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 무게만 무려 80kg..." 한국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초대형 열매'
조상들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았던 전통 채소 ‘동아’. 한 개 무게가 80kg까지 자라며, 담백하고 시원한 맛 덕에 국물 요리와 보양식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혈압 조절에 좋은 '동아'
![]() 동아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밭 한가운데 하얀 분가루를 두른 채 거대한 열매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서리를 맞은 듯 은빛으로 빛나는 이 채소의 이름은 동아다. 길이는 1m에 달하고 무게는 보통 10kg, 크게는 80kg까지도 자라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없지만 조상들의 밥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전통 채소다. 최근 들어 전통 작물과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아를 다시 돌아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동아의 기원과 역사
![]() 동아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동아는 박과 식물로, 원산지는 동남아시아 또는 인도로 추정된다. 박보다 훨씬 크고 길쭉하며, 일반적으로 길이가 지름의 두 배 이상이다. 큰 것은 길이가 1m에 이르며 둥글둥글하기보다는 길게 뻗은 모양이 특징이다.
동아라는 이름은 순우리말이다. 한자로는 겨울 동(冬)과 오이 과(瓜)를 써서 동과라 부르는데, 겨울에도 저장성이 좋아 먹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시대의 한글 조리서에는 동아를 사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임진왜란 시기 기록에서도 동아는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의 조카 이분이 집필한 ‘이충무공행록’에는 어린 시절 이순신 장군이 동네 아이를 속여 동아를 따게 한 일화가 실려 있다. 당시 동아가 흔히 자라던 채소였음을 알려주는 일화다. 이처럼 동아는 역사 속에서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있었던 식재료다.
재배법도 특별히 까다롭지 않다. 해가 잘 드는 밭에 씨앗만 뿌려 두면 왕성하게 자란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주면 되며, 수박과 비슷한 방식으로 키울 수 있다. 성장 속도가 빨라 농가에서는 예전부터 수확량이 좋은 작물로 여겼다.
동아의 크기와 성분
![]() 동아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동아는 크기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지름은 30cm, 길이는 60~90cm, 무게는 보통 7.5~10kg에 달한다. 작정하고 크게 키우면 길이가 1m, 무게가 40kg을 훌쩍 넘는다. 기록에 따르면 80kg까지 자란 사례도 있다. 동아 몇 개만 실어도 쌀 한 가마니에 맞먹는 무게가 나온다.
성숙한 동아의 표면에는 하얀 분가루가 뿌려진 듯 덮인다. 처음에는 어린 열매를 보호하는 잔털이 돋아 있지만, 다 자라면 잔털 대신 흰 가루가 나타난다. 이 분가루가 보송보송하게 덮이면 수확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영양 성분도 주목할 만하다. 과육의 95%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어 갈증 해소에 좋다. 100g당 칼륨 함량이 170mg에 달해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지방이 없고 칼로리가 낮아 비만 관리에 알맞다. 또한 나트륨 섭취가 많은 현대인에게는 혈압 조절에도 이롭다. 고혈압, 신장 질환, 부종에 효과가 있으며 관상동맥경화증 예방해 왔다.
동아씨인 동과자는 감기 예방과 기침 완화에 쓰였다. 사포닌과 아데닌, 아스파라긴산, 필수지방산이 풍부해 이뇨 작용을 돕는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나트륨을 배출해 몸을 가볍게 한다는 전통적 인식이 있었다.
맛은 수박 껍질 부분과 무 사이의 어딘가에 가깝다. 박 껍질과 비슷한 풍미가 있어 국물 요리에 넣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과거 농가에서는 무 대신 동아를 넣어 국을 끓이기도 했다.
동아의 조리법과 현재 재배 상황
![]() 동아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동아의 속살은 조림으로, 무침으로, 김치 재료로 쓰인다. 특히 나박김치에 넣으면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껍질도 버리지 않고 삶아 차로 끓이면 이뇨 효과가 커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준다.
보양식으로는 백숙이 유명하다. 속을 파낸 동아 안에 오리나 닭을 넣고 잡곡과 한약재를 함께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나온다. 여름철 원기 회복 음식으로 많이 애용됐다.
오늘날 한국에서 동아를 재배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전북 순창군 등 일부 지역에서만 소량 생산되고 있다. 덩치가 크고 무거워 운반이 어렵고, 수요도 줄어 농가가 재배를 꺼린다. 한때 흔히 자라던 채소였지만 지금은 잊혀 가는 전통 작물이 됐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대만에서는 동아를 국거리와 반찬에 쓰며, 흑설탕과 함께 끓여 만든 동과차를 즐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공차의 ‘윈터멜론 밀크티’가 바로 동아로 만든 음료다. 저장성이 뛰어나 겨울철에도 먹을 수 있고, 키우기 쉽고 영양가까지 높은 작물이라는 점에서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