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한식과 전통주… 미술관 거닐 듯 감각 자극하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서울 연남동 한식당 ‘수을관’. 단아한 공간에서 만나는 코스 한식과 전통주 페어링, 그리고 계절마다 바뀌는 솥밥과 만두가 감각을 자극합니다.

연남동 ‘수을관’


감각적 인테리어와 전통주 페어링

코스 요리·술과 함께 즐기기 제격

봄나물 타르트·생선구이·스지찜 등

주안상 메뉴, 술 부르는 매력 가득

올리브향 페스토 들어간 만두 일품

계절별 솥밥의 생선도 환상 궁합

서울 연남동.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곳은 언제나 새로움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수을관은 특별하다. 단아한 공간에서 만나는 한식 코스와 전통주는 미술관을 거닐 듯, 감각을 자극한다. 만두 한 점에서 계절의 맛을, 셰프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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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관 내부 모습

◆연남동 한식 레스토랑

5월은 나들이하기 참 좋은 날씨다. 처음 요리를 배웠을 때에는 걷기 좋은 연남동에 음식점을 차리는 상상을 많이 했다. 연남동의 매력은 다양한데, 늦은 새벽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북적거리는 한낮 번화가의 그 느낌은 계절과 시간마다 다채롭게 다가온다.


예전엔 연남동은 태국음식점 때문에 자주 방문했다. 지금이야 조금 흔해졌지만 이국적인 태국음식점은 연남동을 약속 장소로 정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연남동을 오랜만에 찾았다. 


합리적인 가격의 한식 코스를 준비하는 간판 없는 식당 ‘수을관’은 노련한 김병수 셰프와 젠틀한 이호진 소믈리에가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식당이 아닌 마치 미술관 같은 단아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한국적인 음식과 전통주를 판매한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단품 메뉴가 많았다. 그때 먹었던 오리다리 콩피가 아직도 기억난다. 프랑스 요리인 오리다리를 소금이 아닌 된장에 절여 우리 입맛에 맞게 간을 한 오리는 뼈가 쏙 빠질 정도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올라왔다. 그 오리다리 하나면 다른 안주가 필요 없었다. 


지금은 코스만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새롭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새 메뉴들이 한껏 기대를 부풀게 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양쪽 테이블을 가로지르는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수을관은 메인테이블이 특이하게도 서로 마주 보는 형태인데 숙련된 서비스 때문에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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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관 시그니처 만두

◆수을관 코스 요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예약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이른 저녁이라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수을관은 셰어 코스 요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양한 요리를 천천히 술과 함께 즐길 수가 있기에 다음 메뉴들이 계속 기대된다. 곧 아뮈즈 부슈가 나왔다. 레스토랑에서 처음 나오는 이 요리로 손님을 맞는 ‘웰컴 푸드’다. 또 그 레스토랑의 가고자 하는 ‘결의’를 볼 수 있는 메뉴다. 


수을관은 아뮈즈 부슈를 ‘첫인상’이라고 표현했다. 여름 메뉴로 바뀌기 전 마지막 봄의 첫인상은 봄나물 타르트로 향긋한 봄내음과 식감이 인상적으로 입안에 맴돈다. 첫 음식부터 술을 한잔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데,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듯한 이 봄나물의 맛이 창밖에서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을 맞이하는 것처럼 설레게 만든다. 


주안상이 나왔다. 만두와 생선구이 스지찜이 올라간 주안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고추장 생선구이는 젓가락이 닿자마자 부들거리는 그 식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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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관 생선 솥밥

짭조름한 그 맛은 주안상 메뉴에 걸맞게 한입에 한잔, 술을 부르는 묘한 매력이 가득하다. 뜨끈한 스지탕은 부드러움과 쫄깃함의 적절함을 정한다면 바로 이 맛이라는 듯, 국물의 감칠맛을 흡수한 스지의 맛이 아주 인상적이다.


주안상의 주인공은 바로 만두 아닐까 싶다. 만두는 와인과 국간장에 천천히 푹 끓여내어 부드러워진 돼지고기에 올리브향의 페스토가 들어가 식감과 맛이 아주 훌륭하다. 머리를 띵 맞는 듯한 영감을 주는 맛인데 담음새까지 정갈해 집어 먹기 미안할 정도다. 만두를 추가해볼까 고민하다 보면 주문한 술 한 병은 금세 비워진다. 봄이 지나고 여름 시즌에는 여름 천도복숭아 퓌레를 넣은 소갈비찜 만두로 바뀐다니 기대감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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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관 오리

메인 요리 격인 반상으로는 오리가슴살과 생선 솥밥이 나왔다. 미디엄으로 익힌 오리가슴살은 과연 이곳이 한식 레스토랑일까 싶을 정도로 오리고기의 섬세함을 잘 살려냈다. 오리의 깊고 강한 맛이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녹아 들어가며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 계절마다 바뀌는 솥밥의 생선은 매 시즌마다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 중에 하나 아닐까 싶다.


식사를 마칠 때쯤 만두가 다시 생각이 났다. 이렇게 다양한 코스 요리를 내는 곳에서 저 만두를 하나하나 빚고 있을 요리사의 뒷모습을 생각해보니 괜히 마음이 흐뭇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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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관의 마주보는 테이블

◆만두

만두는 우리에게 정말 친숙한 음식이다. 구워 먹고 쪄서 먹고 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 바삭하게 튀기기도 한다. 또 소, 닭, 돼지, 해산물 등 다양한 식자재를 활용할 수 있기에 재미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두는 고려 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전파됐고 이후 조선 시대를 거쳐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만두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음식들이 있다. 


만두는 반죽피와 속재료의 조화로 이뤄지는 맛의 하모니인데, 만두의 원조인 중국에서는 만두를 싸는 피로 구분을 한다. 자오쯔(餃子)는 물만두 또는 군만두로, 밀가루 피에 다양한 소를 넣어 삶거나 구워 먹는다. 바오쯔(包子)는 속이 가득 찬 찐빵 형태의 만두로 돼지고기, 채소, 팥 등 다양한 소가 사용된다. 샤오룽바오(小籠包)는 얇은 피와 육즙이 특징인 상하이식 만두로, 김이 나는 대나무 찜기에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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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아뇰로티 

■새우 아뇰로티 만들기

<재료>

▲생면 파스타 반죽: 강력분 120g, 계란 노른자 1개, 소금 약간, 우유 15㎖ ▲속 재료와 소스: 다진 새우 50g, 다진 양파 30g, 다진 마늘 5g, 다진 양송이버섯 10g, 크림치즈 30g, 다진 파슬리 약간, 소금 약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 10g, 토마토소스 150g


<만드는 법>

① 반죽을 섞어 치댄 후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한다.

② 새우, 양파, 마늘, 버섯, 크림치즈, 파슬리를 섞어 짤주머니에 넣는다.

③ 반죽을 넓게 펴고 속 재료를 채운 뒤 접어 아뇰로티 모양으로 만든다.

④ 끓는 물에 데쳐 토마토소스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에 버무려 접시에 담아낸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2025.05.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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