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신’ MW가 오리건서 빚는 ‘진짜’ 내추럴 와인의 탄생

미국 북서부 유일 여성 마스트 오브 와인(MW) 브리 스탁 인터뷰
“내추럴 와인은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만든 결함 없이 자연스럽고 파인한 와인”
이산화황 쓰지 않고 야생효모로만 떼루아 고스란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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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마스터 오브 와인 브리 스탁. 최현태 기자

방금 짜낸 신선한 오렌지나 자몽을 마시는 것 같네요. 농밀하게 잘 익은 과일 맛이 입안을 꽉 채우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걸립니다. 침이 고일 정도로 생기발랄한 산도는 오후의 나른함 마저 단숨에 날려 버리네요. 여기에 뻔하지 않은 효모향과 복합미까지. 무엇보다 ‘혹시나’하고 우려됐던 고약한 지린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요. 역시 ‘와인의 신’ 마스터 오브 와인(MW)이 만드는 내추럴 와인은 ‘클라스’가 남다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자연스럽게 과일향과 떼루아를 한 잔의 와인에 그대로 담아낸 걸 보니 보통 실력이 아닙니다. 신이 내린 자연환경에 기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떼루아와 포도 캐릭터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내추럴 와인이죠. 한국을 찾은 MW 브리 스탁(Bree Stock)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최대 와인산지 윌라맷 밸리(Willamette Valley)에서 탄생하는 진짜 내추럴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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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벨트에 위치한 오리건. 오리건와인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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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 대표 내추럴 와인. 최현태 기자

◆ 내추럴 와인은 지린내가 나야한다?

내추럴 와인은 뭘까요. 아마도 인류가 최초로 만든 와인이고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 온 와인일 겁니다. 지금처럼 양조기술과 인공 효모, 화학비료, 이산화황이 없던 시절에는 야생 효모에 의존해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용기에 담아 발효와 숙성을 할 수 밖에 없었겠죠.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에서 우리나라 김장독처럼 땅속에 묻은 항아리, 크베브리(Qvevri)에 포도를 송이째 넣어서 만드는 방식이 바로 인류 최초의 와인 양조 방식이자 최초의 내추럴 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도껍질과 씨는 물론 줄기까지 그대로 숙성시키니 화이트 와인도 레드 와인처럼 탄닌이 강하게 느껴지고 화이트 품종으로 만들지만 색도 살짝 오렌지 컬러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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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Ltd+내추럴 와인. 최현태 기자

하지만 요즘 ‘내추럴 와인’이 엉뚱하게 정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농사철 논두렁이나 밭두렁 근처에 가면 나는 고약한 거름냄새나 지린내 가득한 와인이 내추럴 와인으로 둔갑되곤 합니다. 또 그런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가 스타 와인메이커로 등극해 마치 엄청난 와인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하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런 와인은 ‘내추럴 와인’이 아닙니다. 지린내에 가려 포도 품종의 고유 캐릭터는 물론, 떼루아의 특성도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지아는 요즘도 크베브리 숙성 와인을 활발하게 생산하는데 이런 거부감이 느껴지는 향과 맛은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최대한 개입해 인위적으로 지린내가 나는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었을 뿐이니 그런 와인은 인위적이란 뜻의 ‘아티피셜(Artificial) 와인’이나 와인메이커의 개성을 너무 과도하게 담은 ‘펑키(Funky) 와인’이 더 가까운 용어일 겁니다. 자연스럽지 않은데 자연스럽다는 뜻의 내추럴(Natural)로 불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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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최현태 기자

◆ MW가 만드는 진정한 내추럴 와인

브리 스탁이 만드는 와인 ‘Ltd+(Limited Addition Wines)’는 진정한 내추럴 와인이 과연 어떤 와인이지 잘 보여줍니다. 그는 2018년 오리건 최대 와인 산지인 윌라맷 밸리의 떼루아에 반해 이곳에 정착했고 20여종의 품종으로 오로지 야생효모만 사용한 내추럴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체의 화학비료 없이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이산화황도 아예 쓰지 않습니다. 브리 스탁 와인은 비니더스 코리아가 수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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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Ltd+ 오렌지 크러쉬. 최현태 기자

Ltd+ 오렌지 크러쉬(Orange Crush)가 대표 와인입니다. 피노그리 50%, 무스캇 25%, 리슬링 25%를 섞었습니다. 이 세 품종은 윌라맷 밸리에 1965년 처음 심어진 품종들로 55년 수령의 올드바인으로 만들어 깊이감이 남다릅니다. 올드바인은 뿌리가 땅속 깊이 파고들어 다양한 지층의 성분을 끌어 올립니다. 잘 익은 감귤, 오렌지, 자몽, 모과를 방금 한꺼번에 착즙한 듯한 신선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알싸하면서 달콤한 생강향이 더해집니다. 특히 다양한 자연 효모가 선물하는 복합미가 풍성하게 표현돼 볼륨감이 꽤 있는 와인으로 느껴집니다. 윌라맷 밸리 토양의 특징인 해양충적토와 화산토양에서 얻은 우아한 미네랄도 잘 드러납니다. 탱크와 오크 배럴에서 발효와 숙성하지만 오크 숙성에서 오는 버터리하고 크리미한 질감은 전혀 없습니다. 여러 차례 사용한 뉴트럴 오크 배럴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한해에 6000병만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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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Ltd+ 오렌지 크러쉬. 최현태 기자

“피노누아에서 파생된 피노그리 껍질 때문에 와인은 짙은 오랜지 색을 띠게 됩니다. 보통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껍질을 빼고 발효하는데 그렇게 하면 좋은 향들이 다 없어져 버리죠. 더구나 껍질에 있는 야생효모를 통해 복합미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껍질과 함께 스킨 컨텍 발효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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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최현태 기자

브리 스탁은 세 품종의 수확시기가 다른 만큼 세 단계에 걸쳐 세심하게 양조합니다. “가장 먼저 무스캇을 수확해 줄기를 제거하고 으깨 4일 동안 발효합니다. 무스캇은 꽃향, 멜론, 생강향이 도드라지는 품종입니다. 4일이 지나면 이제 피노그리를 수확해 발효중인 무스캇에 넣습니다. 9월 말의 오레곤은 시원해집니다. 낮은 20도, 밤은 12~13도여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 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포도에서 아로마를 모두 뽑아낼 수 있답니다. 2주 정도 발효한 뒤 리슬링을 수확해 같은 탱크에서 넣어서 3~4주 동안 완전히 드라이해질 때까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합니다. 덕분에 껍질의 페놀 성분이 모두 살아있습니다. 입안에서는 주시하고 신선한 과일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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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 에올라 스프링 빈야드 가메.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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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 에올라 스프링 빈야드 가메. 최현태 기자

브리 스탁 Ltd+ 에올라 스프링 빈야드(Eola Spring Vinyard)는 프랑스 보졸레 대표 품종인 가메 100%입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면 피노누아로 착각할 정도로 진한 레드체리와 라즈베리가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스파이시한 노트와 샌달우드, 계피처럼 달콤한 허브향도 더해집니다. 언덕 화산토양에서 자란 가메를 사용하며 40%는 송이째 발효해 복합미를 끌어 올립니다. 브리 스탁은 윌라맷 밸리의 기후와 가메 품종이 잘 맞아 앞으로 가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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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 레드 블랜드. 최현태 기자

브리 스탁 Ltd+ 레드 블랜드는 트루소(Trousseau), 가메, 피노누아를 블렌딩합니다. 딸기향으로 시작해 스파이스한 노트가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흙내음도 느껴집니다. 트루소는 프랑스 남동부 쥐라(Jura)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붉은 과일, 허브, 스파이스, 흙내음의 풍미를 지녔습니다. 브리 스탁은 2016년 수확시즌 쥐라에서 일했는데 잠도 못자고 계속 일했다고 합니다. 그때 트루소 와인과 꽁테 치즈를 많이 먹으면서 이 품종에 반해 윌라맷 밸리에서 트루소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브리 스탁은 시원하게 마시면 더 맛있다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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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브리 스탁. 홈페이지

◆ 야생효모를 써야 떼루아를 담을 수 있어

브리 스탁은 ‘지린내 같은 결함이 없고 자연스럽지만 좋은 와인’을 내추럴 와인으로 정의합니다. 특히 ‘미니멀 인터벤션 맥시멈 어텐션(Minimal intervention Maximum attention)’ 즉, 최소한 개입하지만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와인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정한 내추럴 와인을 만들려면 발효과정에서도 와인이 어떻게 변하는지 냄새를 맡으면서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살충제나 스프레이 농약은 전혀 쓰지 않아요.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배해야 내추럴 와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브리 스탁은 오가닉 농법에서 야생효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포도를 옮기는 과정에서 산화나 발효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산화황을 많이 쓰는데, 포도에 좋은 품질의 야생 효모가 발생하면 이산화황을 쓰지 않아도 포도가 자연적으로 잘 보호된다는 군요. “야생 효모는 발효를 천천히 진행하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와인의 맛도 복합적으로 나타나죠. 따라서 야생효모를 써야 진정한 떼루아를 보여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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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도네를 만드는 에올라 스프링 빈야드. 홈페이지

브리 스탁은 처음에는 다양한 야생효모가 발효를 주도하다 알코올 도수가 4도 정도 오르면 사카로마이시스(Saccharomyces)라는 이스트가 마지막까지 발효를 끝낸다고 설명합니다. “포도의 야생 효모에는 사크로마이시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인공 효모를 패키지로 구입해서 쓰는데 대부분 사카로마이시스랍니다. 그런데 이런 인공 효모를 쓰면 와인이 전부 똑같은 맛이나 재미가 없어요. 코카콜라처럼 매년 똑같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해 포도 본연의 맛을 지키면서 빈티지 특성을 보여주려면 야생 효모를 꼭 써야합니다. 상파뉴나 부르고뉴에 사용하는 효모를 패키지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 떼루아에서 만든 효모를 사용하면 오리건의 떼루아는 느껴질 수 없답니다. 최대한 오리건 야생효모를 사용해야 오리건 와인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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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위치. 오리건와인보드

◆ 오리건의 기후가 선사하는 야생효묘

이처럼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야생효모로만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신이 내린 오리건의 기후덕분입니다.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오지만 포도 생장기인 6월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습니다. 구름도 끼지 않는 쨍한 날씨가 계속돼 포도밭은 해를 잘 받습니다. 위도가 훨씬 높지만 나파밸리와 소노마보다 하루 일조량이 두시간 더 많습니다. 오리건 와인에서 과일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런 일조량 덕분입니다. 포도 생장기에 해를 잘 받고 건조하니 질병이 생길 여지가 없어 살충제나 농약이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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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와인 산지 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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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와인 산지 일조량 비교. 오리건와인보드

“비가 연간 오는 곳은 생장 기간동안 포도가 상하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어 농약을 뿌려야 합니다. 그러면 이스트가 죽을수밖에 없죠. 하지만 오리건은 포도 생장기에 건조해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산화황도 필요 없으니 야생효모 풍부하게 살아있는 겁니다. 당연히 포도는 건강하고 깨끗하죠. 농약을 뿌리면 땅속으로 스며들어 연어가 사는 주변의 강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사람과 땅이 건강하게 함께 살려면 친환경 농법이 키워드입니다.”


포도가 빨리 익는 기후도 야생효모만 사용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배경입니다. 더운 지역에선 당연히 포도의 당분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야생효모가 당을 모두 발효해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인공 효모를 넣어줘야 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시원한 기후인 오리건은 포도가 좀 일찍 익어서 당분이 더운 지역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야생효모 만으로 충분히 드라이하게 발효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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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최현태 기자

◆ ‘와인의 신’ MW 그것도 ‘3관왕’

현재 MW는 31개국 414명에 불과하고 여성 MW는 149명입니다. ‘와인의 신’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1년에 고작 1∼2명이 합격할 정도로 시험의 난도가 높기에 보통 공부를 시작하면 6~7년씩 걸립니다. 우선 국제공인 와인전문가과정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최고 단계인 디플로마를 획득해야 MW 응시 기회가 주어집니다. 테이스팅 능력은 기본이고 이론까지 모두 패스해야 합니다. 하루에 와인 12종을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해 품종 등을 알아맞혀야 하는데 이런 시험이 3일 동안이나 계속됩니다. 이론 시험은 난공불락에 가깝습니다. 와인 유통과 무역 등 산업적인 측면까지 모두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을 요구합니다. 하루에 세 가지씩 질문하고 한 질문당 한 시간에 논술식으로 답을 써내야 합니다. 오전에는 테이스팅 시험이, 오후에는 이론 시험이 진행되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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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 최현태 기자

브리 스탁은 MW 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4년만인 2016년 37살에 MW를 패스했는데 이론과 실기를 모두 한번에 따냈다니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MW에는 빌라마리아상(빈야드 매니지먼트), 로버트 몬다비상(와인메이킹), 볼랭저상상(테이스팅)이 있는데 브리 스탁은 모두 최고의 성적으로 3관왕까지 차지했습니다. 현재 와인 메이킹을 하는 MW는 전세계에서 11명 정도인데 브리 스탁은 오리건 최초이자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통틀어 유일한 여성 MW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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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 스탁과 남편 채드. 홈페이지

호주 브리즈번과 멜버른에서 자란 브리 스탁은 10대 시절부터 와이너리 투어를 다닙니다. 호주의 세미용, 리슬링 품종을 자주 접해 매력에 빠지면서 와인의 길로 접어듭니다. 20살에 캐나다 벤쿠버로 이주한뒤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소믈리에가 됐고 와인바이어로도 경력을 쌓게 됩니다. 멜버른으로 돌아와 야라밸리 와이너리 디 보틀리(De Bortoli)에서 7년 동안 일하면서 와인 판매와 와인 메이킹 경력을 쌓았고 멜버른에서 WSET 강사로도 활약합니다. 또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조지아, 독일, 미국 오리건의 와이너리를 돌며 풍부한 경험을 채웁니다. 그는 MW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폭넓게 테이스팅하고, 말 많이 하지 말고 질문을 많이 하라”고 조언합니다. 브리 스탁의 남편 채드(Chad) 역시 다른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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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 에스테이트 빈야드 오너 앤드류와 암포라. 인스타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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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포라 숙성하는 앤드리아. 인스타그램

◆ 암포라에서 만드는 내추럴 와인 베컴

브리 스탁은 오리건에서 명성이 자자한 지인들의 내추럴 와인도 소개합니다. 베컴 에스테이트 빈야드(Beckham Estate Vinyard)와 휴먼 셀라(Human Cellar)로 브리 스탁 와인을 포함해 모두 오리건 내추럴 와인 탑5에 드는 생산자입니다. 이 와인들도 비니더스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베컴은 윌라맷 밸리(Willamette Valley)에서도 최고의 산지로 꼽히는 쉐할럼 마운틴(Chhehalem Mountains)에서 테라코타 암포라(Ampora)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암포라 장인입니다. 와이너리를 일군 앤드류(Andrew)와 아내 앤드리아(Annedria)는 원래 도예가로 작업 공방을 짓기 위해 2005년 쉐할램에 도착했다가 고지대 표면 아래 잠재된 화산토 토양에 매료돼 피노 그리, 리슬링, 피노누아를 심어 와이너리를 세웁니다. 고등학교에서 예술 과목을 가르치는 앤드류는 암포라를 직접 만들어서 와인을 양조합니다. 암포라는 크베브리와 비슷하며 크베브리는 땅에 묻지만 암포라는 셀러에 세워놓고 양조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암포라에서 스킨 컨텍으로 발효하며 진흙벽이 얇아서 발효때 온도가 시원하게 잘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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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베컴 암포라 피노 그리. 최현태 기자

A.D. 베컴 암포라 피노 그리가 대표 와인입니다. 브리 스탁의 오렌지 크러쉬와 비슷한 딸기향, 딸기 캔디로 시작해 달달한 생강향과 살구잼, 달콤쌉사름한 말린차향이 더해지고 허브정원에 서 있는 듯, 허브향도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암포라에서 숙성한 덕분에 오렌지 크러쉬와 비교하면 탄닌이 더 많이 느껴집니다. 암포라에서 숙성하면 과일향을 최대한 잘 유지할 수 있고 미세하게 산소가 드나들면서 천천히 숙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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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 에스테이트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베컴 에스테이트 피노누아는 해발고도 200m 쉐할럼 마운틴 화산토에서 자라는 피노누아 100%입니다. 아주 잘 만든 부르고뉴 빌라주급 피노 누아 스타일로 떼루아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복합미가 매우 뛰어납니다. 한 모금 마시면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중독성이 아주 강한 와인입니다. 야생 체리, 크랜베리로 시작해 석류가 더해지고 허브, 계피, 스파이시한 노트가 비강으로 마구 파고듭니다. 쉐할럼 마운틴은 일교차가 커 포도는 신선한 산도를 잘 움겨쥐는데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를 잘 받치고 있습니다. 온도가 오르면 블랙체리 등 검은 과일향과 숲속의 젖은 흙 등 3차향도 풍성하게 피어오릅니다. 50%를 송이째 압착하며 잘 익은 줄기가 숙성되면서 이런 향들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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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셀라 와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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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셀러 오너 브라이언. 인스타그램

◆ 가난한 농부들이 전한 내추럴 농법

휴먼 셀라(Human Cellar)는 대형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브라이언(Bryan)이 오리건 던디힐에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예상치 못한 제안으로 태국의 외딴시골에서 일하던 그는 무언가에 이끌려 18년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돌며 저소득층 농민과 함께 일합니다. 이때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는 오가닉 농법에 눈을 뜹니다. 그는 “인간, 포도나무, 자연이 와인을 만들며 비범한 인간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사려 깊은 와인”이라고 자신의 와인을 설명합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프랑스 론으로 건너가 양조를 시작했고 오리건 던디힐에 정착해 휴먼 셀라 와인을 생산합니다. 극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클럽 회원들에게 선착순으로 보내집니다. 수입사 비니더스 코리아는 3년동안 공을 들인 끝에 드디어 올해 휴먼 셀라 와인을 한국에 들여왔습니다. 휴먼 셀라 와인은 애미티 힐(Eola-Amity Hills)의 리슬링, 샤르도네, 가메 포도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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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셀라 어 로스 그랑제로스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휴먼 셀라 어 로스 그랑제로스(A Los Granjeros)는 샤르도네 100%입니다.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원시적인 샤도네이 와인입니다. 말보로 소비뇽블랑 같은 신선한 시트러스 과일향으로 시작해 복숭아, 모과가 더해지고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오크 숙성에서 얻는 은은한 바닐라 노트가 피어납니다. 내추럴 와인이지만 오크통에 옮겨 담는 래킹 작업을 통해 거부감 있는 향이 느껴지지 않고 산도가 뛰어나 음식과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와인입니다. 뉴트럴 오크에서 효모앙금과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진행해 샴페인처럼 풍성한 효모향이 매력입니다. 브리 스탁은 효모 앙금 숙성하면 중간 팔렛에서 크리미과 아몬드 등 견과류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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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 셀라 우다 투 루디 리슬링. 인스타그램

휴먼 셀라 우다 투 루디(Öde to Rüd)는 리슬링 100%입니다. 오픈하자마자 신선한 효모향이 느껴지고 잔에서는 효모앙금이 알로에처럼 떠다닙니다. 미세한 버블감이 느껴지며 생기발랄한 산도는 침샘을 마구 자극해 음식을 마구 부릅니다. 신선한 해산물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독일 모젤의 최초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생산자 루디(Rudi)에 바치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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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셀러 르 에플리옹스 드 부이 가메. 최현태 기자

휴먼 셀라 르 에플리옹스 드 부이(L'Influence Du Bouys)는 가메 99%에 샤르도네를 1% 섞었습니다. 갓 익은 신선한 딸기, 라즈베리의 붉은 과일향이 매력적입니다. 샤르도네를 살짝 섞어 우아함과 신선한 산도를 더했고 피니쉬도 길게 이어집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과 내추럴 와인양조를 전수한 론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부이 스테판을 기리며 만든 와인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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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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