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 소리 반찬 삼아… 건강한 추억을 맛본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홍천 수타사 종점식당

설레는 숲 내음 가득한 산길 걸으면

계곡 보이는 평상 테이블 눈길 잡아

백숙·파전 등 등산객 인기 메뉴 준비

자글자글 끓여나온 청국장 입맛 돋워

나물 가득한 산채비빔밥 건강은 덤

고추장 버무려진 더덕구이 풍미 가득


‘수타사 종점식당’의 계곡물 소리를 반찬 삼아 먹던 산채비빔밥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평상에 앉아 있다 보면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했던 여름휴가가 떠오른다.

◆ 홍천 수타사 종점식당

여름방학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방학식 하던 날의 그 설레던 들뜬 하굣길. 에어컨이 없어도 한여름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은은하게 풍겼던 모기향과 아버지 휴가에 때맞춰 갔던 계곡의 물 내음 같은 것 말이다. 그중 여름방학이 가장 기다려졌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름휴가 아니었을까 한다. 아직 주5일제 근무가 정착하지 못하던 시절엔 3일의 여름휴가는 귀하디귀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아버지 친구들과 모여 각자 차에 깃발을 꽂고 느릿느릿 가던 정체된 길의 고속도로는 운전하는 아버지야 피곤하셨겠지만, 귓가에 맴도는 트로트 노랫소리와 차가 막히는 곳에서는 기가 막히게 등장하던 군것질거리인 옥수수와 뻥튀기를 사 먹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는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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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바라본 계곡 모습

여름휴가는 짧았다. 그런데 꼭 그 짧은 휴가 때마다 장마가 겹쳐 열심히 만든 텐트에 물이 고여 쏟아지던 일이나 텐트 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도랑을 만드는 아버지 따라 하던 삽질이 참 재미있었다. 어떤 해의 여름휴가 때 계곡 주변에 있는 평상에 짐을 풀고 일박 하던 날 밤새 내린 예고 없는 비에 계곡 물이 불어나 새벽에 비를 쫄딱 맞으며 부랴부랴 짐을 싸 집으로 갔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의 무용담이다.


계곡의 물이 흐르는 소리는 그런 많은 것을 추억하게 해준다. 강원 홍천의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서 가족과 일박을 하고 난 후 집에 가는 나른한 오후, 아들과 산책이라도 할 겸 수타사에 들렀다. 전날 내린 비에 설레는 숲 내음 가득 나는 계곡을 낀 길을 걸으며 청량한 물소리와 아들의 조잘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경쾌해졌다. 한 바퀴 돌고 나온 길, 덥다는 아들의 성화에 입구에서 본 슬러시를 파는 식당이 생각났다. 겸사겸사 점심시간이라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슬러시를 사주기로 아들과 합의한 후 가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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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사 종점식당’ 입구에는 입식 테이블이 있고 안쪽으로는 계곡이 보이는 평상 테이블이 있다. 관광객이 한바탕 지나간 듯한, 전쟁터 같은 테이블의 흔적을 보면서 이곳의 음식에 살짝 기대감이 일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계곡 음식점답게 백숙, 파전 같은 등산객 인기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산채비빔밥과 청국장, 더덕구이 세트를 주문했다. 아들을 품에 안고 평상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다. 아마도 문명의 소음이 없는 시간이기에 더 값지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또 그 순간이 그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 산채비빔밥과 더덕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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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비빔밥

오래지 않아 음식들이 나왔다. 때깔이 좋은 밑반찬에 손이 절로 가고 나물 한입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자글자글 끓여 나온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웠다. 청국장에 두부가 잘 풀어져 있어 청국장 콩과 함께 씹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 가루가 뿌려진 산채비빔밥은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가득 느껴졌다. 손수 무친 나물들의 싱그러움이 입에 넣기도 전에 느껴지는 듯했다.


산채비빔밥에 고추장을 넣고 밥을 비벼 한입 입에 넣었다. 산책 후에 노곤한 피로를 풀어주는 듯 계곡 너머 보이는 녹음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자글거리는 철판 위의 더덕은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합중주를 이룬다. 고추장에 버무려진 더덕구이의 그윽한 향과 맛은 슬러시를 먹으러 가자 했던 아들을 칭찬해 주고 싶은 맛이었다. 어느덧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들과 평상에 앉아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났다. 그 시절 우리 아버지의 짧았던 여름휴가도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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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 더덕

지하철역 출입구로 올라가는 통로에는 종종 익숙지 않은 향이 난다. 더덕의 산 내음이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더덕의 껍질을 벗기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끔 그 정겨운 모습에 집에 가는 길에 한 봉투씩 샀던 것 같다.


더덕은 흔히 ‘산속의 고기’라고 한다. 잘 구운 더덕의 식감은 고기처럼 잘근거리며 씹어 삼키는 재미가 있다. 또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양념을 잘 머금기에 고기처럼 숯불에 굽거나 향을 입히기 좋다. 더덕은 무침이나 구이 산적으로 먹기도 하고 찢어 구운 후 양념에 무치면 덮밥이나 비빔밥에도 잘 어울린다. 더덕은 면역 강화와 혈액 순환 개선, 소화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더덕에는 천연 인슐린 성분인 이눌린이 많아서 혈당의 상승을 낮춰주는 등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어 당뇨를 개선하는 데도 좋다. 다만 과다 섭취하면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설사 같은 소화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적당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 더덕 버터구이와 된장 마요네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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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구이와 된장 마요네즈

재료

더덕 100g, 무염 버터 30g, 간장 10g, 간마늘 10g,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0㎖

된장 마요네즈 재료=된장 30g, 마요네즈 100g, 설탕 5g, 레몬즙 10㎖


만드는 법

① 더덕은 흙을 제거한 뒤 끓는 물에 15초 정도 데치고 껍질을 벗긴다.

② 방망이로 더덕을 펼치고 간장, 간마늘, 설탕, 참기름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③ 버터에 더덕을 천천히 굽는다.

④ 더덕이 노릇하게 익으면 간장 소스를 뿌리고 10초 정도 더 굽는다.\

⑤ 접시에 담고 된장 마요네즈를 곁들인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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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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