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풍미 가득한 일식요리 신흥맛집 5
일본에는 “술은 백약지장”이라는 속담이 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백약의 으뜸이라는, 일본인의 술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계절이나 음식에 따라 마시는 방법이 다르며, 축제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술이 빠지지 않는다. 그 정도로 일본은 사케, 소츄로 대표되는 일본주(니혼슈)와 맥주 등 술에 진심이다. 특히 일본주의 의미는 단순한 주류 이상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소개하며 빠지지 않는, 일본 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전통 사케 제조를 국가 무형 문화재로 지정했으며, 현재 일본 내 1500여 개의 양조장에서 약 2만 종류 이상의 사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여, 사케(日本酒), 쇼츄(焼酎) 등을 포함하는 일본의 전통술 빚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사랑받는 인기 주류로서 일본 술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일본 사케 및 소츄 제조 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사케 수출 총량은 2014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23년에는 1,630만 리터에서 2,910만 리터로 증가했다. 또한, 2022년에는 3,590만 리터로 정점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총 수출량이 전년 대비 9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주조 조합 중앙회에 따르면 2013년 105억 엔(952억 원)이던 일본 술 수출액은 2023년 410억 엔(3천720억 원)으로 10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양으로는 1만6천㎘에서 2만 9천㎘로 늘었다. 이미 일본 내에서의 인기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고 있는 주류로 확고히 입지를 굳힌 셈.
역사 깊은 술이라고 해도 한 나라의 전통주가 어떻게 이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에서 사랑받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보면, 답은 간단하다. 일본주와 완벽한 한 짝을 이루는 요리의 힘이다. 일식을 제쳐두고 일본의 술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일본 술의 세계적인 인기와 인정, 그 바탕에는 가장 완벽하게 세계화에 성공한 아시아권 식문화인 일식의 힘이 컸다. 사케만 봐도 그 자체의 풍미와 캐릭터도 확실한 술이지만 일식과 만날 때 진가를 드러내는 술이다. 특히 생선회, 스시, 덴푸라 등 일본 전통 일식과의 조화는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종류에 따라 자세한 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케라면 공유하는 특징적인 풍미와 일식은 궁합이 좋다.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부터 감칠맛까지,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일식과 기본적으로 잘 들어 맞는다.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자리 잡고 성장한 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일본 요리는 술과의 어우러짐을 고려하여 성장하며 지금에 이르렀고, 사케 또한 음식과의 궁합을 바탕에 두고 발전을 거듭해 왔다.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발전시켜 온 셈이다. 일본 요리의 대표적인 특징인 ‘슌’(しゅん), 즉 계절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완성해 내는 것도 잘 어울리는 술. 이미 일본의 술과 요리는, 따로 두고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식문화 완성체를 구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일식과 잘 어울리는 술이기에 세계를 대상으로 소개되는 과정에서도, 이미 전 세계에 한발 앞서 버팀목을 마련한 일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일식 세계화 열풍을 타고 전 세계 8만 9천여 개의 일식당을 중심으로 사케 소비량을 늘려온 결과, 사케와 일식의 태생적인 마리아주는 더 이상 일본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세계의 일식당에서 고급스럽고 절제미 넘치는 메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술을 소개하고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했고, 꾸준히 유지 중이며 효과는 이미 검증된 상태다. 대중이 일식을 즐기는 형태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맥주, 소주와 가벼운 일식 안주만을 즐기는 시대는 지났다. 격을 갖춘 일식 요리에, 잘 어울리며 풍미도 끌어올리는 일본주를 더해 보다 완성된 형태로 즐기는 이들이 이미 적지 않다. 여러 일식당에서 탄탄한 사케 리스트를 바탕으로 음식과 궁합 좋은 주류를 함께 즐길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일식 코스와 매력적인 사케 페어링을 함께 선보이는 식당도 증가하고 있다. 아예 전문성을 갖춘 사케 소믈리에를 두고 사케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섬세한 미식 경험을 돕는 식당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바로 그런 식당들을 소개한다. 어울리는 주류를 곁들여 온전한 하나의 식문화로서 품격 있는 일식을 향유할 수 있는 식당들이다. 군더더기 없는 재료와 기술로 완성된 음식에 풍미를 끌어올리고 흥취까지 더하는 일본주를 곁들여, 기억에 남을 특별한 일식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1. 니혼슈와 일식 숯불 요리의 절묘한 하모니, 청담 ‘슈보카가리’
![]() 식신 컨텐츠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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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숯불구이를 메인으로 다양한 일식 요리를 선보이는 모던 재패니즈 다이닝.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단품 주문으로 편안하게 술과 일식 요리를 즐기는 일식 주점을 지향한다. 신선한 제철 재료 위주로 숯불 터치를 곁들여 완성되는 요리들의 수준이 높은 편. 대표 메뉴는 살짝 익힌 투뿔 한우 채끝 등심과 수란, 채소를 곁들여 먹도록 제공되는 ‘트러플 스끼야끼’. 씹을 필요도 없는 투뿔 한우에 서빙과 동시에 트러플을 듬뿍 갈아 올려, 넘치도록 가득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의 조화가 그만이다. 시원한 백합 술찜에 껍질의 식감을 살려 구워낸 옥돔을 큼직한 사이즈로 올려내는 ‘옥돔 숯불구이·백합 버터 술찜’도 훌륭하다. 은은한 숯불 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짭조름한 감칠맛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거니와 어울리는 니혼슈를 곁들여 즐기는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오픈 키친에서 한 편의 역동적인 공연처럼 펼쳐지는 조리 과정에 대한 구경도 빼 놓을 수 없다. 슈보(술방)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방대한 사케 라인업을 자랑하는 주류 리스트도 장점이다. 바 테이블과 함께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룸도 갖추고 있어 사케 모임 등 일식 미식 모임을 위한 장소로도 적절하다. 탄탄한 기본기에 개성을 입혀 낸 일식 요리를 술과 함께 경험하기 좋은 일식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48길 52-5
▲영업시간: 월-토 18:00 - 24:00, 일요일 휴무
▲가격: 트러플스끼야끼.온센다마고 1인 2만9000원, 옥돔숯불구이.백합버터술찜 3만9000원
▲후기(식신 권지용니꺼): 숯불에 조리하는 직화구이 메뉴들이 하나같이 맛있어요. 특히 조개 육수랑 같이 나오는 옥돔구이 요리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주류 라인업도 잘 되어 있으니 어울리는 사케까지 같이 드시는 거 추천드립니닷
2. 가성비까지 잡은 일식 코스, 압구정 ‘미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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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교토의 유명 가이세키 식당 ‘키쿠노이’ 셰프를 거쳐 ‘갓포산’, ‘와슈다이닝 슈토’ 헤드 셰프를 역임한 김광석 셰프의 가이세키 오마카세 전문점. ‘우리가 먹는 재료는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자연을 다시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레스토랑이 되고자 한다’를 모토로 미식을 통한 신구 교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한다. 대표 메뉴는 계절감을 담아 수시로 구성이 달라지는 다이닝 코스. 코스의 첫 순서로 제공되는 젠사이(전채)는 최소한의 조리로 본래의 맛을 살린 계절 채소로 구성된다. 계절마다 그 계절 동안만 즐길 수 있는 자연의 향과 맛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미즈키가 추구하는 자연과의 공존을 한 그릇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계절을 풍성하게 그려낸 한 폭의 그림 같은 상차림으로 입보다 눈으로 먼저 즐기는 핫슨은, 코스 구성의 절정 파트를 담당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계절의 진미를 구석구석 절묘하게 배치해 ‘가이세키 코스의 꽃’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풍성한 경험을 선사한다. 알찬 구성의 일본주 리스트를 바탕으로 섬세한 주류 추천을 제공하여 정성 가득한 요리를 더욱 완전하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사케 주문 시 주문한 사케, 코스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비주얼로 골라 제공되는 쵸코(사케 전용잔)도 소소한 재미 포인트다. 합리적인 가격에 계절의 맛과 술을 함께 즐기기 좋은 시즈널 다이닝을 찾는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164길 27
▲영업시간: 평일 19:00 - 22:00/토 18:30 - 23:20, 일요일 휴무
▲가격: 런치 코스 5만9000원, 다이닝 코스 11만9000원
▲후기(식신 버블버블): 사계절을 음식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랄까요 일식의 두드러지는 특색인 계절감을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요리로 순수하게 느끼기 좋았네요. 음식 퀄리티에 비해 가격도 좋은 편으로 느껴졌구요. 만족스러웠습니다.
3. 고급 일식으로 느끼는 계절의 향기, 청담 ‘무니’
![]() mood0103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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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의 ‘키쿠노이’, 삼성동 ‘오젠’, 신사동 ‘하카타셉템버’를 거친 도쿄 핫토리 영양전문학교 출신 김동욱 셰프가 청담사거리 인근에서 선보이는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무니’라는 이름은 ‘유일무이’에서 따온 것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공간에서 훌륭한 일본 음식으로 손님을 모시겠다는 뜻이다. 대표 메뉴는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준비되는 모던한 스타일의 가이세키 코스, ‘무니 오마카세’다. 계절감을 충만하게 맛보기 좋은 제철 재료 위주로 준비되며 산미를 전면에 내세운 산뜻한 요리를 시작으로 초절임, 생선회, 튀김, 초밥 등의 요리들이 차례로 준비된다. 정석적인 일식 가이세키 코스의 구성을 따르되, 디쉬마다 현대적인 재해석이나 창의적인 터치를 곁들여 보통의 가이세키 코스보다 편안하고 참신하게 식객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소와 유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코스 구성에 활용하여 향긋하면서도 상큼한 특유의 풍미를 코스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케부터 와인, 위스키까지 다양한 주류를 폭넓게 취급하는 만큼 코스와 어울리는 주류를 추천받아 함께 즐기면 더욱 완성도 높은 경험이 가능하다. 중후한 붉은 톤으로 통일된 공간은 아늑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식사 자리에 만족감을 더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개성과 맛 모두 잡은 가이세키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일식 맛집으로 추천한다. 최대 10인 이상 이용 가능한 룸도 갖추고 있으며 3인부터 이용할 수 있다.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72길 16
▲영업시간: 매일 18:00 - 22:00
▲가격: 무니 오마카세 25만원
▲후기(식신 533456): 식당 분위기와 음식을 대하는 셰프님의 포스만으로 압도되는 곳. 가게 이름처럼 유일무이한 미식 경험을 갖게 하는 곳입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는 게 느껴지는 데 전율이 쫙...!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4. 모던하게 재탄생한 일식, 신사 ‘무아’
![]() nolgoo님 인스타그램 |
![]() nolgoo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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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식재료, 술과 문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사계절을 그릇과 공간에 담아내는 일식 다이닝. 오픈 키친을 둘러싼 카운터를 중심으로 젊은 감성의 화려하고 자유로운 일식 코스를 선보인다. 코스를 관통하는 첫 번째 특징은 참신한 조합과 신선한 해석.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같이 보기 드문 재료들을 과감히 사용하여 식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순히 새롭게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재료의 풍미가 조화롭게 다듬어져 있기에, 음식의 본질에도 충실하다. 정통 가이세키의 기준으로 보면 놀랍도록 파격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일식의 정체성과 맛도 놓치지 않은 코스라고 볼 수 있다. 무아를 대표하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플레이팅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기적으로 국내 공예 작가들과 협업해 식기와 기물을 공수하며, 어울리는 음식과 자연물을 더해 연출해 내는 플레이팅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전채 요리 한상 차림은 아예 계절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압축하여 눈앞에 펼쳐낸 듯 화려한 플레이팅으로,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일식을 먹으며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인 ‘시각적 아름다움을 통한 계절의 표현’을 200% 느낄 수 있게 하는 무아만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겠다. 특별한 일식 경험을 한층 완벽하게 즐기고 싶다면, 각 디쉬마다 어울리는 주류를 와인과 사케 가운데 엄선해 제공하는 페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151길 33 2층
▲영업시간: 수-금 12:00 - 21:30(B·T 14:00 - 18:00)/토 12:00 - 22:00(B·T 14:00 - 17:30)/일 12:00 - 21:00(B·T 14:00 - 18:00), 화 18:00 - 21:30, 월요일 휴무
▲가격: 런치 8만5000원, 디너 12만5000원, 사케&와인 페어링 5만원
▲후기(식신 레인보우Chu): 블랙과 화이트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뻔한 일식집 같지 않아 좋아요. 플레이팅이 아주 멋있어요. 보는 재미가 맛에 더해지는 듯해요.
5. 정통 가이세키 요리의 정수, 청담 ‘산로’
![]() vivinina__님의 인스타그램 |
![]() vivinina__님의 인스타그램 |
청담역 인근에 위치한 정통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으로, 일본 교토 ‘키쿠노이’ 본점 출신의 유성엽 셰프가 지휘한다. 산로는 ‘세 개의 이슬’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일본에서 손님맞이를 하며 세 번 물을 뿌리는 행위인 미즈마키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 일본의 오모테나시(극진한 접객) 정신을 대표하는 행위처럼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귀하게 모시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단정한 우드톤 인테리어에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내부 공간 또한 이러한 정체성과 결을 같이 한다. 최고의 제철 식재료를 공수하여 준비되는 산로만의 가이세키 코스 역시 화려함보다는 절제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정통 일식 코스의 모습을 보인다. 재료 그대로의 특징으로 담담하게 계절감을 드러내며 일관된 흐름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는 교토식 가이세키의 정수를 보여준다. 런치 타임 한정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장어덮밥도 추천할 만하다. 소스를 바르지 않고 산초와 소금 간만으로 담백하게 조리하여, 장어 본연의 고급스러운 풍미와 식감을 최대한 담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일식 중에서도 역사와 정적인 고급스러움으로 유명한 교토의 가이세키 요리를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일식당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518
▲영업시간: 화-토 12:30 - 22:00(B·T 14:00 - 18:30), 일요일·월요일 휴무
▲가격: 디너 35만원, 런치 산로 장어덮밥 6만8000원
▲후기(식신 심쿵위쿵): 그야말로 아름다운 식사. 과정 과정이 소극장에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 페어링은 가격이 좀 있지만 주류 면면을 보면 오히려 합리적일 정도로 고급 주류들로 셀렉하셨고 주류 폭도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