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홀린 옛 간이역, 곳곳이 포토존…주말 가까운 건축투어 4곳

[여행]by 중앙일보

조선 시대 정조가 사랑한 정자부터 인증샷 명소로 뜬 간이역까지, 경기도에는 남다른 사연을 지닌 보석 같은 건축물이 구석구석 박혀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12월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경기 건축 투어 명소’ 가운데 4곳을 추렸다.

정조가 사랑한 - 수원 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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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정자로 통하는 방화수류정. 성곽 아래에 아름다운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수원 방화수류정은 수원화성 안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정자다. 1794년(정조 18년) 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군사지휘소로 세운 동북각루의 별칭으로 화홍문 동쪽 언덕, 이른바 ‘용두바위’ 위에 자리해 있다. 각루를 용두바위에 우뚝 세워 주변을 살피고 화포를 쏘기에 적합했다.


반달 모양 연못인 용연이 한눈에 보이는 누각은 유사시에는 군사 시설, 평소에는 풍류를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정조 역시 이곳을 사랑했다. 신하들과 활도 쏘고, 시도 남겼다. 근래의 MZ세대에게는 감성 사진을 찍는 나들이 장소로 통한다. 어둠이 내리면 성벽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들어온다.

순백의 미술관 – 양주 장욱진미술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장욱진(1918~1990). 양주 장욱진미술관은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장소다. 벽화‧유화‧판화‧먹그림 등 230여 점에 이르는 장욱진의 작품을 주제별, 시대별로 선보인다. 지붕과 외벽을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통일한 외관이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데, 2014년 김수근 건축상, 영국 BBC의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되는 등 수많은 매체에서 주목받았다.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를 모티브로 설계한 건축으로, 전시실을 비롯해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 등 복합 시설로 구성돼 있다. 직사각형 형태의 보통 미술관과 달리,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화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한옥의 구조를 닮았다. 커다란 창 또한 아름답다. 흰 벽에 창으로 들이친 햇빛이 길게 내리면, 햇빛도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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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장욱진 미술관 내부. 사진 경기관광공사

한없이 평화로운 - 하남 구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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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성지로 드는 입구. 어른 손 크기만 한 기와를 층층이 쌓아 무덤 같은 형태의 입구를 만들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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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미사강변도시에 자리한 구산성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당시부터 명맥을 이어온 곳으로 1980년 로마 교황청이 세계 순례성지로 선포하면서, 많은 여행자가 찾는 장소다. 구산성지는 입구부터 남다르다. 어른 손 크기만 한 기와를 층층이 쌓아 거대한 무덤 같은 입구를 만들었다.


안당문을 지나면 소나무가 드리운 순교자 9명의 묘역과 구산성당이 나타난다. 오늘날의 성지는 한없이 평화롭다. 구산성당 옆 십자가의 길은 특히 고요가 짙다. 드문드문 놓인 청동 조각상을 따라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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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빌딩숲과 구산성지 안쪽은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낭만 간이역 - 남양주 능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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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 관광명소가 된 능내역. 사진 경기관광공사

능내역은 서울 청량리와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기차역이었다. 1956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중앙선 철로가 복선화되면서 2008년 폐역이 됐다. 164㎡(약 49평) 규모로 아담하지만, 옛 간이역의 흔적이 오롯하다. ‘一’자형 평면 구조의 역사는 짙은 일식 기와를 얹었다. 출입구의 뾰족한 박공지붕과 ‘삐걱’ 소리가 날 듯한 나무문, 예스러운 역 간판 등등 옛 모습이 여전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기차를 기다리던 대합실은 능내역의 옛 풍경을 간직한 전시관이 됐다.


MZ세대 젊은 층에 레트로 감성의 여행지가 인기를 끌면서 능내역도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역사 앞 나무 벤치, 새빨간 우체통, 빛바랜 흑백사진 등 눈 닿는 곳곳이 포토존이다. 국토 종주 자전거길 중 하나인 남한강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라이더에게는 목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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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 안에는 옛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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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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