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뿌리 내리면 20년을 먹습니다…" 해마다 자라는 '한국 채소'
심어두면 해마다 돋아나는 다년생 채소 두메부추. 강한 향과 알싸한 맛, 장아찌·무침·국거리로 즐기는 제철 밥상 비밀 재료입니다.
심어두면 해마다 새순을 올려주는 다년생 채소 '두메부추'
![]() 두메부추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
여름 산골을 걷다 보면 이파리가 길게 뻗은 풀 한 무더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파처럼 굵지도 않고 쪽파처럼 짧지도 않은데, 은근히 힘 있는 초록빛을 띠고 있다. 바로 두메부추다.
일반 부추와 같은 속에 속하지만 생김새와 향, 그리고 생명력이 다르다. 텃밭 한쪽에 심어두면 해마다 새순을 올려주는 다년생 채소로, 산골 사람들의 밥상을 오랫동안 지켜온 귀한 나물이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10년은 기본이고, 농가에 따라서는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계속 살아남아 잎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자급자족을 이어가던 산골에서는 꼭 빼놓지 않고 심는 작물로 전해 내려왔다.
산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생명력
![]() 두메부추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두메부추는 백합과 부추속의 다년생 식물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며, 특히 고지대에서 자주 보인다. 바람이 거세고 흙이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려 살아남는 힘이 강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산골 마을 사람들은 봄철 눈이 녹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나물 중 하나로 두메부추를 꼽았다.
뿌리를 한 번 심어두면 매년 새순이 돋아난다. 봄철 땅이 풀리면 연둣빛 싹이 올라오고, 여름이 되면 잎이 길게 자란다. 20~30cm 정도 자랐을 때 잎을 잘라내면 다시 싹이 돋아 여러 차례 수확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하면 10년 이상 이어서 먹을 수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2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수확한 사례도 보고돼 있다. 일반적인 채소가 매년 씨를 다시 뿌려야 하는 것과 달리 두메부추는 뿌리에서 계속 새싹을 낸다.
외형은 흔히 보는 부추보다 잎이 조금 더 두껍고 단단하다. 조직이 탄탄해 쉽게 무르지 않으며, 잎을 꺾었을 때 알싸한 향이 강하게 퍼진다. 손으로 비볐을 때 부추 향이 나는 반면, 은방울꽃은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다. 이런 특징 때문에 채취할 때는 반드시 향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강한 향과 오래가는 맛
![]() 두메부추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두메부추는 일반 부추보다 향이 진하고 뒷맛이 길다. 생으로 먹으면 입안 가득 톡 쏘는 알싸함이 퍼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단맛이 뒤따른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나물무침으로 만들었을 때 씹는 맛이 확실하고, 기름진 음식과 곁들였을 때 느끼함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가장 흔히 먹는 방법은 무침이다. 두메부추를 깨끗이 씻어 송송 썰어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을 넣어 무치면 입맛을 살려주는 반찬이 된다. 오이나 미나리와 함께 무치면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여름철 밥상에서 특히 인기다. 된장국에 넣으면 국물이 시원하고 깊어진다. 알싸한 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개운함이 배가되며, 삼계탕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 두메부추 장아찌, 된장찌개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장아찌로 담가두면 두메부추의 진가가 드러난다.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숙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강해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든다. 또 전으로 부쳐내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특히 삼겹살이나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 기름기를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한다. 이 때문에 산골 마을에서는 고기를 먹을 때 반드시 두메부추를 곁들이는 풍습이 자리 잡았다.
두메부추에는 알리신 성분이 풍부하다. 알리신은 혈액 순환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철분과 칼슘도 많이 들어 있어 기력이 떨어진 여름철에 먹기 좋다. 특히 입맛이 없는 날 두메부추 무침 한 접시만 있어도 밥맛이 살아난다고 알려졌다.
오래도록 즐기는 법
![]() 두메부추 자료 사진. / 위키푸디 |
두메부추는 생명력이 강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물론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가 깊게 뻗어 가뭄에도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거뜬히 살아남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비옥한 흙보다는 자갈이 섞이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더 튼튼하게 자란다.
수확은 잎이 20~30cm 자랐을 때 시작한다. 뿌리를 남기고 잎만 잘라내면 다시 싹이 돋아나므로,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뿌리를 뽑아버리면 다음 해에 다시 자라지 않으므로 반드시 뿌리를 보존해야 한다. 텃밭에서 기를 경우, 봄과 여름에 여러 차례 잎을 수확할 수 있어 자급자족형 채소로 안성맞춤이다.
보관은 수확 직후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으면 3~4일 정도 신선함을 유지한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살짝 데친 뒤 냉동 보관하거나, 장아찌로 담가 숙성하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건조해 말려두면 겨울철 국거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야생에서 채취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두메부추 군락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뿌리를 뽑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잎을 베어가야 한다.
김지원 푸드전문기자