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고즈넉한 미근동 맛집 베스트 5

서울 서대문의 작은 동네 ‘미근동’. 도시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이곳에는 과거 열차들이 정차하는 서소문역이 있었다. 역 자체는 폐역되어 철거되었지만 열차들이 지나가는 건널목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하루 평균 500회의 열차 통행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철도 통행량이 많다고 한다. 서소문고가 아래에 있노라면 KTX를 비롯한 무궁화호, 화물열차 등 다양한 기차들이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철도 애호가들이 그 장면을 눈과 핸드폰을 담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다. 열차 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으로 ‘땡- 땡-‘하는 종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에 맞춰 ‘땡땡거리’라는 이름도 붙었다. 땡땡거리는 용산이나 신촌 등 철도 건널목이 있는 곳이라면 흔히 붙는 별명이었다.

또 미근동은 경찰청을 중심으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가게들이 많다. 덕분에 이곳의 가게들은 플레이팅이나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대신 오랜 시간 직장인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음식들은 깊은 맛을 자랑하며, 그 정직한 맛 덕분에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서울에서 이렇게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가진 동네를 또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주는 그런 미근동의 매력을 담은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겨운, 지나온 시간의 향기가 깃든 미근동의 맛을 만나보자.

서대문 기찻길 옆 미근동 맛집으로는 장호왕곱창, 서대문족발, 땡땡거리 형제옥, 철길떡볶이, 삼오쭈꾸미, 다이닝후, 대림정 정육식당, 미동식당 등이 유명하고, 2차로 가기 좋은 펍과 카페로는 더스푼, 페르마타, 에스프레소룸, 하지메노미세, 로쉬치킨&호프 등이 있다.

1. 3대를 이어온 설렁탕의 맛, ‘땡땡거리 형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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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거리 형제옥 점주 제공

땡땡거리 형제옥 점주 제공

1957년 영업을 시작하여 3대를 이어온 전통 있는 한식당. 설렁탕과 해장국, 도가니탕 등 진한 국물 요리로 유명하다. 땡땡거리에서 주변 골목에서 영업을 한다고 해서 가게 이름에도 ‘땡땡거리’가 붙었다. 

대표 메뉴인 설렁탕은 소 양지와 머리, 도가니, 사골, 잡뼈 등을 무쇠 가마솥에 14시간 이상 푹 고아낸 진한 국물에 머릿고기 수육과 소면을 더해 손님에게 낸다. 국물은 너무 뽀얗지도, 그렇다고 너무 맑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탁도인데, 한입 맛보면 ‘제대로 하는 집이다’ 싶다. 

음식에 기교 없이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끓인 맛이다. 이러한 국밥이 서울에서 아직 만원이 안되다니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해장국’은 설렁탕 국물에 우거지와 양념을 넣고 끓여냈다. 소뼈와 선지가 들어있어 구수한 맛을 한층 끌어올린 메뉴. 이 일대가 그렇듯이 점심시간 즈음엔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차니 방문 전 참고하면 좋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6안길 3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B·T 15:00-18:00), 토~일 휴무 

▲가격: 설렁탕 9000원, 해장국 9000원, 도가니탕 1만4000원 

▲후기(식신 마시멜로이야기): 자극적이지 않은 진짜의 맛. 시원한 맛의 깍두기도 맛있고 매일 담근 겉절이도 맛있어요. 날 궂을때면 유난히 이집 국물이 더 생각나는 그런 맛이에요

2. 직장인들의 숨겨진 아지트, ‘대림정 정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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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myom_chomuk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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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속에 숨겨져 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인기 있는 정육식당. 주택을 개조한 장점을 살려 매장 한 켠 마당을 홀로 만들어 마치 야외에서 먹는 듯한 분위기로도 인기다. 점심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곰탕과 한우육회비빔밥을, 저녁엔 가성비 좋은 가격에 한우 구이를 맛보는 손님들이 많다.

정육식당인 만큼 고기 퀄리티가 아주 준수하고 주인장의 손맛이 좋은 편이라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뒤처지는 음식이 없다. 회식이 많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엔 불판을 앞에 두고 삼삼오오 한우 구이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으므로 방문 점 참고하면 좋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6안길 17-6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B·T 14:00-17:00), 토~일 휴무 

▲가격: 한우등심(500g) 6만2000원, 한우육회(300g) 3만원, 한우육회비빔밥 8000원 

▲후기(식신 자연미인): 점심에 밥 먹으러 자주 가는 맛집이에요. 육회비빔밥도 맛있고 고기질도 좋습니다. 왕갈비탕에는 인원별로 가위랑 집게를 다 챙겨주셔서 아주 편리해요.

3.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먹는 떡볶이, ‘철길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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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imi_jean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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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를 지척에서 마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색적인 식당. 2대에 걸쳐 40년 넘게 영업중인 식당으로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 많이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세월이 깃든 식당은 꽤나 허름하지만 흔히 접할 수 없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철판에서 만드는 떡볶이와 순대, 튀김 등 일반적인 분식 메뉴들이 준비되는데, 떡볶이는 밀떡을 사용하며 옛날 학교 앞에서 팔던 익숙한 양념맛이다. 오랜 단골들도 많아 포장하는 손님들도 왕왕 있는 편.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대부분 실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야외 좌석에서는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눈 앞에서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날씨 좋은 요즘이 방문하기에 아주 좋은 적기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5-6 

▲영업시간: 일~월 11:00-20:00, 매주 토요일 휴무 

▲가격: 떡볶이 3500원, 순대 3500원, 김말이 2000원 

▲후기(식신 프리캣우먼): 엄청 오래된 분식집이에요.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분식집 스타일 많이 맵지 않고 달콤한 맛이 있는 밀떡볶이구, 기차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아요!

4. 톡톡 튀는 감성의 보석 같은 다이닝, ‘다이닝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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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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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근동의 분위기를 즐겼다면, 육교 하나 건너면 만날 수 있는 트렌디한 다이닝을 만나보자. 다이닝후는 유로피안 차이니즈 컨셉을 중심으로 창의적인 요리들을 다양한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상해의 옛 이름인 ‘후’에서 따온 가게 이름처럼 동파육, 도삭면, 유린기, 두반장 등 중국 재료와 소스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메뉴판을 읽어봐도 맛이 짐작가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이집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핑크불렀어?’, ‘우마왕’, ‘계복동’ 등 메뉴 이름에서부터 톡톡튀는 감성이 가득하다. 인기있는 메뉴는 닭다리살을 유럽산 카다이프면으로 감싸 만든 ‘유년기’. 가느다란 카다이프가 주는 이색적인 식감이 맥주나 와인과도 잘 어우러진다.

생트러플과 다양한 버섯을 넣어 페코리노 치즈로 맛을 낸 ‘트러플 메이커’도 테이블마다 꼭 주문하는 메뉴. 아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준비된 다양한 와인리스트와 고량주, 전통주까지 주류 리스트도 다양한 편이라 모임하기에도 적합하다. 친절까지 겸비한 보석 같은 다이닝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190-19 

▲영업시간: 평일 11:30-22:00 (B·T 14:30-17:00), 토~일 휴무 

▲가격: 유년기 2만6000원, 트러플 메이커 2만9000원, 핑크불렀어? 2만5000원 

▲후기(식신 조동아리클럽): 다른 가게에서 먹을 수 없는 이색적인 메뉴들이 다양하게 많아요. 음식을 받아보면 퀄리티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썼다는게 티가 납니다. 주류도 다양하고 와인 가격도 저렴해서 좋았어요

5. 사장님 마음대로 꾸리는 한 상, ‘미동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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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ng_fish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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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듯한 독특한 생김새로 유명한 서소문아파트에 위치한 작은 이자카야. 사장님 마음대로 준비되는 메뉴들을 인원수대로 1인 1만원에 제공한다. 2인 기준 메뉴 3가지, 3인 기준 메뉴 4가지, 4인 기준 메뉴 5가지다. 

맡김차림 메뉴는 공개되어 있진 않지만 숙성회나 일본식 고등어 조림 등의 인기 메뉴는 대부분 포함되는 듯 보인다. 요리에는 생맥주나 사케, 하이볼, 일본 소주 등을 곁들일 수 있는데, 사케와 함께 요리를 즐기다 보면 도쿄 뒷골목 선술집에 온 듯한 따뜻한 분위기가 난다.

어떤 메뉴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진정한 오마카세라고 부를 만하다. 아담한 규모이고 합리적인 가성비로 이미 인기가 많아 퇴근시간에 맞춰 달려가도 이미 만석인 경우가 잦다. 5인 이상은 입장이 불가한 부분과 주말에 영업하지 않는 등 방문 난이도가 다소 높지만, 만족도는 높은 식당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6길 59 

▲영업시간: 평일 17:15-23:00, 토~일 휴무 

▲가격: 1인 1만원 (메뉴 2가지), 2인 2만원 (메뉴 3가지), 3인 3만원 (메뉴4가지), 4인 4만원 (메뉴 5가지)  

▲후기(식신 땡자는탱자탱자): 고독한 미식가에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여러 일본식 안주를 먹을 수 있는데 뭔지는 안써있어요. 저는 숙성회랑 고등어 요리랑 무조림 나왔어요. 원래도 무조림 좋아하는데 달큰한게 아주 맛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