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육미’ 통설 뒤집은 뽈살… 짙은 불향에 착한 가격은 덤
서울 은평구 27년 노포 ‘신사돼지뽈집’. 참기름에 재운 뽈살을 대파와 함께 숯불에 굽는 이곳은 어두육미 통설을 뒤집은 맛집으로, 국산 재료와 착한 가격으로 사랑받고 있다.
[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 서울 은평구 신사동 ‘신사돼지뽈집’의 뽈살 구이. 1인분(200g)의 가격은 1만7000원. 김도언 소설가 제공 |
![]() 김도언 소설가 |
식도락에는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오래된 통설이 있다.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고 땅에서 난 고기는 꼬리 부위가 맛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에 예외는 있는 법이다. 어두육미에 반기를 드는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소머리국밥, 돼지머릿고기 편육 등이 대표적이다. 머리에서 나는 고기지만 치명적인 맛으로 사람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들이다. 필자는 여기에 ‘뽈살’을 추가하고 싶다. 그 진가를 처음 깨닫게 된 계기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올해로 27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 ‘신사돼지뽈집’에서 접한 뽈살 한 점이었다.
신사돼지뽈집은 서울이 확장되던 시기 조성된 오랜 주택가의 2차로 도로변에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세월이 쌓인 간판 등이 노포의 풍경을 완성한다. 이 집은 뽈살 하나만으로 맛집 명성을 얻었다. 뽈살은 과연 어떤 고기의 어느 부위일까. 뽈살은 돼지의 관자놀이 부위, 즉 양 볼의 특수 부위다.
돼지 한 마리당 많아야 100∼200g 정도 나온다고 한다. 과거에는 ‘뒷고기’라 불리며 정식으로 유통되지도 않았다. 돼지의 양 볼은 운동량이 많은 부위라 지방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식감을 안겨준다. 먹성 좋은 돼지가 양 볼을 쉴 새 없이 씰룩거리며 게걸스럽게 사료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뽈살에 왜 지방이 없는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신사돼지뽈집은 참기름에 재운 뽈살을 대파와 함께 내는 게 특징이다. 특유의 향이 강한 편인 뽈살을 대파와 함께 숯불에 굽는다. 숯불 향이 밴 뽈살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을 선사하는데, 함께 구워진 대파 역시 뽈살 특유의 풍미를 극대화시키며 느끼함을 알싸하게 잡아준다. 이 집의 단골 손님들은 바로 그 향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마치 대파와 뽈살의 불향에 잡힌 행복한 인질이라고나 할까.
뽈살 1인분(200g)의 가격은 1만7000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착한 가격이다. 돼지 한 마리당 소량만 나오는 부위라 더욱 놀라운 가격이다. 뽈살은 돼지껍데기와 함께 반반 주문도 가능하다. 여기에 반찬 리필도 빠르고 불판은 손님이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갈아준다.
사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특수 부위는 수요에 비해 언제나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외국산을 쓴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곱창이나 삼겹살도 외국산이 대세다. 그런데 신사돼지뽈집은 착한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재료를 국산만 고집한다.
뽈살은 물론이고 쌀, 배추, 마늘, 소금, 고춧가루도 모두 국산을 쓴다. 놀라운 건 참기름인데, 향만 내는 값싼 향미유가 아닌 진짜 참깨를 짠 국산 참기름을 쓴다. 이게 이 집의 방식이다. 정직한 집이 아닐 수 없다.
어두육미의 통설을 뒤집은 뽈살. 찬 바람이 부는 지금이 제철이다. 노포의 시간은 그렇게 불 위에서 오늘도 익어간다.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