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도 안 먹는다는데…" 사람은 약으로 먹었다는 산속 '가시 식물'
엉겅퀴는 가시투성이에 보기만 해도 꺼려지지만, 알고 보면 간 건강에 좋다고 전해지는 산약초입니다. 전통과 과학이 말하는 엉겅퀴의 효능을 정리했습니다.
간 건강을 돕는 '엉겅퀴'
![]() 엉겅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
초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키가 크고 가시가 많은 식물 하나가 눈에 띈다. 잎에 뾰족한 톱니가 나 있고, 줄기를 꺾으면 우윳빛 진액이 흘러나온다. 가시가 많아 피해야 할 식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론 뿌리부터 잎까지 약초로 쓰이는 식물이다. 이름은 엉겅퀴다.
엉겅퀴는 예부터 ‘지칭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민간에선 간 건강을 돕는 약초로 알려졌다. 식용 산채로 삶아 나물로 먹고, 말려 건나물로도 판매된다. 과거에는 ‘소의 혀처럼 생겼다’라고 해서 소 엉겅퀴라 부르기도 했다.
지칭개·소 엉겅퀴… 식용할 수 있는 자생 품종 다수
![]() 엉겅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
엉겅퀴는 국화과(Cirsium 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15종 이상 자생한다. 그중 가장 많이 식용·약용으로 이용되는 품종은 지칭개, 고려엉겅퀴, 소 엉겅퀴다.
특히 지칭개는 강원·경북 산간지대에서 채취해 나물로 먹는다. 3~5월 사이 어린순을 꺾어 데친 후 물에 우려내고 나물로 무치거나 국에 넣는다. 줄기에는 미세한 가시가 있지만, 삶으면 부드럽게 풀린다.
지칭개는 예부터 ‘간이 나쁠 때 달여 먹는 풀’로 알려져 왔다.《동의보감》에서는 "지칭개는 간을 편하게 하고, 독을 풀며, 상처를 아문다"라고 기록돼 있다. 뿌리를 달여 마시거나 술로 담가 약용주로 쓴 기록도 남아 있다.
줄기를 꺾었을 때 나오는 흰 진액은 ‘라텍스 성분’으로 식물의 수액이다. 알칼로이드 성분은 거의 없으며,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이 진액을 지혈용으로 바르거나, 흉터 치료에 사용하기도 했다.
간 건강, 항산화, 혈압 조절까지 알려진 기능성
![]() 엉겅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
엉겅퀴는 실제 과학적 연구에서도 간세포 보호 효과와 항산화 효능이 확인됐다.
경북대학교 약학대학 연구에서는 엉겅퀴 추출물이 CCl4(탄소사화물)로 유도된 간 손상 실험에서 간 효소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엉겅퀴에 함유된 실리마린(silymarin) 유사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칭개는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러한 성분은 세포 산화를 억제해 노화 방지와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특히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시력 유지와 피부에도 유익하다.
이전에는 고혈압 개선에도 활용됐다. 엉겅퀴에 포함된 칼륨 성분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런 효과는 장기 복용보다는 간헐적 섭취에서 의미가 있다.
봄에는 나물, 여름엔 약초… 전통과 현대 넘나드는 식재료
![]() 엉겅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엉겅퀴는 지역에 따라 먹는 방식이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된장국이나 나물 반찬으로 자주 쓰이고, 전라도에서는 말려서 묵나물로 저장했다가 겨울철 반찬으로 먹곤 했다. 제주도에서도 어린 엉겅퀴 잎을 삶아 물김치에 넣는 식문화가 남아 있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줄기와 잎을 수확한 뒤 끓는 물에 2~3분 데친 후 찬물에 담가 아린 맛을 빼고, 들기름과 된장으로 무치거나 국에 넣는다. 향은 강하지 않지만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 엉겅퀴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엉겅퀴는 말려서 약재로도 유통된다. 주로 뿌리와 줄기 부분을 햇볕에 말려 탕으로 달여 마신다. 시중 한약방에서는 ‘지칭개 뿌리’ 또는 ‘엉겅퀴 전초’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1kg당 2만~3만 원 수준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알레르기 체질이나 위장이 약한 사람은 데치지 않은 생엉겅퀴를 그대로 먹을 때 위 자극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가열 후 섭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산지에서 채취할 때 독성이 있는 유사종(가시상추 등)과 혼동하지 않도록 식물 형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