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 풀린 꽃게 얼마나 싸길래… '10원 경쟁' 불붙었다
꽃게는 왜 대형마트의 최전선이 됐나
금어기 풀린 가을 꽃게, 일제히 판매
지난해에 이어, 경쟁하듯 가격 내려
치킨·삼겹살보다 뜨거운 초저가 경쟁
![]() 21일 이마트 수원점에서 모델들이 가을 햇꽃게를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대형마트가 제철 맞은 가을 꽃게 가격을 서로 내리면서 초저가 경쟁에 들어갔다. 2024년 이 무렵 벌어졌던 꽃게 전쟁의 2차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는 가을 꽃게 금어기(6월 21일~8월20일)가 풀리자마자 꽃게 판매를 동시에 시작했다.
꽃게 최저가 경쟁은 대형마트가 애초 알렸던 가격을 내리면서 불이 붙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20일 오전 햇꽃게 100g을 각각 790원, 992원에 팔겠다고 밝히면서 선공에 나섰다. 이마트는 같은 날 햇꽃게 100g을 788원에 띄우면서 응수했다. 그러자 홈플러스가 이날 같은 제품 가격을 780원으로 내리며 받아쳤고 이마트 역시 760원으로 더 떨어뜨리면서 곧바로 맞섰다.
대형마트가 꽃게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모습은 1년 전 이맘때와 똑같다. 단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다투는 올해와 달리 이마트 대 롯데마트 구도였다. 당시 이마트, 롯데마트가 처음 알렸던 햇꽃게 100g 가격은 각각 950원, 893원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꽃게 가격을 일주일 동안 주거니 받거니 계속 내리더니 792원(이마트)까지 인하했다.
대형마트 3사가 365일 벌이는 가격 경쟁 속에서 가장 격렬하게 다투는 최전선 품목으론 치킨, 삼겹살 등이 꼽힌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먹거리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점포로 손님을 많이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꽃게 전쟁 승리 위해, 1년 준비
![]()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햇꽃게를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
6월 말~7월 초에 있었던 치킨 전쟁이 한 예다. 이때 롯데마트는 자체 치킨 브랜드인 통 큰 치킨을 15년 전 가격인 5,000원에 내놓으면서 고객을 모았다. 이에 질세라 이마트는 평소 6,000원대인 어메이징 완벽치킨을 3,490원에 팔았고 홈플러스도 3,990원짜리 당당치킨 옛날치킨을 선보였다.
그런데 요즘 대형마트 사이에선 꽃게가 치킨, 삼겹살보다 경쟁이 거센 품목이라는 말도 나온다. 1년 내내 파는 치킨, 삼겹살은 회사 상황에 따라 초특가 판매 시기를 조절 가능하다.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할인 행사를 해도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가을 꽃게는 8월 중순~11월 초까지만 선보이다 보 니 대형마트마다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을 꽃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형마트 꽃게 바이어는 1년을 준비한다고 한다. 어선 확보로 물량을 최대한 많이 구해야 가격을 낮출 여력도 커져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꽃게는 제철에만 구할 수 있는 수산물이라 고객을 점포로 유치하기 좋은 상품"이라며 "대형마트 3사가 동시에 달려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더욱 뜨겁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