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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어린이날인지 추석인지 아리송한 베트남의 ‘쭝투’

by중앙일보

청명한 하늘 아래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가을은 온 세계가 일 년 동안 수확한 농산물을 나누며 즐기며 추수를 감사하는 행사를 즐긴다. 한국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가위 명절을 일컬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한다. 이러한 추수를 감사하는 절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햇곡식과 과일 등을 이용해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음식을 풍성히 나누며 즐기고, 각종 민속놀이와 음악이 그 기쁨을 더한다.

중국의 중추절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8월 15일을 중추절이라고 해 가족끼리 모여 달을 본 후 화목과 행복을 기원하는 명절이 있다. 중국인이 중추절에 꼭 먹는 과자 월병은 속을 먹는 음식으로 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월병 피에 팥앙금이나 검정깨, 말린 과일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월병을 먹기 시작한 것은 명나라 초대 황제 주원장의 부하가 원나라에 대한 봉기 일시와 장소를 적은 쪽지를 월병 안에 넣어 돌린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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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자 월병. [사진 pxhere]

월병은 친지들끼리 서로 선물로 주고받으며 제사를 지낸 후 집안의 안주인이 가족 수대로 준비해 반으로 잘라 먹는다고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 민요 ‘황하송’은 중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곡으로 중국 문명의 발생지인 황하를 노래하는 곡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지역에 따라 다양한 민요가 있는데, 그중 ‘모리화(茅利化)’라는 상하이 지역의 민요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2박자의 간결한 리듬과 반복되는 가사로 우리의 아리랑과 같이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부르기 쉬운 민요로 알려져 있다.

한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한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가지마다 넘치는

그윽한 향기의 하얀꽃

아름다운 꽃을 친구에게

한송이 보내련다.

모리화 모리화

일본의 오봉절

동북아시아 문화권인 일본 역시 추석을 지낸다. 일본은 음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양력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오봉(お盆)’이라고 해 주로 성묘를 하거나 친척을 만난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은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날 쉰다고 한다.


일본의 추석인 오봉에는 특이한 추석상인 ‘쇼료우마’ 전통이 있다. 쇼료우마는 오이와 가지를 가지고 동물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조상이 저 세상에서 빨리 돌아오라는 의미로 오이로는 말을 ,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천천히 가라는 의미로 가지에 부러뜨린 나무젓가락을 꽂아 소를 형상화한다. 일본 캐릭터 중에는 오이를 가지고 마치 도깨비처럼 형상화한 귀여운 캐릭터가 많은데, 이는 저세상에서 조상이 타고 오는 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도깨비나 저승사자의 말처럼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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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 쇼료우마. [사진 japoland]

또한 오봉 기간에는 불단에 특별히 선반을 마련해 다식, 설탕과자, 과일, 국수, 꽈리, 경단 등을 준비해 바치는 풍습이 있다. 일본의 민요인 ‘토랸세(Tōryanse)’는 그 기원이 에도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가 깊은 민요로, 어린이가 즐겨 부르던 동요였다고 한다.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 동요답지 않게 다소 구슬프고 어두운 느낌의 가락이 실로 인상적이다.

베트남 쭝투

베트남의 추석은 ‘쭝투’ 혹은 ‘뗏종짱’이라고 부른다. 뗏종짱은 음력 8월 15일로 추석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날과 비슷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별, 물고기, 나비 모양의 장난감이나 등을 주고 등불 행렬에 함께 참여한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부모는 자녀에게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고 보름달 맞이, 연등행사, 가면 만들기 등 갖가지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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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식 월병 빤 쭝투. [사진 pixabay]

베트남식 월병 ‘빤 쭝투’는 속을 계란이나 돼지 고리로 채운 카스텔라 비슷한 빵으로, 친지나 이웃, 친구들과 선물로 주고받는 추석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둥글거나 네모지거나 물고기 모양인 ‘느엉떡(Banh Nuong), ‘재오떡(Banh Deo)’ 같은 송편 비슷한 떡을 먹기도 한다.


베트남 북부 바크닌 지방민요인 ‘꺼이 죽 싱(Cay truc xinh, 아름다운 대나무)’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대나무에 비유한 곡으로 부드러운 선율과 착 감기는 리듬감은 베트남 특유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러시아 성 드미트리

보드카와 함께하는 러시아의 추석 ‘성 드미트리 토요일’은 매년 11월 8일 직전의 마지막 토요일로 이날은 가까운 친척들이 모여 햇곡식,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성묘하는 날이다. 유래를 살펴보면 1380년 당시 남부를 흐르는 돈강 유역에서 몽골군에 대패한 드미트리 돈스크공이 11월 8일 전사자를 추모하는 모임을 가진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러시아 정교회가 이날을 ‘성 드미트리날’로 지정해 전사자와 죽은 조상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수 감사제의 성격이 더해져 러시아의 주요 명절로 자리 잡게 되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성 드미트리 토요일에 햇곡식으로 만든 보드카를 나눠 먹고, 새들에게도 곡식을 모이로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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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드카. [사진 pixabay]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요는 ‘검은 눈동자(Ochi Chyornye , Dark Eyes)’다. 본래 딱히 정해진 가사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마다 가락은 흡사하나 전해지는 가사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가사는 1834년 우크라이나의 시인 예브게니 그레벤카가 지은 시에서 유래했다.

검은 눈동자여, 정염의 눈이여,

타는 듯한 아름다운 눈이여.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을 두려워하는지!

실로 나는 당신을 불행한 순간에 만났습니다.

미국 추수감사절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로 미국에 정착한 영국인이 11월 추수를 마치고, 첫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축제를 벌인 것에서 유래했다.


이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구이와 호박파이,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감자를 먹는다. 특히 칠면조가 빠진 추수감사절의 식탁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칠면조는 다른 적색육류에 비해 지방함량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데, 이날 식탁에 오르는 칠면조는 오븐에서 기름기 없이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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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 구이. [사진 pxhere]

미국의 민요는 여러 민족이 혼합된 국가답게 종류도 다양하다. 카우보이가 부르는 ‘홍하의 골짜기’, ‘언덕 위의 집’, ‘역마차’ 등의 웨스턴 송이 대표적이다. 인디언이 즐겨 부르던 선율의 ‘방랑자’, ‘올드 스모키’를 비롯해 ‘셰난도’, ‘리오 그란데를 향해서’, ‘미네톤카의 호수’, ‘푸른 달’ 등도 있다.


이처럼 가족끼리 모여 한 해 동안 추수한 음식에 을 즐기는 명절은 전 세계적으로 지역별 특징이나 종교적인 성향이 맞물려 다양한 모습으로 행해지고 있다. 각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상징하는 민요는 민족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유의 선율과 리듬을 타고 세대를 이어가며 불리고 있다.


음식과 행사의 모습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가족끼리 음식과 정을 나누고 민요라는 독특한 매개체로 동일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은 깊어가는 가을 전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용어가 아닌가 싶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