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마늘술 마시고 사람 되자

단군신화부터 흑마늘 막걸리까지, 한국인의 음식·약·술이 된 마늘 이야기와 전국 마늘술 양조장 정보까지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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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인을 '마늘의 민족'이라고 일컫는다.


우리 음식에서 마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마늘을 즐겨 먹는 식문화 때문일 것이다. 떡이나 음료 등을 제외하고 한국요리 중 마늘의 사용 비중은 약 85%라고 할 정도다.


즉, 어느 날 갑자기 마늘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한식도 같이 사라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은 7kg인데 다른 나라는 1kg도 안 먹어 그 차이가 압도적이다.


마늘 섭식이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쿠푸가 건설한 대피라미드에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양파와 마늘을 지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구약성서 출애굽기에서도 유대인이 이집트에 살던 시절에 마늘과 부추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많은 학자는 마늘의 원산지를 중앙아시아 초원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곳에서 야생으로 자라다 고대에 재배가 시작돼 유라시아와 북부 아프리카에 널리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동양에는 중국 한나라 시절 장건이 서역에서 동아시아로 처음 가져왔다고 한다.


언제 한반도에 유입됐는지는 명확지 않지만 '삼국사기' 잡지 편에 마늘밭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최소 삼국 시대에는 마늘을 재배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늘은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에도 나온다.


쑥 한 줌과 산(蒜) 20개를 먹고 곰이 사람으로 변했다는 설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마늘을 한자로 '산(蒜)'이라 한다. 물론 그 당시는 마늘이 아니라 달래였을 거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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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화상', 지운영 작 (1852~1935) 1920년대, 비단에 색, 34X53cm, 정림사지박물관

마늘은 항암 효과와 고혈압,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또한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동양 한의학에선 예로부터 마늘이 '냄새를 빼고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나와 있어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마늘차가 발열, 두통, 콜레라에 의한 장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도 역병이나 각종 전염병에 마늘이 좋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것이 확대되어 마늘이 악귀를 물리친다고 하다가 드라큘라를 퇴치한다고 알려지게 됐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마늘을 우리 조상이 술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냥 술보다는 약용으로 많이 썼고 주로 민간에서 사용했다. 양반이나 왕실에서는 다른 고급술을 약용으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마늘술을 담그는 방법과 효능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마늘술은 소화불량, 감기, 기침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였다. 담그는 법은, 찹쌀, 누룩, 물과 함께 마늘을 넣어 발효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마늘을 통째로 넣기도 하고, 다진 마늘을 넣기도 했다.


마늘술은 약용만이 아니라 집안의 귀한 술로 특별한 날이나 손님 접대에 쓰이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도 다양한 형태의 마늘술이 나오고 있다.


양조장의 위치를 보면 당연히 마늘 산지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마늘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뉜다. 6쪽 내외로 알이 크고 매운맛이 강하며 저장성이 좋은 한지형 마늘은 주로 중부 내륙 지방(의성, 서산, 단양 등)에서 재배된다.


쪽수가 많고 매운맛이 덜하며 저장성이 비교적 약한 난지형 마늘은 남부 지방과 제주도(창녕, 남해, 고흥, 완도, 해남 등)에서 주로 재배된다.


한지형 마늘 산지에서 유명한 마늘술은 경북 의성 이루화 양조장의 흑마늘 막걸리가 있다. 서산 명가지앤지주조의 마늘주와 흑마늘막걸리, 단양 대강양조장의 흑마늘 막걸리와 지금은 단종된 느린양조장의 단양마늘 아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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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 마늘산지의 마늘술 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살펴보니 높은 도수의 마늘술도 있다. 경북 영천 농업회사법인㈜세찬의 '일해백리백이주'(一害百利 百利酎)는 35도짜리 마늘술을 만든다. 또한 서산 한비네트워크의 '그대마늘'도 있다.


난지형 마늘 산지의 술을 보면 전남 순천에 3개의 양조장이 마늘 막걸리를 빚고 있다. 술꽃연구소(위푸드), 순천주조, 광양주조의 흑마늘 막걸리다. 그 외 남해 다랭이팜의 유기농쌀 흑진주 흑마늘 생막걸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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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형 마늘 산지의 마늘술 사진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많은 양조장이 생마늘이 아닌 흑마늘을 술의 재료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생마늘 특유의 강한 향과 맛을 제거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


흑마늘은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생마늘보다 영양성분과 유용성분이 더 풍부해지고 마늘 특유의 맛과 향이 사라지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그래서 흑마늘을 사용하는 것은 맛과 건강을 생각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마늘술은 기력 회복이나 면역력 증진, 항암 효과 등에도 좋다고 하니 한여름 무더위에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오늘 흑마늘 막걸리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분 좋게 마시는 것이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2025.07.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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