는 수확기에 장마가 짧아 당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7월부터 무더위가 계속됐는데 잘 익은 복숭아는 갈증도 풀어주고 배고픔도 잊게 만들어 준다. 복숭아로 남은 더위를 이겨내고 지친 심신을 달래보면 어떨까.


전호제 셰프

2025.08.15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종합 뉴스통신 뉴스1
채널명
뉴스1
소개글
새로운 개념의 종합 뉴스통신 뉴스1
    이런 분야는 어때요?
    오늘의 인기
    TOP10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