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겨라, 전 세계 보양식 열전

[푸드]by 덴 매거진

이열치열 혹은 이열치한.

어느 쪽이든, 속이 든든하면 맹렬한 더위도 두렵지 않다.

뜨끈뜨끈 전골 요리, 베트남 라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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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무더운 베트남에서는 왕비를 위한 산후조리용 음식이었던 ‘라우제’로 몸보신을 한다. 염소 고기에 계피, 인삼, 육두구 등 여러 가지 한약재를 더해 푹 끓인 육수에 두부, 버섯, 부추 등을 익혀 먹는다. 한약재가 풍부해 영양가가 높은 데다 잡내가 없어 국물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살코기도 매우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혈액순환과 이뇨 작용이 뛰어나 더운 여름철 피로 해소에 그만이다.

양고기가 듬뿍, 요르단 마클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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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80%가 사막지대인 요르단은 여름에는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비가 자주 오지 않는 데다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날도 있어 폭염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몸보신이 필수다. 중동 지역의 대표 보양식은 ‘마클루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양고기 어깨살과 쌀, 가지 등을 층층이 쌓아 익힌 뒤 접시에 냄비를 뒤집어 엎어진 모양 그대로 낸다. 잣이나 토마토, 병아리콩 등을 더하기도 한다.

진한 돼지갈비 국물, 싱가포르 바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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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민자들이 들어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소개된 음식이다. ‘뼈를 끓인 차’라고 해 한자로는 ‘육골차(肉骨茶)’라고 쓴다. 돼지갈비에 허브, 팔각, 계피, 정향 등 각종 향신료를 넣고 우리네 갈비탕처럼 오랜 시간 끓여 만든다. 마늘과 향신료가 어우러진 깊은 국물 맛과 푹 삶아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이다. 쌀밥이나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 만든 유탸오를 곁들여 먹는다. 돼지갈비 대신 해산물이나 닭고기로 만들기도 한다.

유혹의 음식, 중국 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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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때 귀빈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중국의 고급 보양식이다. 해삼, 전복, 오리알, 표고버섯에 상어 지느러미와 입술, 인삼, 전통주인 소홍주까지 산해진미를 아낌없이 넣어 끓인다. 수도승조차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절 담을 넘을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의미에서 ‘불도장(佛跳牆)’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더운 여름 신체 면역력 증진과 원기 회복에 효과적이다.

더위 물리치는 보양식, 일본 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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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복날이 있다면, 일본에는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가 있다. 일본인들은 이날 더위를 이기기 위해 민물장어를 먹는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지만 이날은 장어 뼈를 우린 육수와 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구이를 밥 위에 올려 덮밥으로 먹는다. 에도시대 장어집을 하던 상인이 여름에 장사가 잘 되지 않자 ‘민물장어를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써 붙여둔 것에서 유래한 풍습이다.

비둘기로 원기 회복, 이집트 하맘 마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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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같은 맛이 나는 녹색 밀 프리케를 가득 넣고 찐 비둘기를 구워 만든 요리로, 장모가 사위에게 만들어주거나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내는 음식이다. 향신료를 충분히 넣어 누린내가 없고, 고소한 찹쌀과 담백한 고기가 잘 어우러진다. 무더운 날씨로 기운이 없을 때 강장제 역할을 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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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식자재 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식탁에는 비둘기 고기로 만든 요리들이 종종 올랐다. 길거리에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잡아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식용 비둘기가 따로 있다. 이집트에서는 구멍이 뚫린 굴뚝 모양의 원통형 구조물을 설치한 뒤 곡식 등의 먹이를 주며 비둘기를 사육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만큼 이집트 여행 시 꼭 맛봐야 하는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힌다.

시원한 토마토수프, 스페인 가스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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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여름철 뜨거운 국물로 몸보신을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차가운 토마토수프 ‘가스파초’를 먹으며 여름을 난다. 토마토, 오이, 빵, 올리브유, 식초 등을 넣고 갈아 만들어 차게 식혀 내는데, 불을 쓰지 않아 조리하기 편할뿐더러 새콤한 맛이 나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 해소는 물론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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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스페인 남부 지방에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메뉴가 많다. 아라비아어로 ‘젖은 빵’을 의미하는 ‘가스파초’도 그중 하나다. 가스파초는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할 당시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음식이었다. 이들은 더위를 식히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빵, 식초, 오일과 채소를 갈아 먹었다. 16세기 이후 신대륙에서 토마토가 건너와 주재료로 사용되면서 오늘날 모습을 갖췄다.

입맛 돋우는 새콤한 회무침, 페루 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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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 있는 흰살 생선과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을 얇게 저며 레몬과 라임 즙에 재운 뒤 채소를 더해 내는 ‘세비체’는 미식의 나라 페루를 대표하는 여름 샐러드다. 식당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페루에서는 고수와 라임 주스 등으로 만든 ‘레체 데 티그레’ 소스와 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찐 옥수수를 곁들여 먹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찜, 이탈리아 오소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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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전통 음식 ‘오소부코’는 송아지 정강이 고기에 화이트와인을 넣어 고아낸 찜 요리로, 우리나라의 소꼬리찜과 비슷하다. 송아지 정강이 고기에 밀가루를 묻혀 구운 뒤 양파, 셀러리 등 채소를 볶다 화이트와인을 넣고 끓인다. 완성된 오소부코는 리소토나 파스타에 곁들인다. 최근에는 토마토소스를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고기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영양 만점 음식이다.

가볍고 건강한 보양식, 불가리아 타라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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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의 나라 불가리아에서는 몸보신 음식에도 요거트를 사용한다. 타라토르는 요거트에 오이, 딜, 다진 마늘, 소금,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견과류를 더한 전통 음식이다. 여기에 호박, 파슬리, 상추 등을 토핑으로 올리기도 하며, 주로 차갑게 식혀 여름에 먹는다. 요거트 본연의 산미와 오이의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요거트에 함유된 유산균이 장 기능 개선을 돕고, 오이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수분을 보충해 준다.

고단백 건강식, 브라질 페이조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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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박주영이 기력 회복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페이조아다는 브라질의 소울 푸드로 손꼽힌다. 냄비에 검은콩을 듬뿍 넣고 돼지 귀, 발, 내장, 갈비를 함께 끓여 만든 스튜로, 쌀밥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그릇만 먹어도 속이 든든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더위에 지친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브라질에서는 오렌지 조각을 페이조아다와 함께 제공하는 곳이 많다. 맛의 균형을 맞추고, 소화를 돕는 용도다.

과일을 넣은 장어탕, 독일 알 주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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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낸 햄 육수 베이스에 장어, 허브, 채소, 건과일, 와인 등을 넣고 푹 끓여 만드는 독일식 장어탕. 규모가 큰 어시장이 열리는 함부르크 지역의 여름 별식 중 하나다. 구수하거나 얼큰한 우리나라의 장어탕과 달리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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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함부르크에서는 고기, 과일, 채소를 넣은 수프를 ‘모든 수프’라는 의미의 ‘알 주페(aol suppe)’라 불렀다. 그런데 ‘모든’을 뜻하는 ‘aol’이 장어를 의미하는 ‘aal’과 비슷하게 들리다 보니 수프에 장어가 없다며 항의하는 손님이 많았다. 이후 한 셰프가 실제로 수프에 장어를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알 주페’는 장어로 만든 수프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일러스트=장인범 일러스트레이터

김보미 에디터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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